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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y 22. 2021

유능함과 찌꺼기의 구분

  유능함을 사랑하지만 결코 유능하지 않은 자로써, 유능함과 대척점에 서있는 찌꺼기만큼은 그득그득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겠다.


정의(개념)

유능함: 절대 그저 얻어지지 않는 것이고 가치가 높음

찌꺼기: 그냥 시간이 흐르면 얻어지는 것이라서 가치도 별로 없음


예시 1. 연말정산

- 유능함: 세액공제, 소득공제, 실질적인 의미,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이로운지, 해마다 변경되는데 어떤 부분이 바뀌었으므로 신경 써야 하는지 등 세밀하고도 중요한 포인트를 짚는 것

- 찌꺼기: 연말정산 그거 1년에 한 번 해야 되는 것인데 어떤 때는 돈을 돌려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돈 더 내라고도 한다. 근데 이거 어느 직원한테 말하면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냐?(...)


예시 2. 효율성

- 유능함: 우리 회사의 현행 프로세스는 이렇고, 현재 인적 상황은 이러한데 이런 병목 현상이 있으므로 이런 부분에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을 이라 생각이 된다. 그러니 시행을 하면 현행 주 100 MH가 95 MH로 감소될 것으로 기대되며...(후략)... / 실제로 어떻게 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인데, 이것이 거저 될 리가 없는 것.

- 찌꺼기: 효율적으로 하는 게 중요해. 효율적으로 하는 게 뭐냐고? 효율적으로 하는 거지!(...)


 생각해본 예시들이 실로 끔찍한데, 대개 적당히 생각 없이 하면서 몇 년 몇십 년 쌓인 것들은 다 찌꺼기고 쓸모도 별로 없다. 실제로 언제나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임원이 한 명 기억이 난다. 효율성을 위해 금방 못 보게 된 듯하였다. 효율적으로 하는 것의 개념을 이 회사의 현황을 파악해서 적용시킬 수 있었다면 그는 유능한 임원이었겠지만, 그렇지 못했고 불명예스럽게 떠나갔다.


 이 나라의 구조상 대기업/중견기업에서 임원이 되지 못한 자들이 중소기업에 와서 임원이 되는데, 이전 글에서 이야기한 유능한 사람들 외에는 대개 실로 무능했다. 그저 다년간 쌓아온 찌꺼기를 가지고 떵떵거리기엔 이미 자신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곳에서 실패한 것이 아닌지. 중소기업 태생인 직원들은 유능함에 대한 갈증이 크다. 왜냐하면 중소기업은 정말 체계도 없고 엉망인 경우가 많아서 진짜 제대로 된 방식에 대해서 아주 꽉 막힌 것은 아니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니 경로의존성에 의해 고집을 부리겠지만, 해왔던 일이 6시간 걸렸는데 2시간 걸리는 일이 된다면 누가 환영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내가 "대기업병"이라 칭하는 자들은 대개 자기 출신 회사에서야 열심히 잘했겠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환경의, 전혀 체계 잡히지 않은 회사에서 기대받았던 올라운더로서 기능하지 못했다. 그저 자기가 있던 곳의 자부심이나 부리고 "거기선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데요"가 매크로 답변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거기 다시 가서 일 해라. 더는 못 그렇게 되었고 유능함 대신 찌꺼기만 그득한 채로 와서 출신 빨로 대우받으려고 해도 중소기업은 아귀 지옥이라서 아무도 대우 안 해준다. 무능하면 극도로 멸시하는 곳이 바로 중소기업인지라.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세월이 지나면 생겨나는 찌꺼기에 만족하면 그 대가는 지독한 경멸뿐이라는 것이다. 5~6년 동안 찌꺼기만 모아서 나는 이직을 못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보험 삼는 것은 따로 있기에 조금은 덜하지만, 그래도 나도 이제는 유능함을 목표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함께 유능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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