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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Apr 09. 2021

압존법을 알아두(기는 하)자

 최근에 유튜브로 웹드라마 "좋좋소(좋소좋소좋소기업)"을 보고 있다. 이 웹드라마를 보면 씁쓸한 것이, 나는 저런 데를 다니고 있는 거라서 착잡함을 다소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9화를 보면, 우리의 주인공 조충범 군을 갈구는 상사(백 차장)가 등장한다. 갈구는 주제라는 건 사람의 꼬투리를 잡으면 한도 끝이 나오겠지만 여기서 나오는 갈굼 재료는 압존법이었다.


 나는 국어학자도 그 무엇도 아니기 때문에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겠다. 말하는 사람이 있고(화자), 듣는 사람이 있다(청자). 그리고 제삼자가 있다고 해보자. 그리고 관계(?) 설정이 아래와 같다.


화자 < 제삼자 < 청자

이병 < 일병 < 상병

사원 < 대리 < 차장


 화자 입장에서는 제삼자나 청자나 자기보다 상위자이니 존대를 하는 입장이다. 이런 관계 상황에서 청자에게 제삼자가 들어간 이야기를 할 경우, 제삼자가 청자보다 낮다면 존대를 하지 않는 것이 압존법이다.


 좋좋소 9화에서 조충범 군은 백 차장에게 자신의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할 때 "이 과장님, 이 대리님"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서 백 차장에게 갈굼을 받는다.


 압존법은 점차 없어지고 있거나 쓰이지 않는 추세라지만, 완전히 없어지기엔 아직 멀었고 우리 생활에도 밀접하다. 예를 들어 뉴스에서 고위 인사(대통령이든 국무총리든)가 나오더라도 그들의 행보에 대해 "**님이 **하셨습니다"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 이것도 압존법이다. 대의민주주의 사회, 주권재민의 민주공화국에서 국민보다 높은 자는 없으니 화자(아나운서나 앵커)들이 시청자 앞에서 고위 인사를 높이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아나운서나 앵커는 시청자를 존대하는 입장이니 "화자 <고위인사 <시청자"의 관계가 되는 것이 보일 것이다.


 압존법이 많이 쓰이는 곳은 군대라든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이것을 중시하는 회사가 있을 수 있다. 별로 신경 안 쓰는 회사도 있겠지만 일단 압존법을 쓸 줄은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괜히 백 차장에게 조충범 군처럼 억울하게 욕먹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면 압존법을 염두에는 두고, 누군가가 공식적으로 "여기는 압존법 안 써도 돼요~"하는 확인이 있기 전에는 압존법을 쓰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씁쓸한 말이지만, "약점을 잡히지 않는 것"이 사회생활에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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