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습니까 두목
우리 두목에 대한 평판이야 최악인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지경이다. 두목의 단점 또한 바닷가의 반짝이는 모래알만큼 많은데 그중 치명적인 단점 하나가 떠올라서 기록해둔다.
두목은 "좋은 두목 시늉하기"를 좋아한다. 좋은 두목인 척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좋은 두목이면 언행이 좋은 두목일 것인데, 하는 척이라고 표현하는 점에서 본질이 나쁜 두목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경청의 자세와 반영에서 여러 가능성이 존재한다.
(경청 여부 X 반영 여부)
1. 경청하고, 반영한다.
2. 경청하지도 않고, 반영하지도 않는다.
3. 경청하는 척하면서, 반영하지 않는다.
4. 경청하지 않지만, 반영한다.
4번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으므로 제외하면 가능성은 3가지이다. 이중 1번이나 2번은 일관성 점수는 높다. 경청하면서 반영하면 사람들이 좋게 여길 것이다. 경청하지도 않고, 반영하지도 않는다면 사람들은 좋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위선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3번이다. 경청하는 척하면서, 반영하지 않는 것이 최악이다. 두목의 첫인상은 그냥 흔히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중년의 존재이다. 그러면서 관심도 많은 척하고, 무언가 이야기를 하면 이 사람은 듣겠구나 하는 느낌도 조금은 준다. 물론 첫인상보다는 실제의 행적이 중요하고, 경청하거나 경청하는 척하는 점에서 일단 사람들은 다소간의 기대를 하고 의견을 낼 것이다.
하지만 1번과 달리 3 번식으로, 듣는 척하면서 하나도 듣지 않고 있음이 발각되면 그 사람의 신뢰도는 바로 불량 단계로 추락해버리고 만다. 다년간의 관찰 결과, 두목에 대한 평가는 평가자가 처음 두목을 봤을 때 제일 높았고 시간축을 따라 우하향한 식이었다. 즉, 두목을 접하면 접할수록 두목에 대한 평가는 바닥을 향했다는 이야기이다.
두목이 현직에 있으니, 두목에 대한 괴담과 기담은 순조롭게 쌓여가서 두목을 분석하는 것을 취미로 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마르지 않는 우물이요 화수분 그 자체이지만, 그래도 두목이 같잖은 전설을 써 내려가는 것 자체는 별로 즐겁지 않다. 그냥 별로 꼴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니 제발 듣지 않을 거면 듣는 척을 안 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다. 텔레마케팅 전화를 받았을 때 관심이 없으면 바로 끊는 것이 차라리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던데, 좀 비슷한 것 같다. 어찌 되었건 듣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차라리 반영하지 않을 테니 듣지 않겠다고 하는 화끈함을 가지고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두목의 위선적인 면모를 보며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