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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y 10. 2021

울고 싶지만, 울지 않는다

울어봤자 바뀌는 게 없기 때문이지

 한 주의 개시부터 상사에게 성질을 내며 광인의 길을 걷고 있다. 저번 주부터 웬 미치광이들이 자꾸 나를 귀찮게 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오늘도 개시부터 답정너 짓을 시키고 앉아있으니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이다. 엑셀 시트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 이렇게 바꾸라고 하면 되는데, 왜 자꾸 다른 부서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으니 라고 되지도 않는 조건문을 만드는 건지.


 게으르든가 겁이 많든가, 뭐 대충 그런 한심한 이유로 이 회사에서 고인 물이 되어가는 중인데 역시 우울함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데서 이런 대접을 받으며 찌질이로 지내다니. 하지만 마음과 머리 한 구석에 내 주제는 잘 알고 있으니까 이 회사를 박차고 나가진 않는다. 내가 쓸 모 없다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단비처럼 찡찡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사실 그래 봤자 바뀌는 것도 없다. 다른 사람들도 다 먹고살기 힘든데, 찡찡대는 것은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빼앗는 일이 되기 십상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찡찡이라는 평판의 꼬리표가 붙는다면, 점점 고립될 것이 자명하다.


 더구나 찡찡댈만한 마땅한 사람도 없는 듯하다. 애초에 이런 행위가 좋은 것도 아니지만 할만한 사람도 없는 내 좁은 사교 범위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순간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찡찡대고 싶지는 않다. 소중한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가 아무튼 기분이 너무 좋지 않고 꽝꽝 울고 싶긴 하지만, 울어봤자 바뀔 것은 없고 다른 사람 붙잡고 힘들게 할 - 누울 자리를 보고 눕는다는 것은 철저히 지키고 있으니까 - 수도 없으니 이쯤 되면 다시 담담해진다. 울어봤자 달라지는 게 없고 시간은 흐를 것이다. 30대 정도 되니 내 기준에선 그렇게 담담해져 가는 듯하다.


 사실 울기를 선택하기보단 그 시간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그러니까 다 때려치우고 키보드를 샷건을 치거나 하릴없이 꽝꽝 우는 것 같이 무의미한 것을 한다기보다는, 브런치에서 글쓰기 연습이라도 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내 약점을 승화시킬 궁리를 한다. 허접하고 애매한 회사에서 깨달은 것들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글을 써야겠다. 주제는 아마 "적당한 회사를 가는 법"이 될 것이다. 머리가 아프고, 기분이 좋지 않고, 울고 싶지만, 그 시간과 욕구를 다른 것으로 전환해야 될 것이다. 그게 내가 혼자서 추구해나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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