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요즘 언론에서도 나오는 그 김치 사기를 우리 가족도 당했다. 아주 작정한 사기 계획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집의 경우 그 결제를 한 시기가 9월 말이었는데, 당시 계속 배추가 비싸다, 김치가 비싸다, 김장 물가가 높다는 이야기가 뉴스에서 계속 나오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아주 쉽게 사기를 친 것 같다.
최근에는 남녀노소 다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니 설마 그런 사기를 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사실 약간 이상한 포인트도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무슨 쇼핑몰이라면서 무통장입금"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인지. 문제는 결제 단계에서 가족이 와서 결제가 안된다고 하기에 그것을 다시 한번 진행해 준 것인데(아마도 단순 뱅킹 오류였을 것이지만, 씁쓸하게도 그때가 눈 뜨고 코가 베이지 않을 마지막 기회였던 것이다), 만약 결제가 무통장입금만 되는 분위기였다면 나도 의심을 했을 것이지만 그것을 살펴볼 만큼 혈육의 의사결정을 의심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요즘 같이 선진화된 세상에 정해진 납기를 노골적으로 지키지 않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무통장입금을 하니 주문 확인되었다는 문자는 바로 보내던데 그 너머에 사기꾼이랑 문자를 주고받은 셈이니 꼴이 우스웠다. 그 문자 이후에는 속된 말로 먹고 튀는 것을 할 작정으로 당연히 아무것도 하지 않더니, 한 번 정도 수급이 어려워서 늦어지고 있는데 뭐 정 못 기다리겠으면 환불 처리해 주겠다는 문자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속아주는 셈 치고 내버려 두었는데 아마 그때 사기라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을 것이다. 아마 환불해 달라는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연락 두절이 된 것으로 안다. 그러니 저 문자는 기만질이자 시간 끌기를 겸한 사기 기술이었던 것이다.
느낌이 이상했던 것은 10월 초에 바로 감지는 했었으나 이미 떠난 버스가 아니겠는가? 그 사이트는 꽤 오랜 기간, 설마 지금은 폐쇄되었겠지만 거의 1달은 살아있었고 그대로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지는 어디서 퍼와서 아주 조금 만졌을 것이고, 리뷰라든지 꾸며놓은 것은 대기업의 온라인 쇼핑 서비스같이 꾸며놓았지만 사실상 이미지로 되어 있는 식의 조악한 피싱 사이트일 뿐이었다. 말하자면 찜 클릭인 것처럼 해놨지만 사실 그냥 이미지인 것이라 바뀌지 않는다거나, 리뷰도 가짜인 데다 몇 시간, 며칠 뒤에 봐도 개수가 변하지 않는다는 식이었다.
요즘 삼성전자가 5만 원 전후가 되면서 대략 오늘 기준으로 삼성전자 0.6주 정도의 사기 피해를 입은 셈인데, 기분은 물론 나쁘지만 몇 백만, 몇 천만의 피해가 아닌 점에서는 불행 중 다행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작정하고 남을 속이겠다는 자들이 활보한다는 점을 간과한 부분이 있었기에 교훈으로 삼기로 했다.
이번 경우에는 저 배짱 좋은 놈들이 포탈 광고까지 내면서 사기를 친 것으로(가족도 그래서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기들의 피싱 쇼핑몰 사이트로 유도하고 결제 조건도 수상하게 해 놓은 것이 유효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타깝게도 다른 자체 쇼핑몰 사이트 등에 대해서도 다소 의심을 하게 되지 않나 싶다. 대기업들이 중간에서 중개 수수료를 받는 경우는 지푸라기 잡듯이 걸고넘어질 곳이라도(그것도 쉽지는 않은 것 같지만) 있지만 자체 사이트는 작정하면 이렇게 악용될 여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또한 결제 조건도 정상적인 곳의 무통장 입금이면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거나(신뢰할 이유가 없는 사이트라든지) 이번처럼 무통장입금만 된다거나 하는 곳은 앞으로 거를 예정이다.
피해를 본 사람만 만 단위라고 하고 언론에서도 다루고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제보를 받는 등 계속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한데, 아직 피해자 모임 카페(?) 같은 곳은 찾아본 것은 아니다. 범인들을 잡을 수 있을지, 잡으면 우리 집의 소중한 3만 원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한국 정서에서 먹는 것으로, 특히 김치로 장난을 친 일에 대해서 어떤 결말이 찾아올지 궁금하긴 하다. 정부 기관에서 진심이 되면 금방 처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조금 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