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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y 22. 2021

억울하면, 어서 유능해져라

 나는 5년 이상 한 회사에 다니고 있고, 자연스레 견문이 좁은 우물 안 개구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개구리의 시선일 뿐이지만, 내 기준으로 상당히 유능하다고 생각했던 세 명의 고용인들이 있다. 이들은 성격은 상당히 특이(매우 괴팍)한 면이 있었지만 전문 분야에 대한 확실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여러 가지 지적과 조언을 받았던 시기가 내 발전에 있어서 꽤나 도움이 컸었다. 그들의 조언대로 했으면 좀 더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과거의 나는 체력도 없었고 의욕도 없었어서 퇴근하면 게임하고 주말에는 게임했을 뿐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보다 빨리 내 인생에서 사라져 버리기도 했고.


 이들의 공통점은 사실상 두목이랑 싸웠거나, 싸움에 준하는 식의 악감정을 쌓은 끝에 회사를 떠나갔다는 것이다. 결코 적당히 일신상의 사유라며 둘러대고 거짓 미소를 지으며 퇴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방식에 맞춰서 일을 못하겠다고 선언하며 떠나간 사람들이었다. 떠나기 전에도 엄청나게 갈등이 심했다. 생각해보면 두목이 고집부리면 안 되는 비전문 분야(그 세 명에게 있어서는 전문 분야였고)에 대해 과도하게 간섭하고 억압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으니, 맞지 않았기에 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오래 참지 않았다. 바로 싸우고 바로 떠나갔다. 이것도 유능함이 뒤따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두목이 저 세 명을 잘 쓸 수 있었다면 두목의 회사는 더 발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볼 수도 있지만, 저 세 명 외에도 오래 헌신했던 직원들도 서서히 모두 떠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신입직원이 3개월 다니고 회사에 대한 악평을 잡플래닛에 잔뜩 남긴 상황처럼 두목의 나라는 서서히 맛이 가고 있다. 정확히는 퇴보한다기보다는 완벽한 정체상황이라고 해야 할지, 직원들을 너무 갈아대서 인적 자본이 매번 전부 손실되는 지경이다.


 떠나가 버린 저 세 명은 내가 아는 한 공백기도 거의 없이 자신의 계획대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명은 애초에도 파트타이머식으로 자기 사업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아서 두목의 회사가 생계를 쥐고 흔들 수 없었다. 나머지 두 명은 자기 업무 분야에서 꽤나 탁월했기에 러브콜이 많아서, 자기가 가고 싶은 대로 적당히 골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경력은 어디에서든 버티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버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는 것에서 약간의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은 자신이 들고 있는 것은 귀한 줄 모르기 때문에 내가 한 회사에 5~6년 다녔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감흥이 없다. 도리어 세월은 세월만큼 보냈지만 나는 결국 어디 가서 내세울 만한 특기가 없다는 사실이 꽤나 뼈아픈 일이다. 햇수로 경력은 되겠지만, 다른 회사에서 나를 탐낼만한 실적이나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나 자신도 나 자신에 대해 영업적인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탐나게 팔릴 만한 상태가 아닌 부분).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직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다. 그리고 여기서 5~6년 동안 한 일이라고 해도 잡역에 지나지 않는지라,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잡역을 한다는 옵션 자체가 매력적이지도 않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서 유능해지길 권면하는 이유는 명확한데, 사람들은 대개 게으르기 때문에 자기 계발을 잘 시도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급여생활자가 특히 자기 계발에 소홀한 이유는 자기 계발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급여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야 회사가 하라는 일을 했기에 급여가 나오는 것이니 자기 계발이랑 상관이 없으니까 당연하긴 한데, 결국 자신이 영향력을 키우고 발언력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살아 나가려면 갖춰야 하는 것이 유능함이라는 부분과 닿아 있다는 부분을 잊게 되기 십상인 것이 함정이다. 즉 유능해지지 않아도 급여는 나오지만, 유능하지 않다면 인생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는 없게 되는 법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능하고 유능해지려고도 하지 않기에(나도 포함) 갑에게 자신을 마음껏 구깃구깃하게 만들 권리를 준다. 그러면서 억울해하기만 한다.


 현재의 직장 생활에서 억울한 부분이 많다면 유능해져서 영향력과 발언력을 높여야 한다. 유능함은 훌륭한 무기이자 보험이다. 유능하기에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금방 다른 곳에 가서 일할 수도 있고, 이직 대신 자신만의 업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그러니 억울하다면 어떻게 하면 유능해질지 끊임없이 궁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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