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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Nov 25. 2020

이웃집 랩돌이

부디 성공하면 좋겠다

 이웃집에 랩돌이가 산다. 그는 랩돌이다.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하면... 우리 집에서 들리기 때문이다. 그의 랩 소리가.


 그렇다 이것은 사회적 문제인 층간소음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응원한다. 대략 2가지 이유로.


첫째, 그는 "연습"을 하고 있다

 만약 그냥 이웃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계속 부른다면 노래가 계속 바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노래라도 같은 노래를 계속 부르면 질릴 테니, 취미 위주의 노래라면 절대 이 정도로 반복할 리가 없다.

 랩을 취미로 듣는 편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이웃집의 랩돌이는 매우 반복하여 랩을 하고 있다. 그렇다. 그는 랩 연습을 하는 것이다. 같은 것을, 확실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층간소음 덕에 사생활이 없고... 정보원에 의하면 나이는 대학생 정도라는 것 같았다. 최근에는 주로 저녁에 귀가해서 열심히 연습을 하는 것 같다. 지금도 멀리서 그의 랩이 들린다. 오늘도 같은 랩을 통달할 때까지 연습을 하는 것일 것이다.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노력하는 사람이 이웃집에 산다. 그러니 부디 그가 원하는 만큼의 실력을 얻었으면 한다. 그리고 괜히 이런 걸로 서운하게 하면 언젠가 랩으로 디스를 당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럴 용기는 없지만.


둘째, 그래도 연습을 오후 11시 전에는 끝내는 것 같다

 이웃집 랩돌이는 그래도 오후 11시 이후까지는 연습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 헤드폰 같은 것을 끼고 하는지 그가 듣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노래는 들리지 않고, 그의 랩 소리만 울려오는데 어떻게 보면 먼 곳에 있는 절에서 들려오는 염불 같기도 한데 이것이 오후 11시 이후까지 들리면 상당히 곤란할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대개 11시 이전에 연습을 끝내는 것 같다. 다행이다.


 무엇인가를 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내 욕심 같아서는 오후 10시 이전에 끝내주었으면 하지만 그의 열정을 막지는 않을 계획이다. 언젠가 이웃집 현관문에 목캔디라도 사서 걸어둘까도 생각을 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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