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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Oct 18. 2018

팟타이 맛집의 소문난 오렌지주스

#방콕일기 3. 팁싸마이에서 카오산로드까지, 방콕의 밤


수쿰빗역 입구에서 본 고양이


오늘 하고 싶었던 혹은 가고 싶었던 모든 일정은 다 끝났고 쉴 만큼 쉬었으니 이제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우리의 일정은 정말로 짜뚜짝 시장이 전부였다.) 저녁 메뉴는 <팁싸마이>의 팟타이! 팁싸마이는 팟타이와 어쩌면 팟타이보다 더 유명한 오렌지주스를 파는 곳으로 여행자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란다.



(tip을 달기에는 팁싸마이 가는 방법이 너무 다양하고, 나는 이 방법보단 두 번째 여행에서 이용했던 버스 루트가 더 마음에 들기 때문에 tip을 생략한다.)


아속역 바로 옆에 있는 수쿰빗역에서 이번에는 지상철(BTS)이 아닌 지하철(MRT)을 타고 후아람퐁역으로 갔다. 팁싸마이는 후아람퐁역에서도 택시나 툭툭을 타고 가야 할 거리에 있다. 우린 툭툭을 타기로 하고, 흥정을 꼭 해야 바가지를 그나마 덜 쓰므로 흥정을 했다. 처음 기사는 200바트를 부르기에 패스. 그다음 기사분이 100바트에 데려다주겠다길래 탔다. (한 번에 벌써 반이나 저렴해졌다!) 깊게 파고들면 이마저도 바가지겠지만 일단 툭툭을 타고 싶었고, 대놓고 미터 사기를 시도하는 악명 높은 방콕의 택시는 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툭툭을 타고 가며 타길 잘했다고 생각한 게 거리에 차가 너무 많았다. 방콕 하면 트래픽 잼이 연관검색어로 나올 만큼 길이 많이 막히는 곳이지만 이런 좁은 길도 꽉 찰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나마 툭툭은 택시보다 조금 작아서 택시라면 어김없이 멈춰서 기다려야 했을 곳에서도 요리조리 빠져나가 달릴 수 있었다. 툭툭 마저도 빠져나갈 수 없는 구간이 있긴 했지만 택시를 탔더라면 팁싸마이까지 가는 길이 두배는 멀게 느껴졌을 거다. 여기에 우리를 태운 툭툭의 기사님이 스릴을 즐기는 편인지 엄청 빠르게 달렸다. 라오스에서 탄 툭툭은 느릿느릿- 느긋했는데 방콕의 툭툭은 엄청 빨랐다.



팟타이보다 유명한 오렌지주스


달리던 툭툭이 멈추고 기사님이 앞을 가리키며 정말 조금만 걸어가면 팁싸마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내리면서도 믿지 않았다. 분명 줄이 길다고 그랬는데 그 어떤 줄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멀리서 보이는 간판은 초록색이었는데 내가 사진에서 찾아본 팁싸마이의 간판은 전부 분홍색이었는걸! 100바트에 데려다준다고 먼저 우리에게 흥정을 하더니 사기를 친 건가 싶었다. 그러나 그런 기우도 잠시, 정말 아주 조금만 걸어갔는데도 보이지 않던 줄이 보였다. (간판은 계속 색이 바뀌었다.) 팁싸마이의 줄은 소문대로 길었다. 한국에서는 줄 서서 먹는 곳은 늘 피해갔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 유명하다는 팟타이! 오렌지주스! 를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줄을 섰다. 그리고 주변에 이곳 말고는 딱히 식사를 할만한 곳이 없기도 했다.

그래도 줄에 비해 팟타이를 먹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게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주문한 팟타이가 나오기까지 30분가량 걸린 것 같다. 긴 줄에 비해 이 정도면 회전율이 꽤 높지 싶다. 팁싸마이는 자릿세도 받았는데 일반석은 인당 5바트, 에어컨선은 인당 10바트였다. 기다리는 동안 땀이 날 정도로 더웠기에 에어컨선을 선택했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일반석도 충분히 시원했다.



태국의 많고 많은 팟타이집 중에서 팁싸마이가 여행자들에게 일 순위로 꼽히는 이유는 이 오렌지주스 때문일 테다. 팟타이보다 더 비싼 (2배!) 오렌지 주스. 맛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어서 일단 한 병을 시켜 나눠 마셨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시자마자 후회했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다들 한 사람당 한 병씩 통째로 들고 마시던데 우리도 각자 한 병씩 시킬걸! 결국 팟타이를 먹다가 한 병 더 시켰다. 엄청 단맛의 주스인데 중간에 오렌지 덩어리가 계속 씹혔다. 그 씹히는 맛이 너무 좋았다. 유명할 만 해.

