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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y 10. 2021

적당히 취업하기 1: 지피지기

지피지기 백전불태, 남을 알고 자신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미안하지만 그 무엇도 기대하지 않고 이 글을 눌렀기를 바란다. 좋은 회사에 가는 법, 그런 건 나도 모른다. 처음엔 적당한 회사 가는 법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적당한" 회사 일리가 없기 때문에 이 연작의 제목은 "적당히 취업하기"가 되었다.


 이 글이 도움이 될 법한 사람은 딱히 잘하는 게 없고 스펙도 없고 학벌도 자격지심이 있거나 문과이거나 이과여도 전화기가 아니거나 그런 애매함을 보유하여, 사람들이 선망하는 곳의 월급쟁이가 될 확률이 희박한 사람이 대상이다(취업준비생이나 이직을 고려하거나 하는 사람들이 대상이 되겠다). 참고로 통계를 보면 대략 월급쟁이의 10명 중 1명 정도만 대기업&중견기업 다니니까 10명 중 9명이 대상인 글이니까 생각보다 예상 독자는 많을 것 같다.


1. 지기: 자신을 알자


 예상 독자들에게 현시점에 필요한 것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어차피 "적당히 취업하기"이므로 능력 개발은 생략한다. 진짜 능력 개발을 할 수 있으면 "적당히 취업하기"보다는 더 성공적인 취업을 할 것이다. 그러니 생략한다. 자기가 지금 이 순간 어떤 사람인지 생각한다. 자신의 성격을 생각해보고, 자신이 지향하는 스타일을 생각해본다. 대략 아래와 같은 요소들이 있다.


- 외향성/내향성: 조선에서는 외향적인 것을 숭상하기 때문에 외향적인 게 좋겠지만 뭐 내향적인 사람도 당연히 존재한다. 당신은 어떤 스타일인지 생각해본다.

- 급여의 수준: 여러 모로 급여 수준이 모든 악재를 씹어먹는 타입의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고, 일 덜 하고 돈 덜 받자가 신조인 사람도 있을 수 있다.

- 하고 싶었던 일이 있는지, 아무 생각 없는지 :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좋지 않은 조건에서도 비슷한 경로로 커리어 진행이 가능할 수 있다. 반면에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일이나 하는 경우, 높은 확률로 물 경력행이 되므로 사실 아무리 적당히 취업하기라지만 하고 싶었던 일에 가까운 길이길 권장한다.

- 정치력/파벌 민감성: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인간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온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갈등이 첨예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을 수 있고 천차만별이다. 자신이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아는 것뿐만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 수준을 예상해야 한다.

- 문화 순응력: 수평적 문화는 수평적 문화니까 좀 나을 수도 있지만 조선의 상당수는 상명하복의 수직적 문화에 익숙하다. 만약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성정을 가진 사람이 수직적 문화의 회사에 간다면 인생이 피곤해질 수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있겠지만 머리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더 세부적인 예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요지는 현시점 본인의 스타일이나 성격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급여는 짜더라도 문화는 수평적이어야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모든 조건이 쓰레기 같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 버텨낼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이것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어차피 모든 조건이 좋은 회사는 대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없을 것이고, 작은 곳은 심각한 하자가 대부분 있다. 이런 부분에서 자기 스타일에 안 맞는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미리 계산을 해봐야 한다. 이것이 "적당히 취업하기"의 시작점이다.


2. 지피: 회사를 알자


 우리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고, 수요가 있어서 공급이 생긴 건지 구인 구직 사이트나, 정보 공유 사이트, 회사 리뷰 사이트 등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정리해봐야 한다. 이 노력이 자신과 맞지 않는 회사를 초장에 회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 일단 어느 정도 다양한 샘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리뷰가 10개 정도 있다면 다 읽어본다. 만약 리뷰에서 7~8개에 반복돼서 나오는 포인트가 있다면 그것은 실제 그 회사에 있는 특성일 수 있다. 반대로 거의 나오지 않는 의견이 있어도 무시는 하면 안 된다. 다만 중첩되는 것들이 그 회사에서 실제 두드러지는 점이라는 것뿐이고, 모든 의견은 중시해야 된다.


- 리뷰 사이트 등에 리뷰가 어느 정도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리뷰 수가 매우 적은 것)에서도 읽을 수 있는 정보가 있다. 대개 리뷰가 아예 없으면 더 영세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리뷰가 아예 없으면 다양한 샘플을 얻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거르자. 아무리 "적당히 취업하기"라지만 블라인드식 입사를 하는 경우 지피 기능을 아예 생략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랜덤 취업에 가깝게 되므로 어지간하면 확실하게 불행해진다. 그러니 정보 자체를 얻을 수 없는 회사의 경우 조심하고 어지간하면 고려 대상에서 빼야 한다. 리뷰 어느 정도 나오는 중소기업이야 꽤 많다. 굳이 리뷰도 거의 없는 곳 가서 인생에 필요 없는 것을 데어가며 배울 필요는 없다.


3. 정리


- 지기: 자신의 성격이나 라이프스타일 등에 대해 검토해서, 다닐 수 있을만한 회사의 아웃라인을 그리는 것

- 지피: 회사의 정보를 얻어서 위 아웃라인에 어느 정도 합치가 되는 회사인지 판정한 뒤 접근하는 것


 실로 별 것 아니지만, 이것만 어느 정도 해도 몇 주, 몇 개월 만에 영혼이 전부 탈곡되어 도망치듯 퇴사해서 정신과에 다니는 일을 꽤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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