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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y 07. 2021

읽히지 않는 글을 계속 쓴다는 것

이 또한 즐거운 일이다

#1

 스마트 체중계의 기록을 살펴보면,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체중 12Kg를 줄였다. 일단 확실히 티가 나는 모양인지, 살이 빠졌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위의 사실대로 말하면 칭찬을 해주는 것 같다. 체중 감량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언제까지 운동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도 종종 받는다. 내 대답은 "앞으로 평생 운동을 하기로 결정한 거라서 체중이랑은 상관이 없다"이다. 여기서 무엇이 우선인가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즉, "체중을 줄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과 "운동을 해서 체중이 줄어든 것" 중 어느 쪽이 우선이냐에 따라 비슷한 것 같지만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운동을 한다면, 목표로 하는 체중이 달성된다면 목표가 달성된 것이고 다시 체중이 늘어날 때까지 운동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목표 자체가 운동을 계속하는 것인 경우, 체중의 변동은 부차적인 것이고 일종의 보너스라고 할 수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그 자체가 목표이고 오로지 그것에 주안점이 있다. 체중이 줄어든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을 바라면서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2

 아마도 나는 브런치를 글을 쓰기 위해 이용하지, 이 플랫폼을 통해 다른 사람의 글을 잘 읽지는 않는다. 그런 주제에 내 글이 많이 읽히길 바라는 것은 나는 남을 팔로우하지 않으면서 남은 나를 팔로우를 하길 바라는 것 같은 이기적인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내 글이 읽히든 읽히지 않든, 공유되든 공유되지 않든, 호응이 있든 없든 내 글을 계속 써서 모아가려고 한다. 나는 운동과 체중 이야기를 먼저 한 것처럼, 내 글을 계속 써나간다는 것만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호응과 댓글과 공유를 받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써나가면서 그중에 도움이 되고 울림이 있는 글들을 써낼 수 있게 된다면 언젠가는 조금씩이라도 호응과 댓글과 공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을 계속 써나간다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거울로도 삼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피드백해줄 수도 있을 것이고, 글을 매개로 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별로 그런 것이 없지만, 무엇이 우선일까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계속 글을 써나가면 된다. 어떻게 보면 블로그든 브런치든 정적이 감도는 공간에 홀로 아무도 읽지 않는 벽보를 붙이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이것이 모이면 최소한 내 글 실력이나 사고력만큼은 향상된다. 물론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니 작가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때도 다시 생각하기를, "글을 쓰다 보니 작가가 된 건지,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인지"에 대해 이미 내 답은 정해져 있다.


#3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외국의 어떤 사람이 도끼 한 자루를 가지고 2~30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멋진 목제 예배당을 지어낸 사례를 기억한다. 영화 "쇼섕크 탈출"에서 앤디 듀프레인이 쇼섕크를 탈출하기 위해 들인 시간은 장장 19년이었다. 고사성어 "우공이산"의 사례도 있다.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라는 영어 속담도 있고 인생의 진리는 비슷비슷한 듯하다.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사례와 비슷한 말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읽히지 않을 글을 쓴다 해도 뭐 어떠한가. 내 생각과 경험을 잘 정리해서 나를 발전시키고, 글 솜씨를 길러나가고 있을 것이다. 또한 묵묵히 해나갈 수 있으면 주위에서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해나갈 수 있는 추진력 또한 생겨난다. 남들 눈에 들기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니니 타인의 관심이 동력이 아니라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이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묵묵히 글을 써나가자. 글 하나가 묘목이라면, 이것을 꾸준히 황무지에 심어나갈 수 있으면 언젠가 그곳은 반드시 푸른 숲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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