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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an 18. 2023

하지 않는 것도 실행하는 것

   새로 찾아온 2023년도 2주 하고도 나흘이나 지나버린 시점이다. 시간은 너무나 빠르다. 365일을 360일이라고 단순화하면, 2023년도 벌써 5%가 지나간 셈이다. 전의 글에서 이렇기 때문에 연말에 바로 각오를 다져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구독자분들과 브런치 이용자분들에게 권유드린 바가 있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며, 나는 채찍질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믿음이요 나쁘게 말하면 방관하는 것이 내 기본적인 자세일 것이다.


   해서 사실 나도 2023년 자체에 특별한 계획을 세운 것은 없었고, 계획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계획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계획이 어그러짐에 따르는 자괴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 물론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측면에서의 자괴감에서 눈을 돌리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무엇이 더 큰지에 대해서 저울질해 본 적은 없다.


   계획보다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파라는 것은 익히 알아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목에 저렇게 써둔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서 슬슬 적지 않으면 사람들이 잡설이 길다고 생각할 것만 같다. 하지만 사실 필요한 서두였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며칠 전부터 끊고자 하는 것이 있어서 그러고 있다. 내 생활이자 내 일부였을 테니 상당한 허전함이 들지만, 좋지 않은 것임을 알고 있었고 여러모로 잠식되는 면이 있어서 이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상황에서는 이제 작심한 지 2일 정도 되는 것 같다. 무엇인가를 안 하려면 그것을 치워두는 것이 첫걸음이 된다고 본다. 곁에 두고 시험에 드는 것은 현명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를 하는 것보다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행동하는 것이 "한다"는 것이니 능동적인 면이 있다. 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으니 수동적인 면이 있고 그걸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중독성이 있는 부분도 있으며 무엇인가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바뀐다"는 점은 같다. 지구가 자전을 하고 있지만 그것을 느낄 방도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돌고 있다. 무엇인가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다소 쉬울 수도 있으나(정상적인 경우, 실행을 하지 않다가 하는 것보다 실행을 하다가 하지 않는 것이 난도가 낮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관성적으로 해왔던 것에 변화를 준다는 점은 같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식은 죽 먹기에 속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도 약간 허전함이 있다. 내가 시간가 비용을 꽤나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하지 않기로 한 이상 순간적인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간은 적응의 존재이기에 그렇게 비워낸 찰나가 순식간에 메워져 버릴 것이니 허전함을 느낄 새가 그렇게 길진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 무엇인가를 새로 하는 것만큼이나, 해왔던 무엇인가를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은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상적인 경우 후자가 아니라 전자가 어렵다(사실 금연, 금주, 금약(!) 같은 것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어려운 중독성을 가진 것들이다). 물론 사실 새해 계획으로는 금연, 금주 등이 흔할 것이다. 도전하고 달성한다면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벌써 18일이나 그냥 지나갔다고 한 해를 포기하지 말자. 사소한 것을 새로 시작해 봐도 좋다. 해왔던 것 중에 고쳐보고 싶은 것을 고치거나, 하지 않는 것도 매우 고귀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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