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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Dec 22. 2020

사랑의 견적

견적을 내보는 게 죄는 아니잖아

 명작은 끊임없이 변주됩니다. 매체로 노출이 많이 되면 그런 변주에 결국에 맞닿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보고 싶던 작품의 주제곡 M/V를 보다 보니 일단 16년 전의 영화부터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제목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입니다. 넷플릭스 검색창에서 "조제"라고만 치면 찻잔을 든 잘생긴 젊은이가 포스터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작품이 2004년에 개봉했던 영화입니다.


 이 작품의 원작은 소설입니다. 2004년 일본 영화가 하나 있고, 2020년 12월 10일에 개봉한 한국영화 "조제"도 이 작품이 원작입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2020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하고 국내에서는 2021년 1월 개봉 예정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저는 사실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꽂힌 상태였죠.


정리하면 우리가 수월하게 접할 수 있는 이 작품의 갈래는 네 가지 종류입니다.


1. 원작 소설

2. 2004년 일본 실사 영화

3. 2020년 한국 실사 영화

4. 2020년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위에서 이야기드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것은 2번에 해당됩니다. 2번이 저는 몰랐는데 유명한 일본 영화라고 하길래 4번에 흥미가 생긴 김에 예습(?)할 겸 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4번도 저는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있고, 3번의 경우 역병만 아니었더라도 가서 보고 싶어 졌지만 망설여지네요. 


https://youtu.be/pyDCubgU57g

(Eve 선생의 목소리에 취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4번의 주제곡 "푸른 왈츠(蒼のワルツ)")


 4번에 꽂혀 있지만 넷플릭스에서 본 2번도 기억에 남을 작품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4번과 2번은 변주가 다르다는 것을 넷플릭스에서 보고 알았습니다. 그래도 제 생각에 핵심적인 부분은 바뀌지 않겠고 그것이 주제겠죠. 저는 그것이 사랑을 견적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도 중요하지만, 사랑에 따라오는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지만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더라도 따라올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이 사랑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뒤따라올 감당할 수 없을 것이 점점 거울에 비치는 것보다도 가까이 있고 불가피하다면, 결국 사랑조차도 이기고 마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도 그렇고, 우리들도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더 깊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이겠죠.


 2시간 정도의 짧지만은 않은 러닝 타임인데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던 이야기였습니다. 감정도 꽤나 잘 전달이 돼서 의구심이 별로 들지 않는 이야기의 흐름인 것도 좋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원작을 먼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변주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한국영화로도 보고 싶어 졌습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원래도 보고 싶었지만 넷플릭스 덕에 보게 된다면 2004년 작과 비교를 해볼 수 있게 되었네요. 2004년 작에서는 주인공들의 선택은 "사랑의 견적"에 따른 것이었지만 다른 작품들에서는 혹시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원작을 모르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글쓰기가 되어버렸지만, 저는 원작 근본주의자는 아니니까요.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랑에 따라올 것을 견적하고 그것에 따라 이 사랑을 어떻게 대할지 결정하는 것에 대해 환멸이 들었더라도 그런 것도 사람의 인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점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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