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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y 19. 2021

돈을 통제하는 즐거움

그리고 나만의 (한도 내에서의) 사치

#1

 브런치 북 "절약의 기술"을 썼듯이(무려 완독자가 두 분이나 된다! 격렬한 감사를...!), 나는 지출관리를 매우 중요시하고 이행하는 것에 철저한 편이다. 돈을 통제하면 좋은 점 중 하나를 오전에 하나 경험해서 기록을 남겨둔다. 누구나 돈의 출납을 완벽하게 통제한다면, 온전히 그 돈을 썼을 때 얻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충동적인 소비 자체도 적어질뿐더러, 다소 충동적으로 돈을 쓰더라도 그것이 설정된, 허용되는 범주라면 망설임 없이 질러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거울 수 있다.


#2

 돈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이미 브런치 북 "절약의 기술"에서도 써놨지만 사실 거기에는 당연한 내용이 있을 뿐이다. 돈을 통제하는 것이란 개념은 간단하니 다시 언급해두겠다. 그러니 굳이 내 브런치 북을 보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 돈을 통제한다는 것은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전부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는 널리고 널린 가계부 앱이나 어플을 쓰거나, 엑셀이나 워드 프로세서를 쓸 수도 있겠다. 수단은 상관이 없지만 내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 1원 단위까지 철저하게 파악하는 것이 돈을 통제하는 것이다.


#3

 내가 매일 운동을 하기로 결심하였다는 것은 내 글들 몇 개에서도 찾아질 요소이다. 그래서 보통 평일에는 1회 2시간을 실내용 자전거를 타고, 휴일의 경우 2회 4시간을 탄다. 사실 그냥 돌리면 정말 지루할 테니, 유튜브나 10년을 써온 아이팟 클래식을 써서 유튜브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했다. 오늘은 석가탄신일이기 때문에 휴일이어서, 오전에 실내용 자전거를 돌릴 때 결심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지르기로 한 것이다. 부가세를 포함하면 10,450원인데, 1달을 30일로 쳐서 나누면 1일에 348.33원을 이용료로 내게 되는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사실 광고도 광고지만 백그라운드 기능이 없어서 불편한 것이 제일 컸다. 반쪽 자리를 스탠더드로, 온전한 것을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마케팅에 다소 불만은 있으나, 그것이 그들의 매출 발생 전략이니 어쩌겠는가. 아쉬운 쪽은 나였으니 목마른 쪽이 우물을 파는 것이다.


#4

 처음에는 뮤직 프리미엄보단 유튜브 프리미엄을 염두에 두고 한 결정이지만, 나는 최근 내 생각보다 유튜브를 음악용으로 쓰고 있었기에(이제 10년 된 내 아이팟 클래식은 총을 쏴서 편하게 해줘야 할 정도로 노쇠화되었다), 굉장히 편리함을 느꼈다. 또한, 백그라운드 기능을 쓰면서 네이버 시리즈로 사둔 전자책을 읽는데도 편리함이 컸다. 즉, 1. 자전거를 돌리면서 2. 음악을 들으면서 3.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을 348원/일에 가능하게 된 것이니, 지금 비록 1개월 무료로 쓰기 시작했지만 이것에 돈을 쓰는 것은 실로 좋게 돈을 쓰는 것이라는 판단이 되었다.


#5

 돈을 통제하는 자의 사치라는 것은 일단 한도가 낮기에 사치라는 말을 적용하기에 어폐가 있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지금까지 쓰지 않은 것에 돈을 쓰거나(구입) 계속 쓰거나(구독 경제)하는 것은 늘 신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나는 사치에 속한다고 여긴다. 내 통신비가 21,000원/월이 안되는데 통신비에 가까운 비용이 매달 10,450원 발생한다는 것이 아주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이에 대해 "고민(프리미엄을 쓸까 말까)"은 하지 않았었고, 백그라운드 기능을 쓰고 싶으니까라는 이유로 지르는 것은 매우 빨랐다. 두목의 회사에서 물건 사는 것을 거의 고문용으로 쓰는 작자들이 있었어서, 물건 사는 것에 고민하는 것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한동안 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가지고 싶은 물건은 딱히 없었기 때문에 사지 않았고, 가끔 사고 싶은 것이 생긴 경우 그렇게 까지 고민하지 않는 것을 나만의 사치로 삼았다.


#6

 돈을 통제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철저한 한도가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돈을 통제하는 어떤 사람에게 100억 정도 있으면 1억 정도(1%)는 임의 처분 가능 한식으로 행동할 수도 있겠다. 나는 1%보다도 훨씬 낮은 한도로 설정되어 있다. 나는 한 0.1% 정도로 설정된 것 같지만, 그 한도만큼 고민을 할만한 것을 가지고 싶지 않지만 어찌 되었건 한도가 있어야 제동 장치가 되는 법이니 설정해놓고 있다. 확률은 낮지만 한도 이상의 것을 사기 위해서는 자아의 치열한 논의가 진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한도 이하의 경우라면 그렇게 까지 고민하지는 않는다. 고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두목의 회사에서 노비 생활을 하면서 절절히 혐오하게 되었으니까. 다만 그래도 돈을 통제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돈을 최대한 유용하게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어차피 충동구매는 별로 기쁨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어지간하면 정말로 즉흥적이다 보니, "절실함"이 부족하기에 마음이 바뀌는 순간 바로 후회하기 쉽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경우, 내 마음속 리스트에 꽤 오래 있었고, 1달 무료 체험이 있으니 테스트를 해볼 수 있기도 해서 리스크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매우 마음에 든다는 점에서 완벽하다. 그래서 종종은 나를 위해 사치를 부려주기로 했으니 내게 주는 선물로 선정하였다. 지금도 이 글을 작성하면서 뮤직 프리미엄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역시 돈을 통제하는 것도 즐겁지만, 종종은 일탈스러우면서도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한도 미만이어야 하겠지만) 사치도 부리는 것도 역시 인생의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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