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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Dec 17. 2020

마음의 영점을 맞추기

 퇴근 시간 되기 약간 전에 문자가 왔다. 학부 동문회에서 온 문자였는데 사실 동문 행사에는 참여할 의사가 별로 없지만 서두가 심상치 않아서 읽어보았다. 뵌 적은 없는 선배님께서 세 들어 사시는 집이 전소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이 안타까운 사연에 대해 동문회장이 동문들에게 구호를 요청한 내용이었다.


 2020년은 개인적으로 대전환적인 사건이 많았던 해였는데, 최초의 전환점은 내가 돈을 "모으는" 것(=지출관리)에 재주가 있다는 것이었고 전자책을 쓰기도 하고 그 방식을 적용하니 엄청난 스크루지로 변모하게 되었다. 다이어트에 자연스럽게 식이가 병행되게 된 것은 식욕을 참는 것도 있지만 외식은 비싸니까 자제하게 되었던 것도 매우 컸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긴축재정을 적용하고 살던 참이다.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습관은 대개 바람직하지만, 중용을 지키지 못한다면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절약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낭비벽이 있는 사람이 절약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지만, 그것이 너무 극단으로 치달아서 수전노가 되면 그것도 낭비벽만큼이나 문제가 된다. 주변에 특정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오래 유지되면서 이것이 너무 지나치게 발현된 사람들을 보면서 습관이라는 것이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던 참이라, 절약이 너무 지나쳐서 돈을 써야 할 때 쓰지 못하게 되는 것도 문제일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보낸 금액은 피해액에 비하면 푼돈에 지나지 않을 것이지만, 어찌 되었건 결정하고 행동하는데 생각보다 망설임이나 내면의 저항은 없었다. 비록 뵌 적은 없지만 내 인연인 것이고, 내 출신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은 매우 팍팍하기에(물론 나도 전공을 버리고 애먼 곳에서 잡역을 하고 있기에 나도 팍팍하지만) 그런 삶 속에서 난데없는 재난을 만난 사람들이 안타까웠기에 푼돈이라도 전달하고 싶었다.


 나는 왜 부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옛날에 가졌던 꿈은 아직도 기억하고 지금까지도 이어져 있다. 이루지 못할 것이라 외면하고 살았지만 2020년에 다시금 야망이 돌아왔으니 이번에야말로 정진해서 내 꿈을 이루겠다. 오래된 내 꿈과는 조금 다르게, 충분한 역량과 재력을 가지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되는 것도 새로이 생겨났다.


 물욕은 딱히 없으면서도 돈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지만, 뜻깊게 써야 할 때 망설임 없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내 마음의 영점은 크게 어긋나 있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직은 모을 때라 생각하지만 언젠가 궤도에 오른다면 환원에 대해서도 간과하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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