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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y 24. 2021

자기 정화를 위한, 약간의자기 의심

 대서사시가 되었든, 별 볼 일 없고 시시한 이야기가 되었든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만의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에서 모두는 어쨌든 주인공이고,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자기 정화 활동이 되지 않는 경우가 살면서 종종 보이기도 하고, 자신 스스로가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살면서 약간의 자기 의심은 필수적이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다.


 내게 자기 의심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은 꽤나 비범하다. 내 두목을 보면 "자기가 잘못하고 있다"는커녕 "자기가 잘못할 수도 있다"조차 머릿속에 없다. 이런 근거 없는 자기 확신에 따르다 보면, 자기 의심과 같은 자기 정화 활동을 할 이유 자체가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은 잘해나가고 있으므로 고칠 부분이 없다"는 기적의 결론이 도출되어 버린다. 이러한 자기 확신이 두목을 몰락의 늪으로 서서히 하지만 천천히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생각의 근거로서, 그가 전하는 모든 메시지는 남을 가르치고 일깨우려 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대개 적당한 금언, 교훈 같은 것이지만 전달자가 신용이 없으니 전혀 와닿지도 않고, A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A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타인에게 "A를 해야 한다" 강요하는 모양새라서 매우 기분이 나쁘다. 대충 "나는 이미 A를 하고 있지만, 너희는 그렇지 못하니 이 글을 보낸다. 따라서 A를 하도록 해라"라는 의미이다. 나는 두목의 헛소리를 무시한다.


 두목의 자기 확신 이야기와 약간은 다르지만, 사람은 입체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드는 점도 자기 의심의 필요성을 내게 느끼게 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살다 보니 자신이 무조건적인 선역이라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남이 보기에는 악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입사 다년차가 되니 약간 하게 되었다. 연차가 약간은 쌓였고 많이들 퇴사하고 입사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많은 저 연차 직원들과 접촉을 하게 되었을 텐데, 생각해보면 그들 중에서 상당수는 나를 좋게 생각하지 않을 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몇몇 자신의 행보에 대해 의심할 만한 일화나 현재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타인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일화가 있었는지, 내가 실제로 부당한 대우를 했을지, 오해를 산 건지 알 기회는 없거나 적다. 듣기도 전에 사라져 버릴 수도 있고, 대놓고 물어보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을지도 모르고, 아예 꽤 강한 원한을 사고 있을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자신이 선역이라 철석같이 믿었는데 알고 보니 악역이라면 꽤 충격적일 수도 있지만, 그게 입체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더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약간의 자기 의심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무비판적으로 생각하면 나도 두목이랑 별로 다를 바는 없을 수 있고, 원한을 가진 누군가가 칼을 들이대었을 때 당하면서 진정으로 억울해하겠지만 남이 봤을 때는 자업자득이라는 소리나 듣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은 상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선역이 되겠다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내 나름의 최선이 필요하고, 그 결과 원한을 사게 된다고 하면 그것은 마땅히 감수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모두의 마음에 들 수도 없고, 자신의 일부 또는 전부를 희생해가며 남에게 맞춰 줄 생각도 없다. 다만 내가 하는 것이 100% 옳다는 자기 확신만큼은 경계하겠다는 것일 뿐. 건너 건너 듣자면 내 싸늘한 행적이 악행으로도 여겨지는 듯한데, 그들에게 진정 부당한 대응을 해왔는지 자신을 돌이켜봐야 하겠지만 생각보다 바뀔 생각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철저한 자기 의심도 아니고, 약간의 자기 의심일 뿐이다. 악행으로 보이더라도 자기 의심 끝에 타협할 필요가 없다면 고집도 부려야 내 인생의 주인공다운 삶이 아닐까. 그러다가 비명횡사할 수도 있다는 것만 명심하면서, 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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