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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Feb 07. 2019

태국의 무더위 느끼기

#방콕일기 4. 방콕의 가장 크고 오래된 왓 포 사원


<틴트 오브 블루 tint of blue의 수영장 뷰>


어제 뭔가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들어 조식은 건너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람 소리는 용케 들었다.)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긴 했는데 그냥 먹고 싶지 않았다. 대신 호텔 꼭대기에 있는 수영장에서 놀다 나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침 수영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참을 혼자 사진 찍고 놀고 있으니 한국인 부부가 오긴 했으나 그 외엔 조용. 그러고 보면 여행 내내 수영장을 내가 전세 낸 것처럼 놀았네. 이 날 한국인 부부 포함, 다음날인가 다다음날 저녁 수영장에서 외국인 가족을 제외하곤 아무도 본 적이 없었다.





팁싸마이로 가는
2번 버스


점심은 <팁싸마이>의 팟타이로 결정했다. 팁싸마이까지 가는 김에 걸어서 <왓 포>, <왓 아룬>까지 가보는 것으로. 사원이나 왕궁에는 큰 관심이 없어 지난 여행에서는 넘겼었는데 이번엔 밥 먹으러 가는 김에 근처에 있는 사원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짰다. 가는 김에 여유가 있다면 사원까지. 근처라고는 했지만 팁싸마이에서 사원까지는 택시나 툭툭을 타고 이동해야 할 거리다. 하지만 난 걷는 걸 좋아하니까 방콕의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걸어가야지.


팁싸마이는 BTS를 타고 가기에는 애매하다. 역에서도 툭툭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고 툭툭을 타고 가자니 요금이 만만치 않을 것 같고. 마침 여행 전 그랩 프로모션 코드를 찾아두어서 택시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이 프로모션 코드를 이용하면 150바트씩 두 번, 총 300바트를 할인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프로모션 코드를 넣어보아도 도무지 할인이 먹히질 않길래 포기. 알고 보니 이 프로모션 코드가 카드 결제 시에만 이용 가능해서 카드 결제 부분에 코드를 입력했어야 했는데 나는 계속 현금 결제 부분에 코드를 넣고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코드가 엉터리라며 화를 냈건만. 나중에서야 제대로 코드를 넣어 그랩을 불렀으나 그랩은 올 생각을 하지 않아 버스로 이동 방법을 변경했다.

구글 지도에 검색해보니 2번 버스를 타고 넉넉하게 한 시간가량 가면 팁싸마이 부근에 내려준단다. 마침 길만 건너면 버스 정류장이 있네. 거기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2번 버스가 왔다. 그 버스를 타려 하니 옆에 있던 현지인 아주머니가 나보고 어디를 가냔다. 팁싸마이의 위치를 지도에서 보여주니 이 버스가 아닌 다른 2번 버스를 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2-1, 2-2 이렇게 다른 번호도 아니고 둘 다 같은 2번인데 다른 노선이란 말이야? 내 영어가 짧아 자세히 물어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어쨌든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제대로 된 2번 버스를 탔다.


- 12시 35분, 버스비 9바트.



- 1시 22분, 직원에게 물어 버스에서 하차.


방콕의 모든 버스가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탄 버스는 한국과 달리 버스에 탑승에서 자리를 잡고 있으면 직원이 돌아다니며 버스비를 받는다. 나는 버스비를 내며 직원에게 '팁싸마이에 갈 건데, 혹시 그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내게 알려줄 수 있냐'라고 물었고 직원이 '알았다'라고 대답했다. 물론 버스 타고 가는 내내 나도 지도를 보며 위치를 확인할 거지만 혹시 모르는 거니까. 그리고 어느덧 팁싸마이 근처에 다다랐는지 직원이 내게 손짓하며 내리라고 말해주어 무사히 하차했다.



내가 그린 그림에서는 버스에서 하차 후 몇 걸음 안 걸으면 팁싸마이가 나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걸어도 걸어도 팁싸마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참을 걸었는데도 도무지 아는 길이 나오지 않아 제대로 지도를 살펴보니 버스 정류장에서 거리가 꽤 있다. 참 나도 바보야. 지난번 팁싸마이 줄에 서있을 때를 떠올리면, 그 주변에 버스가 설 곳이 없다는 걸 알았을 텐데.

