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도적집단 A와 B가 있다고 하자. A의 두목 a는 노획한 물건을 언제나 인원수의 N분의 1을 해서 나눠 가진다. 예를 들어 10만큼의 재물을 약탈하고 단원이 모두 10명이라면 1씩의 재물을 나눠가지는 것이다. 반면에 B의 두목 b는 비슷한 조건일 때 자기를 제외한 단원들에게는 일정 급여 정도로만 나눠준다. 예를 들어 10만큼의 재물을 얻었고, b를 포함해 단원이 10명이면, 단원 1명에게 0.1 정도씩만을 주는 식이다. 이 경우 b는 9.1의 재물을 가져가고 9명의 단원에게는 0.1만을 주니 9명의 몫은 0.9가 될 것이다.
a와 b는 물론 더 큰 판이 벌어진다면 기꺼이 도전하려 한다 해보자. 예를 들어 10 만큼이 아닌 100이나 1000만큼의 재물이 걸린 건이지만 그만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므로 두목뿐만이 아니라 단원들의 활약도 중요하고 목숨도 위험한 일이라 해보자. a와 b는 첫 문단에서 말한 것처럼 여러 차례의 일 처리를 해왔다고 해보자. 즉, a는 얼마를 얻건 N 분의 1을 나눠줘 왔고, b는 얼마를 얻건 단원들에게는 0.1 정도만을 줘왔다.
이때 a와 b가 각각 단원들을 설득한다 해보자. 단 이번 건은 너무 위험해서 a나 b나 단원들에게 N 분의 1보다 더 크게 나눠준다고 해야만 설득이 가능하다. 단원들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을 성공시켜도 배분을 하는 것은 약속을 꼭 지키지 않을 수 있다고 여지를 주겠다. a와 b는 실제 속마음은 어떻든 간에 통 큰 공약을 걸었다.
a는 언제나 인원수의 N분의 1을 해왔던 실적이 있다. 따라서 더 위험한 일이고 a가 보여준 실적(원칙) 보다 더 높은 제안이지만(N분의 1보다 더 준다는 것은 두목 a의 몫이 필연적으로 줄어드는 조건이 될 것이므로) a를 믿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단원들에게 들 수도 있다.
b는 언제나 단원들에게 0.1만 줘왔다. 지금 1000의 재물이 걸린 일을 b가 단원들에게 하자고 하는데, 여태 해온 모습을 보면 일이 잘 되더라도 b는 999.1의 재물을 가지고 단원 9명이 0.9의 재물을 나눠주지 않을까 하는 단원들의 의심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여태 0.1만 줘왔던 b가 이번에는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한다고 100 초과의 재물을, 여태껏 해왔던 것의 1000배가 넘는 보상을 한다고 하면 믿을 단원은 있을까. 나는 매우 회의적이다.
다소 희한한 예시를 길게 들었지만 우리 두목이 하는 것과 b가 비슷해서 우화를 하나 써본 것이다. 우리 두목은 인색함에 관한 에피소드를 매우 많이 만들어놨다. 한두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단원(직원)들은 두목을 믿지 않는다. 두목은 언제나 언젠가 큰 성과를 이루면 모두가 보상받을 것이라 사탕발림을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큰 성과가 아니더라도 두목은 보상을 하지 않아 왔던 실적이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 의심으로 10원 20원도 남에게 나눠주기 아까워서 부들대는 사람이, (네가) 열심히 해서 잘 되면 1억 2억씩 줄게!라고 말해봤자 헛웃음만 나올 것 아닌가.
만약 a와 같이 쭉 자신만의 원칙을 지켜오더라도, 큰 과실이 있을 때만큼은 독점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큰 유혹일 테니까. 그리고 그 원칙을 결국 지키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b보다는 해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아마 b는 큰 한탕을 시도조차 못할 것이다.
딱하게도 우리 두목은 a 타입이 아닌 b 타입이다. 나는 a 타입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성과가 있으면 인색하게 행동하지 않고 잘 나눠야 동료들과 더 돈독해지고 더 큰 목표를 위해 전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또한 우리 두목을 관찰하며 얻은 삶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