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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Dec 10. 2020

증자와 돼지고기

그리고 사장의 감소된(?) 약속

#1

 어느 날 증자의 아내가 장을 보러 나가려 하는데 아들이 같이 따라가겠다 울며 보채길래, 증자의 아내는 집에서 잘 기다리고 있으면 장을 보고 돌아와서 돼지를 잡아주겠다고 했다. 장을 보고 돌아오니 증자가 돼지를 잡으려 하길래 아내는 깜짝 놀라 말렸다. 그 약속은 진심으로 한 것이 아니고 그저 달래기 위해서 한 말이라고. 증자가 대답하길 아이와의 약속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며, 약속을 하고도 지키지 않아서 신뢰를 잃는다면 부모가 그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더 이상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하며 결국 그 돼지를 잡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2

 몇 년 전에 사장이 매우 생색을 내며 스톡옵션을 조금 주었었다. 당시에는 이딴 곳에서 절대 발동 시기까지 버틸 수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발동을 할 수 있을 만큼 버티기를 성공했다. 그런데 웬걸 지금 와서 보니 계약서 상의 독소조항 및 허접한 행정처리로 인해 몇 년 전에 생색을 냈던 것보다 실제적인 효과가 상당히 감소되어 버린 것이다. 

 사실 계약서 상의 독소 조항 문제보다도 행정 처리 문제에서 너무 허접하게 진행한 부분에 컴플레인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대충 "회사가 바쁘면 그럴 수도 있다" 같은 씨알도 안 먹힐 변명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일이었지만 이 모든 상황이 상당히 열이 받길래 어떤 해명을 하나 해서 물어봤던 것이긴 한데, 이것이 직접 일을 이딴 식으로 처리한 직속 부하들만의 생각과 행동일지는 모르겠다. 아마 지금 와서 내어주자니 아까우니 회사일이 바빠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것은 뻔했다. 원래 자기가 불리할 때는 관대하고 자기가 마음껏 광증을 부릴 만한 일에는 귀신같은 사람이니.


#3

 저 사람이 제공해준, 내 반면교사가 되는 이야기야 셀 수도 없이 많지만 위의 사례에서 극명했던 것은 무엇이냐 하면, 정말 신용을 얻고 싶고 회사에 충성을 바치게 하고 싶다면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단순한 것이다. 만약 대부분의 사람이 스스로 못 챙긴 일이라고 하고, 그것이 맺었던 약속보다 과소하게 평가되는 것이었다면 자신이 몇 년 전 자랑했던 때만큼의 보전을 먼저 나서서 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걸 보니 참 딱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사실 저것도 따로 호출하길래 쳐들어가서 한 이야기였는데 이야기하니 처음 듣는 척하고 있었다. 내 전공을 물어본 걸 봐서 내가 저걸 물어보니 예리하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직원들을 가마니 취급하니 그런 것도 유쾌하진 않았다.


#4

 회사 일이 잘 되어가려면 임직원의 유능함이 제일 중요하지만 사람 간의 관계 또한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한두 사건이 아니지만 이 회사의 수령은 종합적으로 인색한(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점이 심한데 문제는 본인이 인색하다는 걸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다고 착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본인과 백두혈통을 제외하고는 이 회사의 성장의 과실이나 이런 것이 직원에게도 분배되리라고 그 누구도 생각을 안 한다. 그걸 모르고 직원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혼자 안타까워하는데 글쎄요. 본인이 진짜 해야 했던 것을 잘 챙겼다면 생각보다 직원들은 더더욱 열심히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본인과 백두 혈통이 모든 것을 가져간다기보단 정말 회사가 잘되면 우리도 잘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역량이 부족하니 어떻게 안 되는 것을 탓하는 것은 잔인한 일일 것이다.


#5

 옛이야기에서 얻어낼 수 있는 교훈과, 실제 삶에서 비슷한 사례를 만났으니 나는 언젠가 내 사업을 한다면 유능함 뿐만이 아니라 약속을 하면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는 탐색하는 중이지만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 그때까지 많은 교사와 반면교사를 통해서 성장해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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