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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Apr 26. 2021

좋소기업을다니며 당하는 고통

아둔한 혈통이 편

 내 두목의 마을에는 두목의 혈통들이 있는데 영민한 친구들은 아니다. 아무리 체계도 없고 근본도 없는 것이 좋소웨이라고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주에서라면 최대한 개선 및 개량된 것을 적용하려고 하는 편이다. 원래 좋소 스타일로 처리하자면,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일을 이상하게 하면 나무란다"가 방침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방법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므로, 일단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대신 알려준 만큼 실수가 반복되면 엄격하게 지적하는 방법을 사용 중이다.


 아무리 젊은이의 무덤인 이곳이라 해도, 저 방식은 생각보다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오는 젊은이들이 어딘가 다소 나사 빠진 첫인상을 준다고 해도 그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과정이니 조소를 하는 것보다는 일단 인내심을 가지고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혈통 중 하나가 너무 압도적인 폐급성을 보여주고 있어서 지금도 명치가 답답하다.


 어찌 되었건 혈통은 특권계층이고 그 외에는 인도의 카스트로 치면 수드라 정도(천민)이기 때문에 혈통들이 싸지르는 대로 일을 해다 바치는 구조이긴 하지만, 두목의 마을에서 꽤 유서가 있는 광기의 보유자인 나는 혈통들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일을 이상하게 처리하면 지적을 하는 편이다. 지금 매우 열 받는 이유는 한두 번 지적한 것이 아닌데 전혀 개선되지 않는 점이다.


 아둔한 혈통이가 현재 저지르고 있는 실수는 참 딱한 레벨의 실수를 반복적으로 한다.


1. 나와 혈통이는 부서가 다르다.

2. 혈통이보다 내가 직급은 높다.

3. 업무 흐름이 혈통이가 요청한 것을 내가 처리해줘야 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4. 그런데 혈통이가 급박하게 진행되는 건임에도 매번 메일만 하나 던져놓고 멍 때리고 있다.

5. 그리고 이 일이란 혈통이 기준에서 급한 일일 뿐이다. 나에겐 타 부서 일일 뿐.


 타 부서이고 상위 직급인 직원에게 사실상의 명령문 하나 보내 놓으며, 그걸 확인하고 직접 다 해다 바쳐야 하는 상황은, 유서 깊은 광인인 나에게 있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매번 정제된 어조와 표현으로 지적을 하지만 전혀 개선이 없다. 이 때문에 지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다. 놀랍게도, 좋소에서는 자기 급한 일을 남에게 부탁해야 하는 주제에 메일 하나 써놓으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얼간이들도 즐겁게 회사를 다닌다.


 센스라는 것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필수요소는 아니다. 센스가 있으면 조금 더 원활한 진행을 할 수 있는 것일 뿐 센스만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으면 그것을 반복하지 않도록 바뀌는 모습이 필요한데, 매 이런 무리한 요청 건 때마다 지적을 하는데도 계속 반복을 하니 속에서 천불이 난다.


 뭐 이런 노답적인 존재들과 같이 일을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해서 눈물 나는 수모 비용을 벌어놔야 하는 서글픈 인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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