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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Dec 11. 2020

마음속의 배드 섹터

알 수 없는 이 부분

당신이라는 내 마음의 원천 중 하나가 끊기기 전까지는

분명 내 마음의 일부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을 텐데

그리고 그곳은 온전히 그 원천으로만 가동되는 영역이었다


이제 정전이 되었었고, 금방 전원은 복구되었지만

오로지 그 힘으로만 제대로 작동될 내 마음의 일부는

검게 손상을 입어, 마음속의 배드 섹터가 되어버렸다


그 배드 섹터에 무엇이 있는지

지금 와서 되짚어보기엔 망설여진다


공유했던 취미나 관심사

자주 가던 가게나 장소들

둘이서만 쓰던 애칭, 표현이나 이모티콘들

같이 찍은 추억의 사진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그저 아득해지고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온전히 내 것일 마음의 부분은, 여느 때처럼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것의 끝에 조금이라도 마음속의 배드 섹터와 맞닿아있다면

이내 모든 시스템이 정지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더 이상 이러지 않으려면

마음속의 드라이브 오류 검사를 하든

업체에 A/S를 맡기든 해야겠지만


그 모든 것은 

내가 저 알 수 없는 검은 영역을 직시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고

내가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아진다는 것은 

저 헤아릴 수 없는 영역이 사라져서

그렇게 당신이 내게 준 모든 것이 영영 없어져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에


건드릴 수도 없고

살펴볼 수도 없는

그 부분을 하릴없이 계속 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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