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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Jan 05. 2021

아쉬웠던 그곳, 어느덧 세 번째 여행

#방콕일기 2. 나는 또 아유타야에 간다


코로나는 여전히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설사 우리나라에서 확진자 수가 줄어든다 해도 당장 해외로 나가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나는 또 지난 여행 사진들을 꺼낸다. 여전히 나는 방콕이 그립다.





오늘은 아유타야에 간다. P와 함께 처음 아유타야에 갔을 땐 다신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지난 나 홀로 여행에 이어 어느덧 세 번째 아유타야다. 아유타야를 '가기 싫은' 혹은 '더는 가지 않아도 될' 곳으로 기억하기 싫어 한번 더 떠났던 나 홀로 여행은 다행히 아유타야를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이젠 나의 방콕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하나의 코스가 되었다.


어차피 그 넓은 아유타야를 오늘 다 둘러보는 건 무리라 조금만 보아도 좋으니 느긋하게 움직이기로 했다. 수영복을 갖춰 입고 조식을 먹었다. 그리고 친구들보다 빠르게 조식을 먹어치우고 수영장으로!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차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여유롭게 놀기 위해선 빠릿빠릿해야 한다. (분명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놀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 투숙객들이 수영장으로 몰려왔다.



이제 아유타야로 가자. 호텔 툭툭에 가만 앉아 역까지 데려다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표 속 시간보다 2-3분가량 늦게 출발했다. 이미 지난 방콕 여행에서 수차례 지연을 겪어본 터라 2-3분은 늦는 것도 아니지. 그러나 우리 앞에 앉아있던 이들은 우리와 생각이 달랐는지 기사님에게 "too late."라며 짜증을 냈다. 그렇게 급하면 걸어가지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또 어쩌면 이 2-3분이 그들의 다음 계획에 차질을 줄 수 도 있다 생각하니 그러려니 하게 되더라.





오늘도 아유타야행 3등급 기차


후아람퐁역에서 아유타야로 가는 가장 빠른 티켓을 끊었다. 이번에도 역시 3등급 기차를 탄다. 꼭 3등급 기차를 타야지 한 건 아니었는데 시간에 맞추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때로는 흙바람을, 그리고 대부분은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아유타야로 향했다. 천장에 툴툴 돌아가는 고물 선풍기가 붙어있지만 뜨거운 바람이라 할지라도 창을 열고 바람을 맞는 게 그나마 시원하다.



창문을 열어두면 바람과 더불어 점점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건물들은 점점 낮아지고 그마저도 서서히 사라진다. 아유타야가 가까워지면 때때로 넓은 들과 하늘만 보이기도 한다.





다시 돌아온 아유타야는 몹시 뜨거웠다. 언제나 뜨거운 곳이지만, 추운 겨울을 살다 왔더니 더 뜨겁게 느껴진다.


자전거는 꼭 이 곳이 아닌 강 건너에서 빌리도록 한다.


기차역에서 길을 건너 이 짤막한 골목에 들어서야 비로소 아유타야에 도착했음을 느낀다. 기차역에 적혀있는 <Ayutthaya พระนครศรีอยุธยา>를 보아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곳을 보는 순간 귀신같이 설렌다.



하교 시간인지 수상 보트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늘 이 보트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 건가. 전에 자전거를 타고 아유타야를 돌 때 분명 학교가 있는 것을 보았는데.



아무튼 강을 건너자마자 자전거를 빌리고 <왓 마하탓>으로 향했다. 방콕 여행 시 아유타야가 코스가 되었듯, 아유타야에 오면 가장 먼저 가는 코스가 된 그곳으로. 이 도로만 지나가면 고대 도시가 내 눈앞에 펼쳐진다.




이번 일기에선 사원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다. 하지만 아유타야 사원들에 대한 아주 짧은 설명이라도 필요하다면? 나의 지난 여행일기 보러 가기




01. 왓 마하탓


아유타야에 오면 누구나 빼놓지 않는 <왓 마하탓>. 보리수나무 불상이 있는 그곳이다. 내 몸을 낮추고, 줄을 서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보리수나무 불상보단 그 옆에 있는 이 불상이 더 좋다.


그러고 보니 이 불상은 무어라 부를까


내리쬐는 햇빛과 더위를 이겨낸 많은 사람들이 보리수나무 불상 앞에 앉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대부분이 패키지 관광객으로 보였는데, 에어컨 빵빵한 차 안에 있다 나온 거니 사원을 둘러보는 찰나에만 만나는 더위는 거뜬하겠지?

그들과 달리 뙤약볕 아래에서 자전거를 탄 우리는 녹초가 되어있었다. 자전거를 탄 건 10분 남짓뿐이었는데도. 여긴 늘 더웠는데 오늘은 유난히 힘이 빠진다. 거기다 전에는 다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었던 곳들이 다 막혀있어 둘러보는 재미도 떨어졌다.



그렇다고 아유타야가 다시 또 '더는 가지 않아도 될' 곳이 된 건 아니다.



이렇게나 멋진 곳인데.





02. 왓 라차부라나


서둘러 바로 옆에 붙어있는 <왓 라차부라나>로 자리를 옮겼다. 덥기는 마찬가지만 그래도 큰 나무가 있어 그 그늘 아래서 더위를 피할 수 있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긴 해야 하나 사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비교적 시원한 곳이다. 사진은 뒤로 하고 일단 시원한 곳을 찾았다.



이럴 수가. 이 사원에서 가장 시원한 곳은 사원 안에 있는 동굴 같은 곳인데 이곳도 막아두었다. 지난번엔 내려가 볼 수 있었는데, 안돼! 일부러 계단을 밟고 또 밟아 올라왔건만. 멍하니 굴의 입구를 보고 있었는데 또 가만있어 그런 것이지 점점 시원해졌다. 그래 <왓 마하탓>에 비하면 훨씬 시원하지. 여유를 갖고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땀을 식혔다.


2019년 3월 18일

캐논 EOS 6D


아유타야 여행일기는 #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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