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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Apr 23. 2021

뽑아주지도 않겠지만

가고 싶은 곳도 없다

 좋소기업 N년차, 올해는 세전 월급이 10만 원 정도 올랐다. 즉, 1년으로 계산하면 작년보다 120만 원 정도를 더 받게 되었다. 참고로 작년에 연봉(N-1년 차)을 부모님에게 공개했더니 "사장이 답이 없다" 하셨다. 거기에 +120만 원인 것이니까 답이 없는 것에 120만 원을 더해도 여전히 답이 없는 금액이다.


 사실 급여나 대우가 불만이면 열심히 해서 이직을 하면 되는 것이고 그것이 맞다. 옛날에 언행일치를 하는 편인 친구에게 쓴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고, 그 말은 꽤 자극이 되어 체념하고 다니던 생활에 변화를 일으켰었다.


 브런치 북으로 "절약의 기술"을 썼었다. 어떻게 보면 이 회사에서의 N 년, 한 푼 두 푼의 수모비를 모아서 모은 자산이 함께하고 있다 보니, 근로 소득뿐만이 아니라 자본 소득이 발생할 수 있도록 되어가면서 점점 회사가 거머쥐었던 내 목숨줄은 어느덧 내 손에 들려있는 상황으로 바뀐 걸 회사는 모른다. 하긴 이런 푼돈을 모아서 종잣돈을 모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싶을 정도로 박봉인 곳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을 떠올려본다. 원작 소설은 읽지 않았다. 영화로만 따져보자면 주인공은 누명을 써서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자유를 얻을 방법을 누명을 밝혀줄 사람을 찾고 협력자를 찾는 것에 한정 짓지 않았었다. 스포일러가 되지만 굉장히 초기부터 그는 감옥의 벽을 매일매일 아주 조금씩이지만 파내고 있었다. 만약 교도소장이 탐욕과 착취에 눈이 멀어서 주인공의 자유를 방해하는 것이 주인공이 자유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었다면 소장의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었겠지만, 그가 10~20년 동안 파온 그만의 자유를 찾는 방법은 관객이나 영화 속 등장인물에게도 아주 늦게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소장의 비리를 폭로하면서 소장도 파멸시키게 되는 부분에서 나오는 카타르시스도 크다.


 물론 회사와 감옥은 조금은(?) 다르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해도 내가 느리지만 천천히 다져놓았던 것들이 있는 한 회사에 구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역시 일을 하게 된다면 보람차고 즐겁게 할 수 있으면 했다. 물론 그러기엔 가진 역량도 부족하고 하지만, 각종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어봐도 마음에 드는 곳은 별로 없다. 그러니 고용인의 입장에서 몇 년째 유지된 나의 입장은 제목처럼, "(다른 데서) 뽑아주지도 않겠지만, (나도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수모 비용을 열심히 모은 것은 헛되지 않게 나에게 다소간의 여유와 안정을 주었지만, 다른 회사도 결국 비슷하다는 점은 정보 조사를 하거나 풍문을 듣거나 하면 알 수 있는 일인지라 푼 돈을 받으며 이곳에 있는 것에 대해 열심히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도 작은 것이라도 리더의 마음가짐으로 할 수 있기를 바라고, 고용인으로서의 생활은 이 회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것은 사실이고, 그렇기에 우리 두목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단점을 성찰하는 것은 미래에 내 사업의 양분이 될 것이니, 박봉인 것에 대해 너무 우울해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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