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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Feb 03. 2023

익숙한 것만 하고 살면 죽는 것이다

   브런치 글을 쓰기 위해서 로그인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이메일 주소를 쓰기 귀찮기도 하지만(쿠키 등을 정리했더니 자동완성이 포맷되어 있어서) 사실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를 치는 것이 굉장히 익숙한 것이다. 다만 최근에는 QR 로그인 등이 있다. 내가 쓰는 결제 프로그램이나 인증 프로그램에서도 쓰고 있기 때문에 방금 브런치 로그인은 카카오톡 QR 로그인으로 해봤다.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를 칠 것도 없이 QR 리딩 기능을 켜고 초점을 맞추니 자판을 칠 수고가 없어졌다. 이 굉장한 편리함이라니. 그래서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남겨본다.


   내가 얻은 깨달음은 경로의존성과 관성에 대한 성찰이 첫 번째가 되겠다. 익숙한 것에 취해 새로운 것을 멀리하는 일이야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내 냉소적인 인간관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간은 배움을 기피한다는 편견이 있고 무엇보다 그 첫 번째 인증자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저 간단하고 편리한 기능이라도 카카오톡에서 내가 잘 누르지 않는 쪽에 있는 낯선 버튼을 2~3회 정도 눌러야 된다는 것은 간단하면서도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내게도 시간이 상당히 많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마도 QR코드의 편리함을 깨달은 것은 최근의 편리한 인증 프로그램에서 조금씩 스며들어온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인증서 등이든 통신사 인증이든 꽤 번거롭게 정보를 입력하고 문자가 오면 인증 숫자를 기입하고 하는 등의 절차가 있지 않은가. 물론 QR코드가 있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이 생략되는 하이패스가 되어주는 것은 아직 아니지만 꽤 많은 부분 손가락을 움직일 수고를 덜어줬다는 점에서 낯선 것에서 점차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의 로그인에서 카카오계정이나 비밀번호를 치기보다는 QR 로그인을 해보자!라는 마음이 들었고 만족스러웠기에 아마 내 취향이 바뀌고 있는 순간에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해온 것에만, 익숙한 것만 고집을 하다 보면 알고 보면 별 것도 아니면서도 그 약간의 새로운 것에 대한 확인이나 탐색을 하지 않아서 세계와 단절되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들의 시간과 세계가 개인을 중심으로 돈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개인들보단 사회나 세계나 시간과 우주 같은 것들이 굉장한 속도로 변해가는 것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변화해 가는 것들에 대해 자신이 익숙해진 것만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내 생각에 생물학적 의미는 아니더라도, 어떠한 사회적인 죽음에 가까워지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대나 사회가 변화하는 것은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 익숙했던 것들이 사라지며 낯선 것들이 계속 새로이 등장한다. 낯선 것들은 얼마든지 익숙한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아주 약간 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뒤쳐져서 없어진 것들은 다시 생겨날 일이 없다. 익숙한 것만 고집한다면 그대로 산 채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의 나이가 들어서 자신에게 익숙한 것만 고집하며 살겠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미 살아있지 않다"는 소리로 들린다. 사실 이것은 나이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개별적인 자세의 문제다. 눈에 띄는 것이야 언론에서 종종 보도되는 연로한 사람들이지만, 인간의 본성 문제이니만큼 생물학적으로 젊더라도 더 이상의 새로운 것에 대해 관심이 없으면 전자와 다를 바가 없다.


   사회에서 나이가 중요하다는 것은 얼마 전 친구에게 들은 정론으로 두들겨 맞은 참이긴 하지만(사실 포인트가 딱 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는 그 정론에 어질어질한 요즘을 보내고 있었기에 언급했다), 그래도 나는 생각해 본다. 나이가 적든 많든 끊임없이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나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7080 이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강한 영감을 줄 수 있으며, 2030 이어도 정신적으로 산송장일 수도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번에 얻은 깨달음으로 조금 더 많은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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