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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Oct 06. 2018

루앙프라방의 또 다른 아침

#라오스일기 9. 우연히 만난 아침 시장


루앙프라방 한 바퀴


탁발 행렬을 본 뒤 바로 체크인하고 싶었으나 7시가 채 안된 시간이라 짐만 맡겨두고 나왔다. 짐이라도 맡아주는 게 어디야. 호텔 체크인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은 카페에서 쉬는 것. 우리가 찾은 루앙프라방의 카페는 <조마 베이커리>였다. 시간 때우기와 동시에 아침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우리는 조마 베이커리가 문을 열 때까지 루앙프라방을 산책하기로 했다. 조마 베이커리의 오픈 시간은 오전 7시.



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던 골목. 강가 바로 옆이라 그런지 안개가 자욱함에도 희한하게 습한 기운은 하나도 없었다. 첫 골목은 그냥 지나갔으나 이런 골목이 한 번 더 나타나자 별 수 없다는 듯 그러나 들뜬 마음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만난 근엄한 고양이.





우연히 만나는
루앙프라방의 또 다른 아침


이리 꺾고 저리 꺾고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시장이 열리는 골목까지 들어왔다. 탁발 행렬이 우리가 일부러 마주한 '고요한 아침'이었다면, 아침 시장은 우연히 만난 루앙프라방의 '활기찬 아침'이었다. 어느 나라를 가든 현지 시장 보는 것을 좋아해서 이번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무엇을 사진 않더라도 꼭 무언가를 먹지. 루앙프라방 시장에서는 코코넛 빵을 먹었다. 냄새도 냄새지만 이렇게 귀여운데 안 먹을 수가 없잖아. 맛은 없었다. 웩하고 뱉어버릴 맛없음이 아니라 맛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맛없음이었다. 맛있다 맛없다를 논할 때의 그런 맛은 아예 느껴지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맹맛.



비엔티엔에서 말했던가, 동남아에 어설픈 색은 없다고. 시장도 마찬가지로 어설픈 색이라고는 없었다. 원래 빨간 과일은 여기서 더 빨갛게 보였고, 원래도 진한 주황색의 귤도 여기선 더 강렬해 보였다. 어쩌면 내 눈에 동남아 필터가 씌인걸지도 모르겠다.



(이 사진이 저 사진 같고, 저 사진이 이 사진 같고 그러네.) 생전 처음 보는 생선과 과일부터 한국에서도 자주 먹었던 과일까지. 이런저런 먹거리들이 모여있는 좌판은 아침 시장의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아침의 시장은 이토록 진한 색을 가지고 있음을.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 한번 더 먹지 않았음을 후회하게 만드는 생선 꼬치. 물에서 나는 어지간한 것들을 다 좋아하면서 왜 먹지 않았는가. 고등어구이를 그토록 좋아하면서도 왜 나는 저 꼬치를 먹지 않았는가. 이건 그때의 우리 셋을 모두 호되게 혼내야 한다.





내 배를 채우기엔 아침이 너무 길었노라



드디어 7시 드디어 오픈한 <조마 베이커리>. 거의 문을 열자마자 들어간 건데도 이미 자리한 사람들이 보였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정말이지 전체적으로 부지런하다.



만수르- 못해도 이건희처럼은 살 수 있을 거라 자신만만해하며 라오스에 왔으나 방비엥에서 이건희의 ㅇ도 꺼내지 못하는 지갑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루앙프라방에서는 한국에서보다 더 가난하게 여행했다. (이 중 제일 가난한 건 J였는데 그는 비엔티엔 숙소에서 첫날밤 똑같이 나눠준 개인 경비를 호텔 침대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 그것을 발견한 게 언제였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비엔티엔은 아니었다.) 돈은 없어도 배는 채워야 하지 않겠나. 나는 하와이안 피자 한 조각을, J와 M은 베이글을 시켰다. 다만 가난한 여행자라는 말이 빈 말은 아니라 커피는 시킬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야 상관없지만 커피를 즐기는 둘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지 M의 개인 경비로 커피를 사긴 했지만. 내가 시킨 하와이안 피자는 파인애플과 베이컨이 들어있는 엄청 맛있는 피자였다. 그러나 이제야 고백한다. 저 피자 한 조각으로 내 배를 채우기엔 아침이 너무 길었노라.


2015년 11월 29일

캐논 파워샷 g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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