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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Oct 06. 2018

아침을 깨우는 탁발 행렬

#라오스일기 8. 일부러 마주한 루앙프라방의 고요한 아침


뢍-방~ 뢍-방~ 새벽의 루앙프라방


어느덧 버스 안 사람들이 모두 잠든 고요한 새벽, 직원이 침대를 두드리며 "뢍-방~ 뢍-방~"하고 사람들을 깨운다. 혹시 하는 마음에 "루앙프라방?"하고 물으니 맞단다. 허둥지둥 친구들을 깨우고 짐을 챙겨 내렸다. 나의 여행 역사상 가장 고된 이동을 통해 도착한 반나루앙 버스터미널. 그래도 이곳은 방비엥에 비해 훨씬 버스 터미널다웠다.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막 도착한 버스와 아침 식사를 파는 사람 몇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있었다.


방비엥에 이어 루앙프라방에서도 도착하자마자 어떻게 중심부로 들어가지 하고 걱정했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툭툭꾼이 다가와서 한 사람당 20,000낍에 우리를 데려가 준단다. 그 틈에 또 인터넷으로 시세를 알아본다. 찾아보니 10,000낍에도 간다길래 흥정을 시도했으나 실패, 주위를 돌아보니 우리만 남아있었다. 멍하니 있으니 곧 다른 툭툭꾼이 와서 15,000낍에 우리의 목적지인 <조마 베이커리>까지 데려가 주겠다고 해서 바로 탔다.





여행 중 번외 편 #흥정과 바가지


보통 동남아는 우리보다 물가가 훨씬 저렴한데도 물건을 사거나 이렇게 정찰제가 아닌 교통수단을 탈 때면 늘 흥정을 시도한다. 비단 나뿐만도 아닌 게 흥정을 시도할 때면 검색 한 번만으로 최근 시세를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바가지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라고 할 수는 없으나 대부분의 동남아에서는 여행자들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운다. 태국의 경우 택시를 검색하면 자연 바가지가 따라 나올 정도로 악명 높다. (물론 우리나라 택시 기사들도 종종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지만 여기선 논외로 한다.) 왜, 흥정을 하다 보면 처음 가격의 반 이하로도 떨어질 때가 많지 않은가. 그걸 보면 바가지설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은데. 어쨌든 그래서 나도 늘 흥정을 시도했었고 지금도 종종 흥정을 시도하는데 이전보다는 그 시도가 꽤 줄어들었다. 이왕 놀러 온 거 한화로 100원, 200원 때문에 인상 쓰지 말고 즐겁게 놀고 싶어서. 그래도 '이건 너무 바가지네'라고 생각되면 여전히 흥정을 시도한다. 저렴해도 바가지는 기분 나빠.





십오 분 남짓 툭툭으로 달려서 루앙프라방의 중심부에 도착했다. 사진 속 장소는 나 홀로 중앙사거리라고 부르는 곳인데, 이 사거리를 알록달록 전구로 이어놓아서 또다시 "이거 아무래도 꿈같다. 꿈이네."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아직 한 달이나 남긴 했지만 곧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툭툭을 타고 오는 그 길에도 그리고 이 중앙사거리에도 색색의 전구가 빛나고 있었다. 전구 아래 열린 새벽 시장은 동틀무렵까지 끝나지 않았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을 깨우는 고요함


루앙프라방에서 묵을 숙소는 <마이 라오 홈>으로 점심 즈음 체크인이라 새벽에 도착한 우리는 오갈 곳이 없었다. 어차피 곧 승려들의 탁발 행렬이 시작될 터이니 행렬이 시작되는 곳에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곳이 바로 <조마 베이커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기다리다 보니 우리 맞은편에서 탁발 행렬이 시작되었다. 루앙프라방에 온 이유 중 하나가 이 행렬이라 엄청 기대를 했는데 여행자들의 비매너에 나의 모든 기대와 감동이 산산조각 났다. 그들은 승려들 바로 앞에서 플래시를 터뜨리고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길 건너에서도 그들의 행렬이 잘 보였는데. 후에 찾아보니 조마 베이커리 앞이 여행자들의 비매너가 최고라더만 정말이었다. 경건함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그 모습에 지쳐 조금 보다 뒤돌아섰다.



조마 베이커리를 뒤로 하고 중앙사거리와 새벽 시장이 열렸던 곳을 지나 쭉 걷다 보니 그곳에서 새로운 탁발 행렬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마도 루앙프라방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하는 것 같았다. 점점 걸을수록 여행자는 적었고 그에 비례하여 점점 더 경건하게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승려를 비롯해 많은 루앙프라방의 주민들과 또 탁발 행렬에 참여하는 여행자들이 있었음에도 승려들이 걷는 소리와 주민들의 인사 소리만이 들려왔다. 이렇게 루앙프라방의 아침이 밝아왔다.


(탁발 행렬을 보거나 혹은 보시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무조건 조마 베이커리 근처는 피해야 한다. 조마 베이커리 앞에서는 사진 찍는 이들뿐 아니라 보시를 하는 여행자들도 경건함 대신 시시덕거림만을 가지고 있었다.)



<루앙프라방 왕궁 박물관>. 6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들어가진 못했다.



길을 걷다가 또 다른 탁발 행렬을 보았다. 아마도 사원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던 듯 바구니가 묵직해 보였다. 이 모습을 보는데 왜인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원래 내일은 늦게까지 자려했으나 일찍 일어나서 탁발 행렬을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2015년 11월 29일

캐논 파워샷 g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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