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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y 30. 2021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것

 어제 조금 늦게 자서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오전 실내용 자전거 돌리기가 약간 늦게 끝났다. 공복 운동이었기 때문에 배는 약간 고프지만 어제 내려져 있던 식은 커피를 마시는데 기분이 좋았다. 무려 오늘은 일요일이고 내일이면 회사를 가야 하는데 기분이 좋다니 다소 의아하지만 그 이유를 이제는 약간 알 것 같아서 남겨 놓는다.


 최근 신문물을 도입하기로 했기에(유튜브 프리미엄 이용) 실내용 자전거를 돌리며 유튜브를 보는 듀얼 태스킹에서, 책을 읽는다의 트리플 태스킹으로 시간의 효율성이 올라갔다. 전에는 유튜브와 음악이 운동 시간에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해소제로서만 가동하였지만, 백그라운드 기능 및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등을 써서 이제는 전자책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보유한 전자책이 몇 권 없기 때문에 책장에 꽂혀만 있고 읽지 않은 책들도 자전거 손잡이에 올려놓고 읽게 되었다. 지금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고 있고 토요일 오전/오후, 일요일 오전 총 6시간 30분 동안 진도는 362 페이지고 절반 정도 읽은 듯하다. 재미있는 책이라 좋고 여러 생각할 점을 내게 느끼게 해 준다.


 별 것 아닌 일이지만 꾸준히 운동하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을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이다. 하지만 자기 통제가 없으면 하지 않을 위험성도 크다. 운동도 의지가 필요하고 책을 읽는 것도 머리를 쓰는 일이기에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불만의 결정체로 몇 년 동안 퇴근 후 및 주말에 게임만 하고 살았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는 그렇게 "하고 싶은" 게임을 하면서 살았는데도 일요일이 뉘엿뉘엿 저물면 엄청나게 기분이 나빠졌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는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만 아무튼 짜증 나니 놀아야겠다"는 보상심리가 강했던 것 같다. 결국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저녁이나 밤이 되면 기분은 매우 나빴고(결국 게임해봐야 내 인생이 개선될 리는 없다), 월요일에 출근해서는 남들에게 보일 듯 아니듯이 시끄럽게 오만상을 찌푸리며 살았던 것이다.


 취미나 활동에 우열은 없지만 지금 꽤 달라진 점은, 이제 어느 정도 나는 내 행동에 대해 통제가 되어가는 상황으로 바뀐 점이다. 지금도 물론 게임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 작지 않은데, 주말에는 4시간 20분을 운동해야 하고 브런치에 내 생각들을 정리해보거나 하는데 드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지 않고 있다. 게임을 많이 좋아하고, 게임은 정말 재밌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옛날에는 한번 게임하면 계속 게임하느라 바빴고, 이성적으로 계획한 것이 있어도 다 어그러트리곤 했다. 아마도 그런 계획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서 어그러진 그런 상황들이 불쾌감과 자포자기하게 하는 심정을 주는 부정적 피드백이 되었고 오랫동안 유지되고 반복된 현상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확고하게 정해 놓은 운동 시간이 게임보다도 우선순위가 확고하다. 옛날에는 게임을 먼저 하고 봤겠지만, 이제는 루틴이 무조건 선행하는지라  루틴을 선행하는 돌발 행동은 원천 차단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을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좋아함에도 우선순위를 두고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생각보다 큰 만족감을 나에게 주고 있다.


 저번 주에는 약속이 여러 건이 있었는데, 거울을 보고 순간 배가 너무 "다시"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며칠 동안 치맥이나 감자탕과 소주, 집에 많은 견과류들과 간식들을 마구 먹어댔기에 이 결과는 당연한 일이었다. 점심의 구내식당 밥이 너무 입에 맞지 않아 저녁에 과식하는 것도 기여가 컸다. 이 현상에 대해 개인적으로 엄격하게 통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행할 것은 꽤나 간단했다. 끼니는 모두 챙기되 식사량은 좀 줄이고, 각종 간식, 음료, 견과류 등 군것질에 해당하는 것은 전부 금지하는 방안이었다.


 자신을 통제하는 것의 즐거움 외에도 실제로 해나가고 있다 보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다. 꽤나 엄격하지만 그래도 융통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키지 못한다고 자학을 하거나 하는 것은 문제가 되니 엄격하게 세워두지만 그것이 혹여 지켜지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그렇게 매몰차진 않다. 어느 정도 잘해오고 있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을 믿고, 이런 나에게 너무 채찍질을 하면 도리어 역효과가 날 테니까.


 그래서 단 음료라면 환장하는 내가 오렌지 주스 1.5리터의 유혹(보통 때면 3분의 1이나 2분의 1은 내 것이다. 빨리 그리고 많이 그리고 여러 번 마신다.)이나 각종 간식의 유혹을 대부분 방어해낼 수 있었던 것은 서서히 익힌 자기 통제의 경험과 거기서 얻어진 만족감과 여유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며칠 되진 않았지만 기왕 운동하는 거 식단 조절도 한동안 철저하게 해 보겠다는 취지에서 하는 일의 연장선이라 새로운 일도 아니다.


 물론 그 와중에 가족이 나눠준 단팥빵 4분의 1 조각은 2번인가 후식으로 먹긴 했지만, 별로 갈등하지 않고 너그러이 단 맛을 즐겼다. 결국 다 나 좋으라고 하는 것이고, 너무 욕구를 억압해도 역작용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일종의 치팅 역할의 선물을 한 것이다.


 운동, 책 읽기, 식단 조절, 게임 적게 하기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사람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없는가가 크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모든 주도권을 남에게 주고 수동적으로 사는 사람의 인생은 즐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게는 자신의 행동이 자신의 의지대로 이뤄지기만 해도, 거기서 나오는 능동성의 보상이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꾸준히 운동을 하고 책을 읽는 자신이 연중무휴로 진행되고 있기에, 나 자신을 가꾸는 부분에 대해 능동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허무함을 느낄 새가 조금 줄어든 것 같다.


 어제 어머니의 요청으로 토마토퓌레 철제 통조림을 개봉해달라는 것이 있었다. 오랜 기간의 내 성격은 "미룰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미루는 것"이었다. 어차피 저 토마토퓌레는 오늘의 식사 메뉴였으므로 내일 개봉해도 된다고 어머니는 이야기하셨지만, "어차피 해야 한다면 나는 미루지 않는다!"라는 자세가 그 통조림을 어제 개봉하게 만들었다. 이런 소소한 일에서도 내게 일어난 변화는 남에게 드러나지 않지만 소소한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조금씩이지만 우리가 되어야 하는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확실하게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하나의 접근 방법으로서, 만약 모든 것이 부질없고 허망하고 수동적으로 휘말리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작더라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찾아보고 시도를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이때 만약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방치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보자. 그것이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시작점이 되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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