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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un 15. 2021

싫으면 빨리 그만둘 준비를 해라

회사나 조직생활 이야기.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1

   두목의 회사에는 놀랍게도 두목보다 먼저 입사한 직원이 있었다. 두목도 오래되었지만 두목보다 오래 다닌 사람이었고, 어찌어찌 해도 내 조언자 중 하나였다. 그도 결국에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갔지만 그전에 내게 했던 많은 쓴소리들이 있었다. 과거의 나는 죽상을 하고 살았고 의욕도 없었다. 이 회사의 특성상 빈말로라도 일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들은 꽤 존재감이 강했다. 날마다 극혐의 역사가 갱신되는 나날이었다.


   그렇게 다니던 중, 조언자에게 매우 매우 쓴소리를 들었는데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니기 싫으면 빨리 그만둬라"였다. 일단 그 꼴을 보기가 싫었던 것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악의가 담긴 것은 아닌 묘한 것이었다. 문자적으로 표현하기엔 부족하지만 저 말의 의도는 눈 앞에서 치우는 것보다도 내 인생을 위한 조언이었다는 것을 그때도 알고 지금도 알고 있다.



#2

   두목의 나라에서 수년을 버티면서 상황도 약간은 바뀌었고, 광기 어린 풍토에서 다년간 살아남는 자도 적기에 어느 정도 직원들 급에서는 입사 순서가 열손에는 꼽히는 상황이 되었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불과 2020년 이전에도 자포자기를 하고 노력도 자기 관리도 하지 않고 살았지만,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노력하고 자기 관리하고 있고, 작지만 내가 쟁취해낸 것들을 토대로 삼아서 한 줌이지만 그래도 나만의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계속 궁리하고 있다. 나만의 업(業)을 위한 추구를 하고 있다. 회사의 반역자이자 연가시 같은 존재이니, 숙주에 대해서는 이제 원망을 하고 있지는 않다.



#3

   며칠 전 과거의 나와 똑같은 행태로 두목의 노비를 하고 있는 자들을 봤다.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 "나는 여기가 죽을 만큼 싫고 싫고 싫고 싫다"는 티를 무지막지하게 내고 있다(영문법으로는 현재 완료). 과거의 내 조언자가 왜 역정이 났는지 새삼스럽지만 알 수 있었다. 일단 매우 꼴 보기가 싫었다. 그리고 꼴 보기 싫은 것보다도 걱정 아닌 걱정으로, 저런 자세로 "버티기"를 하는 것은 육체적 및 정신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일단 저런 티를 내는 사람에게 굳이 오지랖 부리고 싶지 않아서 너는 그렇게 계속 살라는 격려를 마음속으로 조용히 보냈다. 과거의 내 조언자는 참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건 내 버티기의 순간에도 나는 내 모든 것을 갈아내면서 참은 것은 아니었다. 어느 시점부터는 두목의 나라의 맹점을 캐치해서 이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는 나서서 회사 험담을 하는 것에서는 몇 발자국 물러나서 나와 같은 자세를 가진 사람에게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샌가부터는 그런 사람들은 특별히 친하게 지내고 싶지도 않아졌다. 내 갈 길도 바쁜데, 불평불만만 하고 있어 봐야 아무 소용없는데 그저 내 시간과 에너지를 훔쳐갈 뿐이니까.



#4

   무능한 곳이라는 극딜을 하고 떠나간 신참자의 말이 뼈 아프고 새겨 들어야 하는 것은 단지 임원뿐만이 아닐 것이다. 신참자가 상대한 것이 특정 인물 만인 것은 아닐 터이니. 스트레스를 받는 문제를 넘어서 좋지 않은 풍토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무조건 닮게 되어 있다. 저 신참자의 말을 깊이 새기고 있는 것은 주제 파악을 위함이다. 내가 계속 두목의 나라에 있는 한 오십보백보에 지나지 않는다. 팀으로 일을 하면서, 모든 잘못이 나를 제외한 부분에 존재할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더욱 그 지분은 늘어나게 되어 있다. 


   내 연차로는 이제 회사 욕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완벽하게도, "누워서 침 뱉기"의 예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곳이라면 빨리 벗어나야 한다. 스트레스의 해소법이랍시고 불평불만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서서히 내가 욕 해왔던 그 모든 것이 몸에 배어들게 되고, 마침내 똑같아진다. 묵을 가까이하면 검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망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두목의 나라는 엉망임에 틀림이 없다. 개인적인 게으름과 안주하는 마음에 의해 머물고 있는 만큼, 누워서 침 뱉는 짓은 그만두고 조용히 나만의 칼을 갈고는 있다. 하지만 이곳에 머무는 것 자체의 독함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5

   그러니 불평불만을 이제 그만하고 표정에 드러낼 시간과 에너지를 지옥 탈출의 밑거름으로 삼자. 게으름을 이유로 불평불만만 해봐야 그 누구도 동정해주지 않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혹여 그렇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계속 그들의 에너지를 도적질 해갈 날도 길게 남지는 않았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종이를 꺼내서 이직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나 내가 일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하자. 특정 소프트웨어를 잘 쓰는 것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돈과 시간을 들여서 배우자. 다른 것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보자.


   얼마 전에 자기 계발 영상을 보면서 자전거를 돌리던 중, 꽤 깊이깊이 새겨둘 말을 하나 찾아냈다. "당신이 받는 돈과 당신이 제공하는 가치는 비례 관계에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가 제공하는 가치를 더욱 늘려보려고 한다. 내가 많은 가치를 제공해낼 수만 있다면, 여기서 헐값에 쓰이는 일도 안녕 이리라.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계속 희망을 가지고 인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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