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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Sep 27. 2018

여행의 시작은 아침 산책으로

#라오스일기 2. 라오스에서의 첫날 아침, 비엔티엔 산책


어쨌든, 일찍 일어나야지



지금의 나는 여유로운 여행자가 되어서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2015년의 나는 아직 여행 초보자였기에 (지금도 만렙을 쾅하고 찍은 여행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중급 여행자는 되지 않을까?) 주어진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아무리 피곤해도 일찍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면 그날도 몹시 피곤한 하루가 되었지만 대신 하루가 길었고 그만큼 많은 것을 보고 담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쨌든, 한국에선 한없이 게으른 나라도 여행지에선 누구보다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다.



라오스에서도 크게 다르진 않아서 일찍 눈을 떴다. M은 이때도 지금도 여행지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이라 같이 산책을 하기로 했다. 산책 대신 숙소에서 쉬겠다는 J에게 조식 시간 전까지 돌아오겠노라 말하고 M과 길을 나섰다. (이때 J는 첫 연애를 막 시작했던 터라 우리 셋 중 제일 와이파이가 절실했던 사람이라 밤늦게까지 와이파이와 사투를 벌이며 카톡을 했다. 그리고 아침에도 한국과의 시차를 가늠해보면, 그와 연락을 하고 있던 게 아닐까 싶다. 왜냐면 루앙프라방에서도 그는 남자 친구와 연락을 하느라 몇 번의 산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없이 복잡하다가도 또 한없이 한적한 곳.



동남아에 어설픔은 없다


동남아의 가장 큰 매력은 날씨. 사시사철 따뜻하기 때문에 추위를 싫어하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그리고 그 날씨 덕에 항상 푸르른 모습을 하고 있어 내게 있어 동남아는 늘 푸른 곳. 그 푸르름 사이로 빛이 들 때면, 늘 그 모습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카메라를 탓하며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100장을 찍으면 적어도 1장은 건지겠지 하며.


비엔티엔에서부터 루앙프라방까지,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테이블에는 이렇게 색색의 타일을 붙여놓았다.


동남아의 다른 매력 중 하나는 강렬한 색色이다. 내가 좋아하는 동남아는 어설프게 색을 쓰지 않는다. 노란색은 아주 노랗게, 파란색은 아주 파랗게, 어느 한 곳에도 은은함이 없다.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강렬한 원색은 동남아의 그 날씨와, 그 푸르름과 함께 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그리고 라오스 역시 동남아였다.


야시장의 흔적, 비어라오.





여행 중 번외 편 #학교


나는 여행지에서 발견하는 학교를 좋아한다. 학생들이 뛰놀고 있으면 완벽하지만 학생들이 없어도 괜찮다. '학교가 좋아!'는 내 첫 해외 여행지였던 대만에서부터 시작했는데, 대만 단수이에 갔을 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주인공인 주걸륜이 다녔던 학교이자 여행지의 배경이 되었던 담강중학교에 갔었다. 지금은 들어갈 수 없지만 그때만 해도 학교에 들어갈 수 있어서 조용히 돌아다니며 교실까지 구경했다. 처음 들어가 본 다른 나라의 학교는 너무나도 신선했다. 다른 나라의 언어로 낙서가 적혀있는 삐걱대는 나무 책상, 책상 위에 놓여있던 이국적인 가면, 여기저기 삐죽 튀어나와있는 책상 서랍 속 교과서들, 그리고 텅 빈 교실과 복도에 유일했던 우리. 학교가 좋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오전 7시 30분, 사원인 줄 알고 들어갔더니 학교였을 때의 그 행복함이란. 거기에 교복을 입고 학교를 뛰어다니는 학생들도 있었다. 피곤함을 뒤로한 채 일찍 일어나서 돌아다니면 이런 행복함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니 어쨌든, 일찍 일어나야지.





아침 산책을 끝내고 수파폰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은 가루를 녹여 만든 주스와 토스트, 소시지와 계란 프라이 그리고 디저트 과일로 생각보다 맛있고 푸짐했다. 짙은 녹색의 식탁보부터 노란 가루 주스까지 그 색은 또 얼마나 강렬한가!



아침을 먹고 우리를 방비엥까지 데려갈 픽업 버스가 오기 전에 은행에 들러 환전을 하기로 했다. 어제 직원에게 물어 은행 위치를 표시해둔 지도를 들고 나왔다. 환전하는 길은 아침 산책 코스와 정반대 방향으로 덕분에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직원이 표시해준 곳을 찾아 길을 떠났지만 우리가 도착한 곳은 다른 은행이었다. 직원이 표시해준 곳을 포함하여 숙소 주변 곳곳에 은행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는 그냥 제일 먼저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우리나라 은행을 생각하고 들어갔으나 흡사 우리네 시골 우체국 같은 분위기였다. 혹시 간이 은행인가 싶을 정도로. 경비가 '삼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입구에 제복을 입은 사람이 서 있을 줄 알았건만 제복은커녕 문을 열자마자 코앞에 창구가 있었다. 창구도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내가 손만 뻗으면 바로 현금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시도는 해보지 않았지만, 이래도 되는 건가? 건물 겉이 휘황찬란해서 더 당황했던 것 같다. 그래도 환전은 무사히 잘했다. 화폐 단위가 큰 데다가 세 명분의 돈을 환전하다 보니 그 액수도 커져서 확인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잘 간수해야 할 텐데.



걷는 게 좋아


우리가 왔던 길이 아닌 또 다른 길을 통해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침 가는 길에 사원이 보이길래 사원으로 쏙 들어갔다. 이 쪽으로 나갈 수 있으면 좋고, 나갈 수 없어 되돌아 나가야 한다 해도 좋고. 빛이 이렇게나 좋은데!



여행지에서의 나는 택시보다는 전철과 버스를, 전철과 버스보다는 도보나 자전거로의 이동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는 여행지를 떠나 서울에서도 마찬가지. 택시는 편하지만 비싸고, 정해진 길로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맞는 길로 잘 가고 있는 확인을 해야지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없다. 그러나 버스는 언제나 정해진 길로 가므로 느긋하게 창밖을 바라볼 여유가 있다. 여기에 자전거는 버스만치 주변을 둘러보진 못하더라도 그 분위기를 바람과 함께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도보는 주변을 둘러볼 수도 있고 바람도 맞을 수 있어 제일 좋다. 그래서 시간적 여유가 있고 거리만 적당하다면 걸어서 움직이는데 오늘처럼 여행지에서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면 주저 없이 걷는다. 최대한 더 많은 걸음으로, 더 많은 길을.



함께 여행 온 J와 M 역시 걷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눈치 보지 않고 사원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빛이 너무나도 예쁘게 들어 사진도 한아름 찍었다.



2015년 11월 27일

캐논 파워샷 g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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