여행 후  짠내투어, 방콕편에서 오렌지주스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아 팁싸마이 말하는구나!"라고 바로 떠오를 만큼 강렬한 맛을 선사한 팁싸마이. 몰랐는데 가이드북에도 나온 곳인 것 같더라. 하긴 이 정도 맛인데 안 나오면 이상하지. (여행 가이드북의 맛집은 믿지 않지만 이 정도 유명한 곳이 나오지 않는다면 또 그건 그대로 못 믿을 가이드북이다.)


얹어져 나오는 고수는 사진만 찍고 잽싸게 빼냈다.


한창 오렌지주스의 감동에 빠져있을 때 팟타이가 나왔다. 팟타이도 맛있었다. 이때 먹은 팟타이가 처음으로 먹어본 팟타이였기에 비교 대상이 없어 이곳이 특별히 맛있는 건지 맛없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걸 떠나서 잘 먹었다. 다만 양이 조금 적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팟타이보다 오렌지주스가 유명할만하다고 생각했다.





호텔에서 출발하기 전 팁싸마이 주변에 대해 찾아보니 팁싸마이에서 시청을 지나 카오산로드까지 가는 길이 예쁘다길래 그 길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팁싸마이 길 건너 맞은편에 골목이 하나 있고, 그 골목을 따라 쭉 걸어 내려가면 시청이 나온다.



그 길은 찾아본 글에 나온 대로 예뻤다. 낮이었다면 더 좋았을 아기자기한 색의 건물과 카페가 이어졌다. 길지 않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시청이 나타난다. 시청은 건물의 외향을 모르더라도 딱 보면 여기가 시청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생겼다. 커다란 국왕의 초상화가 우리나라 서울광장 같은 곳에 놓여있었다.



시청 광장을 지나 오른편에 시청을 두고 걷다 보면 아주 큰  동그란 도로가 나오고, 그 길에서 지도를 따라 큰길로 가다 보면 금세 카오산로드에 도착!




카오산로드 입구


유흥의 거리 카오산로드?


글쎄. 내가 읽어본 수많은 여행기와 사진을 보고 카오산로드는 클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면 좋을 곳 혹은 문란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한마디로 유흥의 거리. 그러나 실제로 가본 카오산로드는 여느 동남아의 야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입구를 보자마자 조금 실망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갔던 야시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기 때문이다. 하노이의 야시장이 싫었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생각했던 카오산로드의 모습이 아니었단 뜻이다.



거리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외국인들로 가득한 펍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다들 이 펍들의 사진만 찍어 올린 거였구나. 카오산로드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계단형 펍. 실제로 보면 엄청 재밌는 곳인데 사진으로는 담아낼 수 없어 아쉬웠다. 한 외국인은 난데없이 홀로 신이 나서 웨이브를 타다 지나갔다. 외국인들 저스틴 비버 싫어한다더니, 그가 춤을 춘 펍에서 흘러나오는 건 저스틴 비버의 노래였다. 그래 솔직히 인정해, 비버 노래가 좋긴 하지?

 


사실 카오산로드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곳이고 우리의 본 목적지는 아시아티크였다. 카오산로드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아시아티크를 갈 수 있다길래 기왕 가는 거 아시아티크를 가자!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가지 못했다. 수상버스의 운영 시간이 한참 지난 터라 택시나 툭툭을 타려 했더니 모두 400바트 이상을 불렀다. 네이버에서 찾아봤을 때는 200바트였다고? 그래서 아시아티크를 다음날로 미뤄버렸다. 그렇지만 이대로 호텔로 가기는 아쉬워서 우리 앞쪽 멀리 보이는 왕궁(아니면 사원)을 보고 그 근처로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그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가득해서 멀찍이서 바라만 봐야 했다. P는 아무래도 누가 공연을 하고 그 관객들인 거 같은데 누구의 공연인지 말이 통하지 않아 알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 사람들에 밀리고 밀려 카오산로드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흥정을 통해 200바트에 툭툭을 타고 후아람퐁 역으로, 다시 MRT를 타고 아속역으로.





분명 팁싸마이에서 팟타이를 먹었지만 또 배가 고파졌다. 그래서 호텔 골목 초입에 있는 길거리 노점에서 팟타이와 이름 모를 태국 음식, 편의점에서 비어 라오를 사서 돌아왔다. 원래는 근처 펍에 가려했는데 낮에는 괜찮아 보이더니 밤에 보니 메뉴들이 전부 별로였다. 팟타이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어느 한 펍에서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조용했는데) 생일 파티를 즐겁게 하고 있길래 그냥 펍에 갈걸 그랬나? 하고 잠시 후회하기도 했지만 호텔로 돌아와 먹은 노점의 음식들이 맛있어서 또 금세 잊었다.


2017년 11월 18일

캐논 EOS 6D




여행 중 책 읽기 #아무튼, 방콕 #김병운


하지만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오케이, 하더니 시동을 건다. 처음부터 쓰리헌드레드 밧, 아니, 투헌드레드 밧을 제시했어도 역시나 오케이, 했을 것만 같은, 긴장감이라고는 일도 없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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