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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Dec 07. 2020

논어와 업무 메일 정리하기

#1

 실내용 자전거를 100분을 돌린다고 하면 꽤 지루할 수 있으므로 주로 유튜브나 TV를 활용한다. 이 외에도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논어를 읽었다. 물론 원문보다는 번역이 된 부분도 함께 있으므로 한문 공부보다는 논어에 있는 내용을 훑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어느 정도 혼자 생각해봤다고 생각했던 것이 대략 2500년 전쯤에 이미 비슷한 결론이 나와있다는 것을 까먹었다가 다시 기억이 나는 순간이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들 하듯이 내 나름대로 내어본 결론도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 느낀 점은 역시 공부를 하면 더욱 멀리 나아갈 수 있겠군 하는 생각이었다.


#2

 최근의 내 글이나 생각을 짚어보면 논어에서 좋게 봐주자면 지자(知者)적인 접근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익과 손해를 따져봤을 때 손해인 일이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흐름이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남을 증오하는 것도 도덕이나 윤리에 따라 지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저 개인적인 에너지와 정신을 잠식하는 이유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식의 글이 있다. "증오: 마이너스적인 사랑"은 대략 이런 접근법이 두드러졌었다고 생각한다.


#3

 논어에서 보면 지자도 나쁘지 않은 수준은 되지만, 상위급의 수준으로 취급을 해주지는 않는 듯하다. 이해타산에 밝은 것은 불완전하다고 여겨지는 듯하다. 확실히 계산을 잘해서 행동을 한다면 계산을 하지 않았을 때의 행동은 부족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남이 보는 앞에서는 바른 행동을 하지만 시선이 없는 곳에서는 함부로 행동을 하는 식으로 하더라도 지자 수준일 것이다. 남이 보든, 그러지 않든 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은 복잡할 것도 없을 것이다. 공자는 나이가 칠순이 되었을 때는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그것이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성인에 드는 사람이 70년을 노력해야 도달해야 하는 경지일 것이다.


#4

 혼자 열심히 생각한 끝에 도달한 것이 지자적인 삶의 방식인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보다 좋은 것이 있다면 취하고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해를 따지는 것보다도 바른 언행을 익혀나가면 생각보다 피곤할 일은 적을 것이라고 짐짓 생각해본다.


#5

 업무 메일이 잔뜩 쌓여서 용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과거에서부터 정주행을 하며 내가 무엇을 이곳에서 해왔었는지 살펴보며 불필요한 것들은 삭제하려고 하는데 몇 개 읽기 전에 과거에 기분을 나쁘게 했던 수준 이하의 메일들이 보였다. 다시 뭉근하게 마음속 한편에서 잠자고 있던 기분 나쁜 기억들이 깨어난다. 개인적으로 뒤끝보다는 기억력이 좋다는 말로 내 인간성을 포장해왔지만, 글쎄? 지금 와서는 결국 오십보백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메일함 정리도 할 겸, 내가 무얼 하고 살았나 되짚어보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이다. 아마도 지금 모양새로는 정말 내 마음과 에너지를 잡아먹을 분노의 기록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아마 주말에 논어를 좀 읽지 않았으면 그저 지자적인 접근을 통해서 이런데 내 소중한 힘을 쏟지 않으리라 생각은 했겠지만, 아마 저 메일들을 보낸 자들에 대한 악감정은 옅게나마 남아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잊어버리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지나간 일을 곱씹고 증오를 이해를 따져서 하지 않는 대신에, 저들을 용서하고 증오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렇게 쿨하게 넘어갈 수 있다면 이것은 계산을 해서 증오를 하지 않을 실용적인 이유보다도 높은 단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6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지만 아무튼 이해를 따져보는 것보다 바른 길을 추구하는 것이 좀 더 좋은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마저도 지자적인 접근인 것 같지만, 치열하게 고민하고 삶을 개선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 접근법은 아무렴 어떨까. 논어를 읽다 보면 늘, 지자보다는 인자(仁者)가 되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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