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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Dec 09. 2020

완강기는 사용할 줄 아십니까

사실 저도 모릅니다(유튜브 링크를 찾아 봄)

#1

 회사 사무실과 통해있는 베란다에는 완강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 사무실의 높이가 정확하게 지상에서 몇 미터 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세상을 하직하기에 충분한 높이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만약의 경우 완강기를 사용해야 할 순간에 사용할 줄 모른다면 아마 내 세계가 끝나는 날은 그 만약의 사건이 터지는 날이 될 것이다.


#2

 사람은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활용할 것은 자신이다. 그래서 자신이 싫어하는 일은 타인에게 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타인도 좋아하겠지 짐작할 수는 있다. 내 좁은 식견에 따르면, 아니 적어도 내가 다니는 회사는 직무 교육에도 소홀하지만 안전 교육에도 소홀하다. 

 예를 들어 1년에 몇 번 이런 식으로 회사에서 꼭 해야 하는 의무 교육 등이 정해져 있는데 원래의 취지, 즉 이걸 하는 이유는 실제적인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뭐 안 하면 제재가 가해질 수 있으니 한다는 식으로 교육이 진행되다 보니 삶에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 다른 회사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런 점에서 내가 다니는 회사는 완강기 사용법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좋지 않지만 지금 나는 성급한 일반화를 하고 싶다. 다른 회사들도 이 회사와 마찬가지로 안전 교육 등에 소홀하지 않을까! 하고. 글쎄, 부디 이런 부족한 회사를 다니는 것이 나뿐이길 희망해본다. 하지만 사실 뉴스만 봐도 성급한 일반화가 들어맞지 싶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희생되지 않나.


#3

 옛날에 언뜻 들었던 것 같은 이야기인데, 어느 학교에서 학사일정에 안전교육을 몇 시간 정도 잡아놨더니 학부모들이 심한 항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시간에 공부를 시켜야지 쓸 데 없는 것에 시간 낭비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에 있는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꽤나 많은 것을 시사했던 걸로 기억한다. 

 만약의 사태가 없다면 항의를 한 사람들의 의견대로 저런 교육과 훈련은 정말 쓸 데 없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만약의 사태가 있다면 저런 몇 시간이 위기일발의 순간에서 교육과 훈련의 유무가 생과 사를 가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위기의 순간에 잠깐! 지금 연습 좀 해볼게! 하고 닥쳐오는 위기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 만약을 정말 대비한다면 바보 같아 보이고 유난스러운 것 같은 일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4

 완강기 사용법 뿐만이 아니다. 각자 다양한 사회 및 직업 환경 등에 따라 각 사람들은 자신도 알게 모르게 처해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소들이 존재한다. 높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완강기 사용법을 모르면 만약의 경우 매우 치명적인 것이고, 절단용 그라인더 같은 것을 쓰는 사람들은 도구의 날카로움이나 열/빛, 불똥 등에 의한 화재 위험이 있고 프레스 같은 기계를 쓰는 사람들이나 전기 장치나 사람을 편리하게 해주는 상당수의 물건들은 언제라도 마음 없는 흉기가 될 수 있다.


#5

 생존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가 자신의 생활이나 근무 환경 등을 생각해보고 위험요소를 방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것을 사회나 회사같은 데서 제대로 해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면 뭐 각자도생이 아닐까 싶다. 당장에 완강기를 타겠다고 하면 뉴스에 나오고 말 것이니 그것은 하지 않겠다. 다만 사용법이 어떻게 되는지 유튜브에 찾아보기는 해야겠다.


https://youtu.be/ybaWbCyv-E4


... 간단해보이기도 하지만 복잡해보이기도 한다. 당장 등 뒤가 화염에 불타오르고 있다면 유튜브를 찾아볼 시간따위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미리 알아둬야겠다.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도 다양한 안전 장비나 안전 수칙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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