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두목분석

전략 게임,회사 그리고 용인술

by 김독준

어렸을 때가 아니라 지금도 게임은 좋아한다. 좋아하는 게임 중에는 전략 게임들이 있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임은 삼국지다. 삼국지 게임에서는 난세를 통일한다는 목표를 향해 인재, 병사, 돈과 군량, 거점을 모아나가게 된다.


삼국지를 읽거나 게임으로 하거나 드라마로 보거나 할 때, 물론 유비가 제갈량을 만나기 전의 부분도 재미가 있다. 하지만 유비가 본격적으로 상황을 전환시키는 때는 그가 삼고초려를 통해 제갈량을 등용했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때 이후로 이미 막강한 적대자로 성장해버린 조조에 맞서 싸워서 결국 천하를 삼분할 수 있게 되었다.


유비 입장에서 굉장히 드라마틱한 시기이고 전략 게임의 시작 시점으로 골라봐도 제갈량을 등용하기 전의 유비의 세력은 매우 보잘것없다. 기껏해야 도시 하나 정도 가지고 있으며 가장 큰 적인 조조는 그 수십 배는 되는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 어찌 되었건 게임 상에서도 이벤트 보정이 있든 아니면 유비 세력의 장군이나 책사 들의 탁월한 유능함으로 세력의 열세를 극복 가능하다.


어찌 되었건 제갈량을 만나기 전의 유비와 만난 후의 유비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의형제인 관우와 장비가 유비가 제갈량을 너무 중시하는 것 같자 불평을 했을 때 유비는 제갈량과 자신의 관계를 물과 물고기의 관계라고 칭했다. "수어지교"라는 고사성어가 여기서 나왔다고들 한다. 그런 중시에 보답하여 제갈량은 실로 엄청난 활약을 한다. 제갈량을 얻기 전의 유비는 그저 작은 거점 하나를 가지고 있었지만, 제갈량을 얻은 후에 마침내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그중 하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렇듯 인재를 제대로 만나서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면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략 게임에서는 천하통일을 한다는 목표로 나아간다면,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곳일 것이다. 전략 게임에서는 전쟁을 무기와 외교로 하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전쟁은 물품과 돈으로 하는 것일 것이다. 수단은 다소 다르더라도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CEO들에게 제왕학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상당히 맞닿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나는 매우 영세한 회사에 다닌다. 삼국지로 치면 유요, 한현, 왕랑, 사섭 정도 되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세력일 것이다. 다스리는 거점도 적고 인재 풀도 적다. 현실 세계의 대기업은 삼국지로 치면 조조나 원소 정도 되는 큰 세력들일 것이다. 유비와 제갈량의 일화에서 생각해보기에 영세한 회사를 다니고 있더라도 훌륭한 인재를 얻어 역할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면 대기업을 이기진 못하더라도 우습게 여기지 못할 곳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쓴다는 것, 용인술이라는 것은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두목님을 통해 익힌 적이 있다. 이곳은 워낙 영세한 회사이고 수준이나 대우나 형편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유능한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 아니다. 좋고 훌륭한 곳은 인재를 골라 뽑을 수 있겠지만, 이런 곳에서는 일단 오는 사람은 막지 않고 가는 사람도 잡지 않는 것이 일상이다. 대부분 그렇게 꽝을 뽑던 중, 한번 비싸지만(연봉이 세긴 했다고 했다) 확실히 유능한 사람을 뽑은 적이 있다.


그 사람에게 일적으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 때는 회사 일 조차도 재밌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사람은 일을 잘했다. 성격은 개성이 강해서 할 말은 하는 타입이라 두목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결정적으로 두목이 자기의 옹고집을 부려 엉망인 결과물을 그 사람에게서 내도록 하고 그 얼마 안 있어서 그 사람은 퇴사했다.


이때 내가 관찰한 것은 두목이 질투가 심하다는 점과, 인재를 뽑더라도 활용할 줄 아는 것은 전혀 다른 범주에 속한다는 점이었다. 두목은 운이 좋게도 인재를 뽑았었지만, 그 인재에게 자기 요구를 강요하였다. 문제는 그런 요구가 그냥 그 인재가 알아서 하는 것보다 더 못한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기껏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뽑아 놓고 그 사람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은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았다. 그런 일이 몇 번 있고 나서는 바로 퇴사를 했다. 원래에도 능력이 있었으므로 갈 회사야 많았을 것이고 이 일로 알게 모르게 손해를 본 것은 두목이다.


종종 두목이 회의 때 부하들 보고 멍청하다며 답답해한다는 일화를 전해 듣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기본적으로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질투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좁은 식견을 내세워 강요하는데 자신보다 잘난 사람이 참아주고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만 가득 데리고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보다 못난 사람들만 잔뜩 모아놓고 일이 잘 되길 바라는 것은 지도자가 헛된 망상만 하고 있다는 의미밖에 없다.


언젠가 지도자가 된다면, 두목이 보여준 이런 것들이 나에게도 충분히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좋은 사람들을 얻는다면 그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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