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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an 19. 2023

직원 채용 = 가챠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애매한 회사를 다니는 것은 나 자신이 애매한 인간이어서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탓할 문제는 아니다. 누구나 정론과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것을 행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절절한 변명이 되겠다.


   애매한 곳이고 줄 수 있는 돈도 박봉이니만큼 사실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업무 능력치는 낮다. 예외적으로 능력치가 높으면 절대로 이런 프로세스와 급여 등을 참고 다닐 이유가 없어서, 순간의 판단을 그르쳐서 들어왔더라도 금방 새 직장을 찾아 떠나갔다.


   몇 년 뒤면 한 직장에서 10년 차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자괴감과 환멸이 극심하지만, 누굴 탓하겠는가. 내 탓이다. 그리고 기절 초풍할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서 시야가 새카매지기도 하지만 일단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그런 곳이니까 그런 사람들이 오는 것이다. 돈도 별로 안 주고 여러 모로 부조리함이 크니까, 그런 것을 감수할 만한 여건이기에 와있는 사람들이 총명하지 못한 것이 도리어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결국 직원 채용이나 가챠(뽑기 게임)이나 다를 바 없다. 비싼 뽑기를 돌린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저렴한 뽑기를 돌리면 거의 대부분 그 가격에 맞는 물건이 나온다. 돈을 적게 주고 조건도 열악하니 오는 사람들의 수준도 그에 비례하는 것은 사회적 약속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글을 지금 쓰고 있냐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저 조건으로 들어온 사람들에 대해서 가르칠 생각은 없으면서도 일을 못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게 하면 면박을 주는 자들은 꾸준히 내 주변에 있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이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똑똑하지 못하다는 것이 불만의 원인인 것 같다.


   나보다 1년 정도 뒤에 들어온 직원이 있다. 분명 이해력이 많이, 많이 약하지만 성실하고 부지런하기는 하다. 두목이 그것을 용케 캐치해서 좀 답답하겠지만 잘 키워보라고 하고 맡겼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확실히 많이 이해력이 부족하고 특이한 캐릭터긴 하다.


   내가 곧 10년 차가 되는데 나보다 1년 정도 뒤에 들어왔으면 그 직원도 오래 다닌 상황인데도, 지금까지도 타박받으면서 다니고 있다. 나는 이 건에서 꽤 두목의 소질을 느꼈다. 직원은 결국 소모품이라서 어찌 되었건 최대한 오래 쓸 수 있으면 쓴다는 것이 사용인의 기본 전략이다. 그 직원은 꿋꿋하게 다니고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제일 경멸하는 것은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요구 사항만 높은 윗사람이다. 소기업 환경에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이것보다는 낫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몇 주에서 몇 달 집단 연수를 하거나 그에 준하는 무언가를 할 테니 말이다.


   이곳은 당연히 그런 것은 없다. 그냥 바로 실전에 투입된 신참 병사와 같다고 할까. 위에서 말한 직원은 꿋꿋하게 오래 다니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왜냐하면 그 외에는 엄청나게 많이 나갔으니까 말이다. 그것에 대한 책임조차 묻지 않는 형태로 허술하게 되어 있으니.


   공교롭게 내가 싫어한 사람들은 대부분 팀을 이끌던 사람들이었다. 리더였다는 것이다. 수령이 어떤 자를 뽑아주었던지간에(그가 영리하든 아둔하든 상관없다) 최대한 가르쳐서 오래 다닐 수 있게 함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냥 뽑힌 그 제로 베이스를 가지고 업무에 박치기를 시키니 잘 할리가 있는가. 게다가 헐값에 입찰되었으니 기본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준도 낮은데 그것은 외면하고 말이다.


   자신이 팀장이나 부서장이라면, 팀원이나 부서원이 도망치는 주원인은 리더한테 있는 것이다. 여기는 참 재밌게도 팀장이나 부서장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없다. 내심 그 팀장이나 부서장은 유체이탈이 된 상태인 것이 재밌다. 직원들의 탈주에 대해서 자신들에 대한 불만이 아니며 더 위에 뭐... 사장이 싫다거나 급여가 어떻다거나 해서 나간 것이라고.


   애초에 몇 년 전에 나가고 없지만, 처음 같이 지냈던 부서장이랄지 뭐 그런 사람이 있었다. 소기업 다운 주먹구구식이고도 기이한 구조라서 같은 공간에 있지만 내 부서장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부서장인 것 같은 사람이었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사람한테 별로 배운 것은 없으며, 기억나는 것은 이런 쉬운 것도 알려줘야 할 정도로 모르냐는 식으로 노려보더니 한숨 쉬면서 됐다면서 자기가 하겠다고 하는 그런 일련의 흉측한 기억.


   그 사람에겐 아주 일도 일대로 못하고 인성도 파탄난 자라고 여겨지는 모양인지, 두목의 경사 관련해서 그쪽의 퇴사 후 마주칠 일이 있어도 백안시를 해대길래 내면에서 정말 완벽한 피꺼솟이 발생했다. 남의 잔치 때조차 자기감정이 우선하는 머저리를 보기도 처음이라서. 그래서 마음 편하게 이제 두목 관련 경조사는 전부 불참하기로 했으니 오히려 잘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비록 많은 광기 어린 일화를 쌓았지만, 거의 이 회사 광인 중 GOAT급의 활약을 한 직원이 곧 나간다는 듯하다. 세상은 1등 만을 기억할 것이기에 그가 저지른 수많은 일들 덕분에 내 활약은 많이 퇴색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정말 우습다고 생각하는 점은, 그 정도 되는 직원을 뽑아놓고 자기는 퇴사한 것이 내가 정말 사회에서 만난 사람 중 손에 꼽을 정도로 경멸하는 저 사람이다.


   잘난 듯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던데 왜 그게 명언인지는 모르겠다. 뭐 나한테는 개같이 했어도 타인에게 잘했으면 그 타인이 좋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뭐라 할 마음은 없긴 하다. 그가 한 말이 무슨 말이었냐면, 일을 못해도 가르치면 되지만 인성이 글렀으면 그건 답이 없다나 뭐라나. 당신이 할 수 자격이 있는 소리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본인도 인성이 글러먹었었는데 남의 인성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지... 그래놓고 자신 있게 뽑아놓고 간 것이 진짜 세상에 이런 광인이 없을 정도인가 싶은 자를 뽑아놓고 가다니. 그 안목에 실소를 금할 길은 없다.


   가까이 있는 나무들의 뿌리가 서로 얽히듯이 사회적으로 교류하다 보면 상처 주고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조심을 할 필요가 있다. 원한을 아예 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일이니 그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아주 거리낌 없이 원한을 사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


   써놓고 보니 정말 난잡한 글이 되어 버렸다. 어차피 돈 많이 안 주고 열악하고 미래 없는 곳에 있는 직원이든, 아르바이트생이든 너무 쥐 잡듯이 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뽑기에서 나올 한계치가 뻔하니까. 물론 비싸게 뽑았는데 기대 이하면 그건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월급 도둑이기 때문이다.


   답답하더라도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인연이 길게 가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반대로 증오를 적립하기도 너무나 손쉽고 그것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서로의 소중한 삶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는 원만한 관계와 지도편달을 하는 것이 리더에게 필수적인 소양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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