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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y 22. 2021

소모품 취급의 극복

#1 회사에게 있어서, 직원은 소모품이다

 회사 리뷰들을 읽어 보다 보면, 직원들을 소모품 다루듯이 한다는 것이 단점이고, 개선을 바라는 점이 직원을 소모품 다루듯이 하지 말아 달라, 뭐 그런 이야기들이 꽤나 많이 보인다. 이 나라의 회사들은 대충 그런 모양이고, 내 두목의 회사도 비슷하다. 소모품 취급 끝에 영혼이 마모돼서 사라져 버린 망령(내 전 동료들)들을 헤아려보면 수십 명은 된다.

 다년간의 관찰의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회사에게 있어서 직원은 소모품이라는 사실이다. 즉, 소모품을 소모품 다루듯이 하고 있는 것뿐이다. 사용자들에게 있어 직원이나 휴지나 커피믹스나 복사지 종이나 비슷한 존재이다. 형태가 다른 점이 차이점일 뿐. 용도가 다한 소모품은 교체되듯이, 마모가 다된 직원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체하는 새로운 직원이 나타난다.


#2 자구책의 강구

 우리가 소모품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쓰고 싶으면 종이컵 쓰고 자료를 일단 컬러 출력부터 하고 보듯이, 고용주들은 직원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은 하겠지만 실제로는 직원들에게 소금을 뿌리고 진흙을 뿌리며(각종 패악질) 막 쓰다가 망가지면 버린다. 그들이 달라지길 바라는 것은 어설픈 생각이다.

 하지만 인간은 종이컵이나 복사용지랑 다르게 살아있다는 점이 다르다. 보통의 소모품은 온전히 쓰이는 대로 그것을 받아들이겠지만, 인간은 살아있으니까 저항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저항이 나를 소모품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에서 멈추면 절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직원이라는 형태의 소모품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3 자구책 1 : 단순 소모품에서 정밀 소모품으로 진화할 것

 회사에서 당신이 담당하는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신은 단순 소모품이다. 필요 없어지면 가장 먼저 버려질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고 통보를 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아주 무방비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정밀한 소모품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돈과 시간을 써서 유능해진다는 것이다. 회사가 회사의 돈과 시간을 써서 소모품을 향상하는 좋은 회사도 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각자도생의 지옥이니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어차피 회사는 필요한 일만 커버되면 되고, 이를 위해 효율성보다는 시간과 인력을 갈아 넣는 무식한 방법으로 극복하려 드니까 직원 개발에는 관심 없다. 결국 자기 계발은 사비를 쓰고 사적인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

 유의할 점은 돈과 시간이 있어도 체력이 남아있지 않으면 자기 계발을 할 수가 없는 점이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월급을 받은 만큼만 일하고 몸과 정신을 아껴야 한다. 열정과 충성을 바칠 만한 사용자를 만난 것이 아니라면, 철저하게 받은 만큼만 해야 된다.

 회사는 알고 보니 소모품의 성능이 좋다면(좋아졌다면) 쾌재를 부를 것이다. 게다가 따로 들인 것도 없는데 성능이 좋아졌다면 같은 돈으로 더 뽑아먹으려는 심보를 부릴 것이 뻔하므로, 유능해진 것은 "적절하게" 관리한다. 과거보다 더 유능해졌어도 월급을 받은 만큼만 일해야 한다. 불필요하게 유능함을 드러내지는 말자. 같은 값에 이용이나 잔뜩 당할 위험이 있다.

 당신은 이제 유능해졌으니 8시간 걸릴 일을 6시간 걸려서 할 수 있게 되었고 적절하게 조치했다면 회사는 이것을 모를 것이다. 어차피 회사에서 단순 소모품 시절에 8시간 일하는 것을 상정해서 월급을 받는 것일 테니, 이제 6시간 걸려서 하면 월급 받을 만큼은 일한 것이다. 그러면 이제 계약과 의리는 다한 것이다. 남은 2시간은 당신의 것이다. 그래도 정(?)이 있을 것이고 주위에 보는 눈이야 많을 테니, 해왔던 일들의 범위를 약간 넓히거나, 새로운 업무 관심사를 개척할 수도 있겠고, 그저 업무 강도를 낮추는 것도 가능할 것이니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4 자구책 2: 회사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방향 추구(투자, 부업 등)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해고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크나큰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원인은 실직이란 생계에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계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다면? 받게 될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나의 경우 연차가 쌓일수록, 박봉이어도 악착같이 모았기 때문에 이것이 종잣돈이 되었다. 이것이 심리적인 안정을 주어 결과적으로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감소했다.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물론 내 주제를 알기 때문에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어찌 되었건 때려치우는 게 자멸이 아니라는 점이 주는 위안은 내 광기를 완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내 주위를 관찰했을 때, 회사의 영향력을 감소시키지 못한 경우, 즉 생계의 원천이 회사에 전부 의존하는 경우와 겸해서 개인 역량이 단순 소모품이라 이직도 못하는 사람의 삶의 만족도가 제일 낮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회사를 다니기 싫지만 다니지 않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해서 이직을 할 수 있는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야말로 불만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모습을 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직장인의 장점이라는 것이 적든 크든 일정한 급여가 정기적으로 획득되는 것에 있다고 본다. 이것을 모아서 자산 투자나 자기 계발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찾아보면 투입 자본이 적은 사업들, 심지어는 무자본 사업들도 대두하는 세상이다. 효과적으로 부업을 키워나간다면, 계속 부업으로 하며 추가 소득을 얻을지 아니면 전업을 할지 고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부업이 있다면 회사가 절대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니 무섭지 않고, 전업을 할 생각이면 회사를 떠나게 될 테니 더욱 상관없을 것이다.


#5 정리

- 사용자의 호의를 기대하지 말고, 압도적인 실력을 키워야 한다

- 이를 위해 돈과 시간을 써서 유능해지자(하지만 유능해져도 너무 드러내지는 말도록)

- 유능해지기 위해 필요한 체력을 아껴라(그러니 적당히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해라)

- 회사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 급여 외의 현금 흐름을 만들어라(저축, 투자, 부업 등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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