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본일기

주먹밥과 브런치

#오키나와일기 4. 미션 : 아침 식사 하기

by 애현



오늘 아침도 역시 숙소 앞 사진을 찍기. 오키나와에서는 비가 내려도 늘 이곳 사진을 찍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짧은 일정 동안 오키나와를 즐기는 나만의 습관이 생긴듯해 기분이 좋았다.




검은 고양이 안녕! 이 고양이는 늘 자판기 근처에 있었다. 흰 자판기 옆에 있어서 더욱 눈에 띄었나. 사람들을 피하지도 않으면서도 가까이 오지는 않았다.




이번 오키나와 여행은 전적으로 P에게 맡겨 편한 여행을 했다. 우리가 주로 머무는 나하 자체가 (나하에서도 많은 곳을 누비진 않았다) 그리 크지 않아 P도 지도를 보지 않고 쉽게 길을 찾아다니는듯하다. 여행 내내 계속했던 말인데 아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츄라우미 수족관을 빼고는 관광지를 가거나 딱히 무언가 할 거리를 찾지 않고 그냥 시간을 흘려보낸다. 같은 무계획 여행이지만 전날 저녁 다음날 계획을 짜던 여타 여행과는 달랐다. 처음엔 "너무 한량 같다"며 낯설어했으나 이내 "한량이 최고지"라며 적응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지.





미션 : 아침 식사 하기


일본의 호텔은 좁으면서도 비싸다. 오키나와 역시 마찬가지라 호텔값을 올리는 조식은 제외하기로 했다. 구석구석에 자잘한 식당들이 많기도 했고 여차하면 도처에 널린 편의점에서 사다 먹어도 되니까. 그리고 호텔 조식을 신청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조식을 부지런히 찾아 먹는 타입도 아니다. (그러나 대게의 여행에서는 호텔 조식을 신청하고, 먹고 다시 자는 한이 있더라도 조식을 꼭 먹는다.) 오늘 아침은 아침 겸 점심으로 블로그에서 본 카페 <C&C Breakfast>의 브런치 메뉴를 먹기로 했다. 국제거리 내 있는 시장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곳으로, 맞은편 <포크 타마고 오니기리 ポーク たまごおにぎり>와 더불어 유명한 곳이란다.



슬렁슬렁 걸어갔더니 벌써 길이 줄게 늘어서 있다. 주먹밥도, 카페의 브런치도 먹기는 글렀다. 줄을 설 수도 있었으나 '브런치'는 왜인지 여유로운 느낌인데 이렇게 힘들게 먹으려니 흥미가 뚝 떨어졌다. 여유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잖아. 줄이 이렇게 길어서야 내 앞에서 메뉴가 다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초조함도 생길 것 같았다.



분명 자잘한 식당이 많이 보였었는데 막상 다른 곳을 찾으려니 보이지 않는다. 이때가 11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는데 셔터가 올라간 곳일 별로 없었다. 오키나와는 하루가 무척 느리게 시작되는구나.



불현듯 매일 오가던 길목에 있는 카페가 생각났다. 몇 번 예쁘다고 멈춰서 사진도 찍어둔 곳이었다. 때마침 카페도 텅 비어있어서 볕이 잘 드는 적당한 곳에 자리도 잡을 수 있었다. 가만 앉아있으니 우리를 발견한 직원이 십오 분 뒤 오픈이란다.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그러니 나가 달라는 듯하여 나왔다. 그럼 문을 활짝 열어두지 말지. 좋다 말았다.



아침 먹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이쯤 되니 편의점에서 뭔가 사들고 가는 것도 용납 못하겠다. 그렇다고 또 어딘가를 찾을 힘도 없어. 대신 아무 데나 눈에 보이는, 문이 열려있는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가 배를 채우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 카페 <トックリキワタ珈琲店>를 발견했다.



중년 남자 둘이 운영하는 카페로 브런치를 먹을 수 있냐 하니 가능하단다. 이곳도 손님은 우리 둘 뿐이라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과일요거트와 수프, 빵(선택할 수 있다), 음료(역시 선택할 수 있다) 조합의 런치세트가 있어 주문했다. 과일 요거트에는 과일뿐 아니라 쌀알 같은 것도 들어가 있었다. 과일보다 이게 더 많았는데 처음엔 이게 뭐야 싶다가도 먹다 보니 맛이 꽤 괜찮았다. 야채 듬뿍 들어간 수프도, 음료도 다 좋았다. 다만 이들이 직접 굽는 듯한 빵은 맛이 없었다. 야채가 들어있는 빵은 안 그래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맛 자체도 없다. 단면까지 봐놓고 나는 왜 이 빵을 고른 거야?





미션 같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와 공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벤치에 둘 다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날도 좋고 배도 부르고 한적하니 기분이 좋았다.



조금 전 아침을 먹어놓고 점심거리를 사기 위해 움직였다. 역시 나는 한국인, 빵 따위로는 만족할 수 없지. 점심 메뉴는 주먹밥이다! 오전에 가서 긴 줄에 놀라 돌아온 <포크 타마고 오니기리 ポーク たまごおにぎり>로 갔다. 시간이 그리 흐른 것 같지도 않은데 아까와 달리 주먹밥집도, 브런치 카페도 한적했다. 타이밍이 안 맞네!



처음 먹어보는 거라 스팸과 달걀만 들어간 가장 기본 주먹밥을 주문했다. 엄청 비좁은 가게 안에서 한 명이 주문을 받고,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부지런히 주먹밥을 만들었다. 혼자 서서 작업하기도 힘들어 보이는 공간인데 어찌나 분업을 잘해놨더니 척척척. 주먹밥 내부에서는 먹을 공간이 아예 없어 포장만 된다. 주먹밥 두 개를 싸들고 밖으로 나왔다.


2018년 3월 17일

캐논 EOS 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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