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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Nov 25. 2020

시간을 되돌릴 수 있더라도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어린 시절, 상상과 망상을 좋아했던 나는 설상가상으로 게으르기까지 하여 매우 느긋한 생활을 만끽하곤 했다. 만족스러운 생활이었지만 게으름의 대가를 치를 일들이 어린 시절에도 당연히 존재했다. 


 예를 들어 방학 초반에는 그럴싸한 계획을 빡빡한 일정으로 구상해두었지만 결국 작심삼일도 채우지 못하고 마음껏 게으른 결과로 인해, 방학 숙제 등을 "언제나" 벼락치기로 해치웠었다. 그리고서 언제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지 멋지게 망상해보곤 했다. 그런 기회가 있다면 분명 이번에는 잘할 텐데! 그럴 수 있는 과학과 기술이 아직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하곤 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나 "도라에몽"에 나오는 것 같은 타임머신이 있으면 얼마나 좋아!라고 한탄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위에서도 큰 따옴표를 써서 강조했지만, 나는 그 이후에도 "계속" 방학 숙제를 벼락치기로 했다. 또 후회의 시점마다 비슷한 한탄을 반복하곤 했다. 방학숙제가 아니더라도 입시라든지, 학점 관리라든지, 취업이라든지 레퍼토리는 조금씩 바뀌었어도 본질은 같았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한 걸까 생각해보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더라도 나 자신이 계속 똑같은 사람이라면, 되돌아간 시간에서도 어차피 똑같이 반복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이것을 깨닫고 난 뒤에는 타임머신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시간 여행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라 과학적으로도 이뤄질 수 없겠지만, 기적적으로 그것이 가능해도 자신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면 자신은 과거를 다시 살더라도 바꿔나갈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 세계에도 명언이 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다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은 굉장히 무겁지만 명백한 사실이다. 그래서 그저 오늘 하루를 어제보다 더 열심히 산다면, 그것으로 심각하게 도태되지 않을 수 있는 분명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로 가더라도 결국 나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에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오늘의 내가 더 멋지게 바뀐다면, 오늘과 미래는 훨씬 더 멋져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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