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독준 Jun 14. 2021

입장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1

   교류를 하는 사람 중에 특정 자격증을 따기 위해 분투했던 사람이 있다. 몇 년간의 고생 끝에 마침내 자격을 얻었는데, 그때 들었던 이야기가 꽤나 씁쓸해서 오래 기억이 남았다. 간략하게 말하면 응시생들은 합격자 수를 늘려달라고 언성을 높이고, 이미 자격을 확보한 자들은 현행 합격자 수가 너무 많으니 줄여야 한다고 언성을 높이는 상황이다. 그리고 물론 어느 정도 각자 "입장"보다는 논리적인 이유 또한 제시하기는 한다. 안타깝게도 논리보다 최대한 "입장"을 가리려고 하는 모습이 굉장히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자격이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응시생에서 일부가 자격을 얻게 된다. 의아한 것은 현행 합격자 수가 많든 적든 간에 자격을 가지게 된 자들 쪽에서도 응시생 시절에는 합격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던 사람이 있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자격을 가진 자들 쪽에서는 이제 그런 의견은 들려오지 않는 점이다.


   결국 숨어있는 것은 논리가 아닌 입장 차이였을 뿐이다. 응시생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격을 얻어야 하므로 합격자 수가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합격자들은 공급을 제한하는 효과를 내는 합격자 수 동결 혹은 감축이 입장상 유리한 것이다. 그러니 응시생 때는 합격자 수가 늘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던 자들이 합격을 하고 난 후에 침묵하는 것, 더 나아가서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서 합격자가 줄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반격을 가하는 것도 있을 수 있겠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타산적인 성향이 자리 잡다 보니 이제 이런 일은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제삼자였고 지인인 응시생의 성토를 들었지만, 그저 적당한 맞장구를 쳐주고 말았던 것이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물어보고 싶지도 않긴 하지만 과연 자격을 얻게 된 내 지인은 지금 입장에서 "합격자 수"에 대해 어떤 의견일지? 물어보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입장에 따라 바뀌었다면 굳이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나무라기 어렵긴 하지만, 절대 멋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2

   정치에 대해서도 조심스럽지만 입장에 따라 행태가 비슷한 점은 꽤 웃기지만 정치 뉴스는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고, 내 정치색에 대해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종종 웃긴 점이 주장하는 스탠스와 별개로 여권이냐 야권이냐에 따라서 취하는 행태 자체는 매우 닮아있다는 점이다.


   예시를 길게 들 생각은 없지만 공통된 모습이다 싶은 것은 내 편은 무조건 편들고,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은 무조건 찍어내야 하고 하는 점이다. 같은 잘못이라도 내 편이 한 것이면 두둔하고, 내 편이 아닌 쪽이 한 것이면 비판/비난하는데 글쎄 그 "입장"이라는 것에 따라 어떤 객관적일 과오가 "그럴 수도 있는 일(내 편)"에서 "천인공노할 일(내 적)"까지 음량 다이얼 돌리듯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그저 실망스럽다.



#3

   자격증, 정치에 이어 마지막은 고용주/고용인 관계이다. 물론 처음부터 고용된 적 없는 고용주도 존재는 하겠지만, 일단 내 두목(고용주)은 대기업 출신인가 그렇다. 대기업의 오너 가문 일리야 없고 꽤 오래 고용인으로서 살다가 사업을 하게 된 것인데, 왜 그에게 올챙이 시절 기억은 없는 것인지 의아할 때가 많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것은, 그저 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사실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목 자신도 십수 년 고용인으로서 꽤나 많은 수모를 당하고 좋지 않은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사장이 된다면 이런 일을 고용인들에게 행하진 않을 것이다!"라는 굳은 다짐을 종종 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누구나 그렇게 하고 살고, 시간이 꽤 길었으니 말이다. 두목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목은 두목이 되었고, 두목이라는 입장에 어쩌면 충실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직원의 복지를 챙겨주자면 자신이 양보해야 하는데 그것은 싫은 것이 대부분의 두목의 입장 아니겠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글쎄, 그래서 대부분의 두목은 그렇게 망하는 것이 아닐까?



#4

   나는 언젠가는 오너가 되고 싶기에, 이제는 단순히 직원의 마인드로만 직장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미리 경계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나 또한 저렇게 될 것이다. 나는 입장에 따라서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쉬운 일은 절대로 아니다. 대부분 자신의 잘못에 관대하고, 남의 잘못에는 냉혹하다. 웃긴 것은 어떤 똑같은 잘못에 대해서도 그저 입장에 따라서 사람은 판단하고 행동하는 점일 것이다.


   내 개인적인 미학에 의하면 입장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것은 굉장히 점수가 높다. 지금까지의 나는 전혀 그것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성찰을 해본다. 하지만 늦은 때라는 없으니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추구한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맞지 않는 자와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