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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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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Oct 14. 2018

안녕, 루앙프라방

#라오스일기 13. 라오스 여행 마지막 날, 마지막 산책


오늘도 탁발 행렬을 보고 싶었으나 새벽녘에 일어나는 건 무리였나 보다. 알람 소리에 깨긴 했지만 몸을 일으키진 않고 알람만 끈 채 다시 잤다. 어쩜 어느 한 명 일어난 사람 없이 짜기라도 한 것처럼 다 알람만 꺼버렸을까. 탁발 행렬을 볼 수 있을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찍 일어났다. 무려 오전 8시!



일어나자마자 먹었던 <마이 라오 홈>의 조식은 참으로 맛있었다. 모험을 하지 않고 내가 뭔지 아는 음식들만 가지고 와서 먹었다. 바게트, 햄, 토마토, 볶음밥과 요거트까지! 이 중 요거트가 가장 맛있어서 몇 번을 가져다 먹었다. 그리고 바게트에 반을 갈라 쨈이었나 버터를 바르고 토마토와 햄을 끼워 샌드위치처럼 먹었는데 이것도 맛있었다. 이때부터였구나, 내가 어느 호텔에서 조식을 먹든 재료만 얼추 맞는다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던 게.



루앙프라방 마지막 바퀴


2015년 11월 30일, 오늘은 루앙프라방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고로 루앙프라방에서 다시 비엔티엔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동 방법은 버스도 있고 미니밴도 있지만 우린 라오스 국적기를 타기로 했다. 슬리핑 버스만큼이나 사고 소식을 많이 접했던 비행기였지만 그래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으니까. 비엔티엔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은 한국에서 예약을 해뒀다. 그리고 호텔 프런트에서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공항까지 가는 교통편(이라고 해봤자 툭툭)을 예약해두어서 그 시간까지 이 곳을 즐기기로 했다. 루앙프라방에서의 마지막 산책이다.



우리의 첫걸음이 닿은 곳은 시장. 오늘도 역시나 (색이) 화려했다.


라오스의 커피가 맛있다는데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는 끝내 그 맛을 알지 못했다.


짧은 시간 동안 몇 번이나 온 시장이지만 시장에서 산거라곤 맛없는 코코넛 빵뿐이었는데 그 아쉬움을 달래려 눈에 보이는 파인애플을 샀다. 방비엥 길거리에서 사 먹었던 터라 그 맛을 기대하고 샀건만 너무 셔서 한입 먹고 버렸다. 엄청 맛있어 보였는데. M은 아주머니가 우리를 속였다고 했다. 아냐, 아주머니는 우리한테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가끔씩 기념품샵에 들어가 엽서도 사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어제 갔었던 학교가 나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텅 비어있던 놀이기구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안녕 반가워!



나의 카메라를 보더니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내 모델이 되어주었던 아이들. (언젠가 다시 루앙프라방에 간다면 꼭 이 사진들을 인화해서 가져다주고 싶다. 이게 벌써 몇 년 전이니 내가 이 아이들을 다시 만날 거라는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저 학교 선생님에게 가져다주면 어떻게든 닿게 되지 않을까?)



시계를 보니 어느덧 11시가 되었다. 우리가 공항으로 가기 위해선 지금 호텔로 가야만 했다. 루앙프라방의 하루는 이제 막 제대로 시작되려 하고 있는데 우린 이 곳을 떠나야 한다니. 아쉬운 마음에 절로 걸음이 느려졌다.




여행 중 번외 편 #산책


(올라온 글, 앞으로 올라올 글 모두 합쳐) 내 여행일기에 '골목'만큼이나 많이 나오는 단어는 '산책'이다. 걷는 걸 좋아하는 나는, 여행지에서의 이동 수단 중 가장 선호하는 건 내 다리라서 어지간한 거리는 도보로 이동하는 편이다.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을 향해가는 것이지만 그냥 걷는 게 아니라 거리를 유심히 살펴보고 또 카메라에 담으며 걷기 때문에 걷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여행으로 본다. 여행 중 작은 여행. 그래서 나는 그 이동을 멋없는 이동이란 말 대신 산책이라고 말한다. 물론 루앙프라방처럼 목적 없는 산책만 했던 경우도 왕왕 있다. 그리고 그런 산책이 많았던 여행지일수록 그때의 냄새, 바람, 분위기는 잊히질 않는다. 단 하루 머물렀던 곳이라도 향수병을 불러일으킬 만큼.





호텔에서 연결해준 툭툭을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직원이 꼭 11시에 출발해야 한다고, 늦으면 안 된다고 해서 공항이 꽤 먼 곳에 있나 보네하고 겁먹었건만 30여분을 달리니 공항이었다. 덕분에 비행시간까지 한참이나 남아 공항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다. 공항을 돌아다니다가 어제 같은 차를 타고 꽝시 폭포에 갔던 일본인을 만났는데 그는 우리처럼 비엔티엔으로 가는 게 아니라 베트남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부러워.


사진 속 비행기가 우리가 탈 비행기로 정말 작았다.


라오스의 국적기 '라오스카이웨어'를 타다


루앙프라방 공항은 비엔티엔 공항보다 훨씬 더 쾌적했다. 그래서 뭔가 사고가 나지 않겠다는 안심이 들었다. 왜 인지는 나도 몰라. 그냥 느낌이란 게 있으니까. 그러나 비행기를 보고 타면서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작은 거야? 왜 이렇게 가벼워 보이는 거야? 거기에 승객이라고는 우리 포함 딱 두 팀이라 괜히 더 불안했다. 역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느낌이란 게 그러니까. 그래도 제시간에 잘 떴다.


비행기는 마치 바닥판이 없는 것처럼 날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단단한 받침대가 없는 느낌이었다. 비행기 아래에서 보면 바닥에 닿은 나의 발 모양이 그대로 보일 것 같은 느낌. 내가 걸을 때마다 그 발걸음을 비행기 아래에서 다 보일 것만 같은 그런 느낌.



김포에서 제주도 가는 정도의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비행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키와 물 등을 나누어 주었다. 나는 제주도 갈 때 물이나 주스 빼고 주전부리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친절하다니. 쿠키 하나 받고 불안감이 사라졌다.



내 자리에서는 프로펠러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승무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텅 빈 앞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본 구름. 비행기가 굉장히 낮게 날았는데 그 덕분에 비행하는 내내 지나가는 여러 마을들을 보았다. 우거진 숲과 마을 그리고 구름이 한눈에 보였다.


2015년 11월 30일

캐논 파워샷 g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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