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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Feb 06. 2023

리더는 팀원을 탓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서쪽 바다 건너에 있는 나라의 긴 역사 속에서, 손에 꼽히는 명장이 하나 있다. 이름은 한신(韓信)이라고 한다. 고사성어를 알고 있다면 이 사람과 관련된 것이 많다는 것을 알 수도 있다.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들 쓰는 말로 다다익선, 토사구팽, 사면초가, 배수진 등이 있다. 그중에 배수진의 일화에서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해 느낀 바가 있다.


   배수진, 물가를 등 뒤에 놓고 진을 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전투 상황이나 상식적으로도 조금만 생각해 봐도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라는 것이 느껴진다. 이기면 좋겠지만 지면 뒤가 없는 상황이다. 후퇴를 하려고 해도 뒤에 물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한신이 이런 전술을 구사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신을 얕잡아 보았다. "병법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조차도 한신이 의도했던 바였다. 배수진을 친 부대가 사력을 다해 버티는 동안, 보내놓은 별동대가 적의 빈 성을 공격하여 점령하고 혼란에 빠진 적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다.


   전투 후에 한신에게 부하들이 왜 (일견 병법에도 없는) 배수진을 쳤냐고 질문을 하니, 병사들의 훈련 등이 부족하고 장기전이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지로 몰아넣고 사력을 다해 싸우게 하려는 것이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병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은 잘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서 내가 깨달음을 얻고 생각해 볼 만한 것은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좋은 리더, 나쁜 리더를 구분하지 않는다. 리더는 좋은 뜻만 있을 때 리더다. 굳이 표현하자면 나쁜 리더는 무능한 독재자 같은 것을 의미하겠지만, 리더(leader, 선도하는 자)라는 뜻을 생각했을 때 선도란 무능하거나 비판받을 자가 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제목을 "좋은 리더"로 하려다가 "리더"로 바꾸게 되었다.


   물론 한신의 인생 전체를 따졌을 때는 복합적인 평가를 받지만, 장군으로써는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므로 이 글에서는 그런 측면에서만 생각하고 있다. 그가 전쟁을 하기 위해 데려온 병사들은 정예병이 아니라 오합지졸에 가까웠다. 그는 이러한 병사들을 데리고 수많은 전투를 이겨낸다. 옆 나라의 역사 말고도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정말 위대한 장군은 있으시다. 충무공이 있으시기 때문이다. 난중일기로도 접할 수 있고,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도 볼 수 있다. 가장 극적인 것이 역시 명량 해전 아니겠는가.


   칠천량에서 궤멸해 버린 조선 수군을 수습하여 수군을 포기하라는 조정의 의견에 "아직도 12척의 전선이 있으니 사력을 내어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보고를 올리고, 기어코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낸 충무공은 역사에 그렇게 까지 많지는 않은 리더 중 한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인 사람들은 열악하거나 제한된 상황에서도 단념하지 않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마침내 그것을 성사시키는 사람들이다. 오늘 이야기한 명장들에게 정예병이 있었을 경우 훨씬 수월한 전공을 세웠을 수도 있다(충무공은 아예 실제 실적이 있으시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배수진을 치거나, 울돌목도 배수진이나 다름없었으리라. 일본 수군의 진격을 막기 위한 요충지이면서도 만약 패전한다면 더 이상의 미래가 없는 실로 벼랑 끝이었던 곳이다.


   멋진 이야기를 하다가 현실로 돌아오게 하려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최근 또는 지속적으로 보스(Boss)들의 흉흉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에 위인들의 일화를 생각하고 있었다. 윗 물이 맑아야 아랫 물이 맑다는 말은 자연계에도 통할 것이지만 비유적으로도 통한다고 본다. 두목도 그렇고 밑의 몇몇 팀장들도 그렇고 왜 그렇게 부하들의 탓을 하는 요즘인 것일까?


   언제나 부하들이 멍청하다고 불만을 표하지만, 대우하는 조건이 엉망인 이상 그런 멍청이들밖에 오지 않는 곳이다. 이는 비하가 아니며 객관적으로 말한 것이다. 반대로 유능한 사람이 잘못 들어온다고 하면 그 또한 제대로 써먹을 줄도 모르고 알아볼 줄도 때문에 놓쳐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애초에 "리더"라면서 부하 탓을 하는 것이, 사실은 자신이 "리더"가 아니라는 완벽한 증명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부족하기에 그런 행위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약간은 안정된다. 멍청하면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꼴을 보면 짜증이 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내 수명이 꾸준히 깎여 나간다는 문제는 여전하다.


   팀원이었으면 그냥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내가 있는 곳이 참 표현하기 어려운 곳이라 그런지, 팀장이 되었어도 팀원 시절과 똑같이 하려는 사람들이 절반을 넘는다. 리더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큰 규모든 작은 규모든 리더가 된다면 이끌어야 하는 자들의 특성을 파악해서 그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장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문제가 있다면 장점이 아닌 분야를 맡기고 있을 수도 있거나 아직 개화되지 않았거나. 전자라면 업무 분장을 조절하고, 후자라면 교육을 시켜야 되겠다.


   두목도 그렇고 몇몇 팀장들도 부하들이 멍청하다고 하는 취미가 있는데, 그것이 자신이 멍청하다고 동네방네 떠드는 일이며 누워서 침 뱉기라는 사실을 알 수는 없을 것이므로, 그냥 나 자신의 경계문으로 삼으려고 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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