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독준 May 21. 2021

적당히 회사 다니기 2: 일찍 출근

바로 일하지는 말고, 출근만 일찍.

#1

 적당히 회사 다니기 1: 판정과 약점에서 예를 들었던 판정 포인트 중 하나가 출퇴근이었다. 출퇴근은 성과 파악을 못하는 회사일수록 꽤나 유의미한(?) 척도로 기능한다. 개인의 성과를 파악을 할 줄 모르더라도, 언제 출퇴근했는지는 기록이 남거나(리더기), 수기로 쓰거나 할 테니 근거가 남는 것도 그럴싸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충성심"이라는 척도가 고과에 반영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 충성심의 근거로 "저는 그 누구보다 일찍 나오고 그 누구보다 늦게 퇴근합니다"라는 것이 자랑의 전부라면 개인적으로는 무능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을 것이다.

 어폐가 있을 수 있어서 바로 부연 설명하자면, 물론 저렇게 근로시간을 많이 잡아가면서 실제 낸 성과 자체가 무던한 1인분보다 크다면 가성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충성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본 출퇴근 집 착가들의 경우 대부분 그저 일찍 오고 늦게 갈 뿐, 딱히 열심히 하는 일은 없었다. 정말 일찍 오고 늦게 가긴 하는데, 그뿐이고 실제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기록만 그럴싸해 보이고, 그런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조금 코미디 같다(개인적으로 근로시간만 많고 실제적인 성과가 낮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2

 출퇴근이라는 것은 반복적으로 시행되는 것일 테니, 이력이 쌓인다. 그리고 쌓인 이력은 통계화할 수도 있는 법이다. 고등학교에서 통계를 배우면 정규분포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일정 이상의 데이터가 있으면 정보를 정규분포로 변환하여 사용한다. 이 개념을 사용했을 때 나는 평균 08시 30분쯤에 도착하고 +-15분 정도의 범위인 것 같다. 즉 빠르면 8시 15분에 오거나, 늦어도 8시 45분에 오는데, 대개 08시 30분쯤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출발 시간을 잡는다.

 이쯤 오면 1등으로 출근하는 것은 아니나 꽤 상위권 출근 기록을 하다 보니 다른 직원들의 출근 시간도 어느 정도 일정함을 관찰 가능하다. 어떤 사람은 대개 08시 50분쯤 나타난다거나, 08시 55분쯤 나타난다거나 하는 식이다. 아마 나와 비슷하게 +-15분 정도의 범위가 비슷비슷하다면, 08시 55분에 출근하는 사람은 비가 오거나 교통 체증이 있거나 대중교통이 마비되거나 하는 경우 09시 10분이나 그것보다 더 늦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도착 목표 시간이 지각 판정 5분 전이니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면 회사에 괜한 시간을 더 들이지 않는 세련된 정책일 것 같기도 하지만, 지각하면 약점은 잡힐 수도 있으니 출근시간에 딱 맞춰 다니는 것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3

 일찍 출근하라고 했지, 일찍 일하기 시작하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일은 정해진 업무시간부터 하면 족하다. 미리 가서 할 일을 준비하고 정해진 업무 시작 시간에 바로 시작하라는 식의 이야기들도 많이 하지만 그런 것도 정해진 시간부터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약간은 일찍 와서, 일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하길 권한다. 일은 무조건 정해진 시간 이후부터 하는 것이다. 준비가 필요하다면? 그것도 정해진 시간 이후부터 하면 된다. 일에 해당하는 것은 다 근로계약서에 쓰인 시간 내에 하고. 물론 어느 정도 일하는 척을 하면 더 완벽할 테니 이것은 눈치껏 하자.


#4

 일찍 출근하면 좋은 것은, 지하철이나 버스가 간발의 차로 플랫폼에 들어와서, 내가 땀나게 뛰지 않으면 탈 수 없는 그런 순간을 그냥 스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 사람들이 막 내 옆으로 뛰어가고 있지만, 나는 저것을 타지 않아도 아직 시간 여유가 되니까 보내고 다음 것을 타고 가도 된다. 상황은 나와 비슷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차를 놓치기 싫어서 뛰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저것을 놓치면 지각할 테니 뛰어야 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선택권이 없는 상황은 짜증이 나니까 이제는 이런 일을 줄이고 있다.

 또한, 급히 서두르다 보면 물리적으로도 다치기 쉽다. 넘어지거나, 미끄러지거나 하면 이제 나이도 들어가니 낫는데도 오래 걸리는 법이니까, 몸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아직은 근로소득이 전부인 직장인 아니겠는가. 고로 몸을 제일 소중히 여겨야 하는 법. 그러니 급히 서둘러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음으로써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출근 시간은 넉넉하게 하는 것이 좋다. 괜히 근태에 대한 빌미도 주지 않을 수 있고. 그래서 요즘은 일찍 와서 내 할 일(회사 일은 절대로 아닌)을 조금 하고, 일을 시작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과이불개, 시위과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