뭐 좀 멀면 어때. 나는 혼자고, 여유롭고, 날씨도 좋고, 방콕의 골목은 전부 너무나도 매력적인데. 배도 엄청 고픈 게 아니었고. 그래서 대략적인 방향만 확인하고 지도를 껐다. 발길 따라 걸어보자. 팁싸마이까지 가는 길은 너무나도 신이 났다. 그랬는데. 그렇게 신나게 걸어서 도착했는데... 아뿔싸, 5시부터 영업 시작이란다. 난 왜 당연히 이른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영업을 한다고 생각했지?



기운이 빠져서 그런지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그리고 도착 전까지만 해도 좋던 날씨도 무덥게 느껴졌다.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마땅한 곳이 없었다. 이 라인에서는 별 소득이 없겠다 싶어 길을 건너려던 순간, 횡단보도 옆 노점에서 팟타이를 먹는 외국인들이 보였다. 여기다! 마침 빈자리도 있어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콜라와 팟타이를 주문했다. 애초에 '점심은 팟타이'라고 정해두었기에 다른 메뉴는 보이지도 않았다. 땀은 계속 흐르고, 팟타이보다 먼저 나온 콜라는 미지근했지만 그래도 끼니를 때울 수 있으니 만족한다. 팟타이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팁싸마이의 오렌지주스도, 시원한 에어컨도 없었지만 맛있으니 다 되었다. 팁싸마이보다 더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다.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닭 대신 꿩.


그러고 보면 항상 '소문난 맛집' 옆에는 '소문나지 않은 맛집'이 있었다. 어쩌면 맛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소문'이 맛까지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러나 팁싸마이의 오렌지 주스는 정말 맛있다, 정말로.) 한국에서는 맛집 앞에 줄을 서서 먹는 걸 즐기지 않지만, 해외에 나가면 언제 또 와보겠어 하는 마음으로 (거진 동행자를 위해서지만) 줄을 서곤 했는데 이젠 먼저 그 옆 가게들을 둘러볼 것 같네.





걸어서 왓 포까지


팟타이를 먹고 힘을 내서 처음의 계획대로 <왓 포>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2-30분이면 충분할 것 같다. 길이 어렵지는 않았는데 너무 더웠다. 방콕이 한국보다는 덜 덥지만 그래도 덥기는 덥네.



왓 포까지 가는 길에 불상을 파는 골목을 지나가기도 했다. 손바닥만 한 불상에서부터 자동차만 한 불상까지 불상의 크기도, 형태도 굉장히 다양했다. 누군가 종교를 물으면 불교에 가까운 무교라고 대답하는데 이 골목에서는 감히 그런 말도 못 꺼낼 것 같았다. "저는 그냥 무교입니다."





왓 포 사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 곳에 있는 '와불상'과 '왓 포 타이 전통 마사지 스쿨' 덕분이겠지. 사실 와불상의 존재는 알았는데 마사지 스쿨의 존재는 "여기에서 마사지받아야 해."라고 대화를 나누는 한국인들 덕분에 알았다. 이곳에서 마사지를 받기도 하고 배울 수도 있는 모양인데 마사지에 큰 관심이 없던 나는 아무것도 몰랐지 뭐야.




왓 포 사원은 꽤나 화려했다. 그 색이 아라비안 나이트를 연상케 했다. 홀로 독사진을 찍고 사원 여기저기를 찍다 보니 땀이 주룩 흘렀다. 아, 시원한 곳이 필요해. 이상하게 방콕 그 어느 곳에서보다 더위가 크게 다가왔다.




더위를 피해 와불상이 있는 실내로 들어섰다. 라마 3세의 명에 의해 제작되었다는 와불상은 그 크기도 크기지만 발바닥에 있는 자개 장식도 어마어마했다. 이 자개는 삼라만상을 담고 있다는데 내용은 잘 모르겠고 그저 세공에 감탄했다.



왓 포 사원은 꽤 넓지만, 금방 흥미가 떨어진 나는 일부만 둘러본 뒤 왓 아룬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왓 포에서 왓 아룬은 배를 타고 이동한다. 왓 포의 출구에서 선착장까지는 도보로 5분도 채 안 걸리는데, 선착장에서는 단 돈 4바트에 나를 왓 포에서 왓 아룬까지 데려다준다.




역시 배를 타고 이동할 때가 가장 시원해. 저기 왓 아룬이 보인다.


2018년 7월 25일

캐논 EOS 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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