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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Feb 23. 2023

조직 문화에 대한 생각

   최근의 며칠 동안 문화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 있었다. 이런 것을 할 때 나는 어학사전부터 살펴보곤 한다. 네이버 사전에서 문화의 1번 설명을 옮겨 적어 보겠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 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라고 적혀 있다.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며 특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1번에서 핵심이 될 부분이 눈에 띈다.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은 밑줄 친 부분과 관련이 있었는데 사전에도 분명히 명기되어 있는 것이었다.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야누스이거나 지킬과 하이드 같은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영향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모든 것이 바뀐 것은 아니다. 최근 드는 생각의 핵심이 여기에 있었다. 나는 회사 이전의 인간관계에서는 그 이전의 관계를 대하듯 여전히 행동하지만 회사 내부의 인간관계에서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내부에서 봤을 때 저런 파탄자가 또 있을까 싶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내 인지범위에서는 회사에서만 파탄자인 것이다.


   물론 "새는 바가지는 안과 밖을 가리지 않는다"는 명언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분명 파탄성 자체가 올라가기는 했다. 오랜 시간 회사의 독에 피폭되었기 때문이다. 무서운 이야기지만 이 기간이 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위험성 자체는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는 하나의 거대한 연극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가족과 있을 때의 나 자신이나 친구들과 있을 때의 나 자신 등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같은 배우면서도 배역과 역할이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사회성을 유지하는 한, 배역에 발맞춰서 연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궁금하다. 두목의 나라의 문화는 사실 엉망진창이다. 대부분 나와 똑같다. 다들 예의나 두뇌를 집에 두고 온 상황이다. 여기서 나 자신만이 똑똑하다는 착각을 하지 않는다면, 이건 개인의 문제라기보단 문화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다들 회사 밖에서는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지인도 있고 그들과 그럭저럭 지낼 것이다(나처럼). 그런데 이제 회사에서는 서로 파탄자로서 홉스가 말했듯이 그야말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아마존 관련 책을 읽고 있다. 제목은 "순서 파괴(콜린 브라이어/빌 카 지음, 다산북스, 2021)"이다. 창업자와 꽤 오래 측근으로 일했던 사람의 공동 저작인데 흥미롭다. 대여해서 읽고 있는데 사서 두고두고 읽어야 할 내용으로 생각하고 있다. 여기서 채용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는데 조직문화에 대한 부분이 있다.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설정한 조직 문화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그 문화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채용에서 나오는 편향이나 미흡함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채용하며(능력이나 성격이 좋고 나쁜 문제가 아니라 그 문화를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에서) 그렇게 반복되고 시간이 흐르면 조직 문화는 바뀌어 버린다는 것이다.


   한 회사에 오래 있었다 보니 이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입사 초기의 회사와 지금의 회사는 같은 회사지만 달라진 부분들이 있다. 대부분 개선이 아니라 개악되었지만, 이 중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이 초기에 비해서 무책임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때에도 무책임한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와서는 반수 이상은 그렇다. 수년 동안 중구난방식의 채용이 이루어졌고 회사에 기여한다기보다는 자신의 무사안일을 추구하며 복지부동에 특화된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호암 회장도 그렇고 아마존의 사례에서도 그렇고 정말 채용의 중요성에 대해 극심하게 강조한다. 사람을 잘 뽑는 것은 절반 정도의 성공이 아니고 거의 90% 정도 성공의 기반이 되어줄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한 직장에 오래 있다 보니 실로 동의한다. 조직 문화는 구성원들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을 바꿔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두목의 회사에 무책임한 태도가 만연한 것은, 무책임한 사람들을 잔뜩 뽑아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책임함이 이제는 아예 하나의 조직 문화가 된 것이다. 이 상황을 리더의 입장에서 탑-다운 경로로 교정할 수 있을까에 대해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두목이 무엇을 하든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다(사실 무엇인가를 제대로 하지도 않는다). 구성원들을 교화할 수 있는 것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즉 나에게 시사하는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조직 문화를 유지해 나가는 것은 그런 문화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냥 아무나 뽑고 난 후 그들에게 추구하는 조직 문화를 체화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도리어 반대로 그들에게 영향을 받아 조직 문화가 변질되고 말 것이다.


   언젠가 나만의 업을 일으키고 싶은 나에게 있어서, 타인의 밑에서 일을 하고 여러 지식을 구하고 직접적인 체험과 결합하는 시간은 분명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와신상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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