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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un 01. 2021

온실 속의 잡초

 나는 잡초다. 아니, 정확하게는 잡초가 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난초였던 것도 아닌 그 무언가였지만, 이제는 잡초가 되고 싶다. 온실이 아니더라도 꿋꿋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잡초가 되고 싶다.


 처음 사회에 던져졌을 때는 두부를 만들고 싶다거나, 푸드트럭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이 컸다. 주위나 집안의 조언과 만류도 있었고, 나 자신도 그렇게까지 열망에 차있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조언 중에서 그래도 회사를 몇 년 다녀보면서 사회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부분이 제일 컸고, 그 말은 현재 완료형으로 내게는 긍정적이다. 현재까지 처음 입사했던 직장에 몇 년째 다니고 있으니 어엿한 온실 안에 나라는 씨앗이 뿌려지게 되었다.


 이 온실이 나에게 주는 안온함이 있지만 동시에 속박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마침내는 열심히 일 할 마음이 들지 않고 이것은 "내 것"이 아니니 열심히 하지 않게 된다. 회사나 타인이 나를 고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어진 일을 수행하기 바라기 때문이다. 이 역할이 익숙해지고 숙달되면 편안함도 찾아오지만 타성에 젖어들게 되는 것도 수반된다. 익숙하고 잘하고 있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니며, 상황이 바뀌면 180도 뒤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회사라는 온실에 대해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명확하지만 아직 온실을 탈출하기엔 준비가 여러 모로 부족하다. 자본도 모으고 있고, 수준 낮은 회사이지만 일단은 회사이기에 이윤 추구의 흐름이라는 것을 관찰했지만, 아직 나만의 일을 도모하기엔 준비 안된 부분이 너무나 많다.


 안나 카레니나의 시작 문장은 유명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보다 보면 인류가 동물을 가축화해낸 경우와 그러지 못한 경우에 대해 저자는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라고 표현했다. 그 부분으로 한정 지어 보면 대략 이렇다. "가축화된 동물은 비슷한 특성이 모두 갖추어져 있기에 가축화가 성공했고, 가축화되지 못한 동물은 무언가 하나씩의 결격사유가 있다"라는 이야기였다.


 이 부분에서 나는 "성공"을 "행복한 가정", "가축화된 동물"에 대입해보기로 했다. 성공을 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다 맞아야 하고,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 적어도 1가지 이상 조건이 어긋나 있을 때라고 바꿔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 자신이 아직 온실에 조금 더 있어야 하는 명백한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성공을 위한 몇 가지는 이미 내가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도 손에 없는 것도 명백한데 내가 성공을 할 확률은 현시점으로는 매우 낮은 것이다.


 온실이 없는 세상에서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쉽지는 않다. 온실 속에서 있었기에 온실 안과 밖의 차이를 지식으로나마 알 수 있게 되었고, 내 성향으로 봐서 일단 온실 안에서 생명력 강한 잡초로 거듭나서 온실을 벗어나는 것이 천성에 맞다고 생각된다. 언젠가는 내 취향대로 온실이 아닌 것 같은 온실을 만들어서 더 많은 잡초들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지만, 일단은 내가 먼저 잡초가 되어 성공적으로 온실 없이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수동적으로 주어진 일만 하면서 적은 급여를 받으며 사는 것보다는 좀 더 도전적인 나날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너무 힘들게 생고생을 하는 것보다는 미리 온실에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철저히 갖추는 것이 시간, 자본, 에너지 낭비를 줄여주는 길일 테니 절대 성급히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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