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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Feb 22. 2019

빗속의 방콕 카페 투어

#방콕일기 9. 통로의 유명 카페부터 팁싸마이까지


틴트 오브 블루의 조식은 맛도 좋지만 사진 찍기에도 좋다.


방콕에 온 이후 처음으로 일정이 빡빡했던 하루. 어제 일정을 짜면서도 과연 다 소화할 수 있겠느냐며 농을 던졌던 하루이기도 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일정의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을 소화해냈다. 사실 보통 여행을 다니면 늘 이 정도로 하루를 채워 다녔었는데, 이번 방콕 여행 자체가 무계획 여행이다 보니 비교적 빡빡해 보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일단 조식을 먹으며 일정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준비를 하고 나와 아속역에서 한정거장 거리인 프롬퐁역에 있는 <엠쿼티어>에 갔다. 엠쿼티어는 꽤 큰 쇼핑몰로 총 세 동의 건물이 이어져있다. 이곳에는 자라, 유니클로, 세포라, 고메 마켓 그리고 이 외 명품샵들이 들어서있었다.

이 중 우리의 목적지는 이 곳에 있다는 서점. 3층에 있다는 서점을 찾아 이리저리 헤맸다. 건물이 이어져있다더니 꽤나 복잡하네.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일본에 온 줄 알았다. 한 섹션이 전부 일본 서적이었고 그중 반은 만화 관련 코너였다. 일본인이 주인인 서점인가. 둘러보다가 일본 포카리스웨트 CF 촬영 현장을 담은 포토북을 발견했다. 인터넷 서핑하다 보고 마음에 들어서 염두에 뒀던 건데 방콕 서점에서 보다니! 그러나 갖고자 하면 한국에서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구매하진 않았다.

대충 둘러보았을 때 서점의 1/3은 일본 서적, 1/3은 영어로 된 서적, 나머지 1/3은 태국 서적 같았다. HD님이 영어 - 동화책 섹션에서 책을 고를 동안 나는 서점 전체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나도 몇 권의 책을 집어 들었지만 결국 산 것은 없다. HD님은 세 권의 동화책을 골랐다.




판매용 소품과 더불어 카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


통로 카페 투어 #1
블루 다이 카페 Blue Dye Cafe


서점에서 나와 역시 한정거장 거리인 통로역으로 갔다. 어젯밤에는 미처 보디 못했던 낮의 통로 거리를 보러. 비록 지난 여행에서는 '통로 카페 거리 투어'를 실패했지만 오늘은 기필코 성공하리라. 대망의 첫 카페는 <블루 다이 카페 Blue Dye Cafe>로 인스타그램에서 카페를 검색해보다가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파는 것을 보고는 꼭 가야 한다고 체크해둔 곳이다.



점심때를 앞둔, 조금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자리가 조금 있었다. 햇빛이 예쁘게 드는 창가 자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쉽게 자리를 잡았다. 파스타와 토스트, 음료수를 시키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카페를 둘러보며 사진 찍기.


일회용 카메라를 사고 싶었으나 내가 갔을 때는 아쉽게도 재고가 없었다.


여러 종류의 커피 드리퍼를 비롯해 작가들의 머그컵, 라탄 가방 등 멋스러운 소품이 많았다. 신중히 고르고 또 골라 작은 크기의 라탄 트레이를 하나 샀다. 먼저 이 곳을 방문했던 여러 블로그에서 소품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겁주길래, 겁을 주는 족족 다 먹었으나 그다지 비싼 것도 없었다. 다 그 정도의 값어치를 하는 것들.

보기 좋은 소품과는 별개로 음식은 맛없었다. 그래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은 곳.



카페에서 나와 통로 가리를 조금 걷고 싶어 걸었는데 우리의 생각처럼 예쁜 골목은 도통 나오지를 않았다. 대부분이 사람보다 차가 우선시되는 그냥 보통의 골목이었다. 그래도 카페 <파톰 Patom>에 다다랐을 때는 그나마 내가 생각했던 골목의 모습과 아주 조금 비슷해졌다. 다들 통로 카페 거리가 예쁘다고 칭찬일색이던데 대체 나는 왜 몇 번을 와도 잘 모르겠지.



통로 카페 투어 #2
파톰 오가닉 리빙 Patom Organic Living


그러나 카페 파톰은 그 자체가 정말 예쁘고 좋았다. 원래도 푸른 방콕 사이에서 더욱 푸르렀던 곳. 유명한 이름값만큼 발 디딜 틈 없이 (사실 발 정도는 디딜 수 있었다만)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그중 한국인이 8할. 통로역에서도 꽤 들어와야 하는데 그냥 돌아가긴 아쉬워 자리가 날만한 곳을 찾고 있으니 한 한국인이 곧 나갈 거라며 자리를 양보해주었다.



사방이 유리로 되어있어 어디서나 정원이 잘 보였다.



음료를 시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졌다. 한두 방울 떨어지나 싶더니 이내 누가 살수차를 끌고 온 것처럼 들이 붓기 시작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동남아의 스콜인가. 온통 유리벽인 파톰의 천장과 벽이 이러다 깨지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쏟아졌다. 어제 BTS를 타고 이동할 때도 아주 잠깐 이렇게 비가 내려서 깜짝 놀랐었는데, 오늘은 그런 비가 꽤 오래 내려서 더 놀랐다. 과연 이 비의 끝이 있긴 한 건가 할 정도로.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점차 빗방울이 약해지긴 했다. 그 틈을 타, 물기를 머금어 녹음이 더 짙어진 정원에 후다닥 다녀왔다. 비 냄새는 코를 자극하고 짙은 푸른색은 눈을 자극했다.



그렇게 정원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실내로 들어와 잠시 쉬었다. 날이 조금 더 개면 나가고 싶었으나 오늘은 더 이상 맑은 하늘을 보여줄 것 같지 않네.





비 내리는 방콕


<블루 다이 카페>와 <파톰>으로 통로 카페 투어는 끝이 났다. 갑작스러운 비에 파톰에서 지체했던 시간이 있어 이 이상의 카페 투어는 무의미했다. 그랩을 불러 다른 카페 대신 <왓 포>로 향했다. <왓 포>와 <왓 아룬>을 둘 다 둘러보면 좋을 테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일단 근처에 간 뒤 마음 내키는 한 곳만 가기로 했다. 그랩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비가 그치질 않아 택시 타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HD님은 그랩을 타자마자 잠에 빠졌고, 나도 '안 자야지.'하고 버티다 결국 살짝 졸았다.


왓 포와 왓 아룬 사이에서 고민하다 왓 아룬에 가기로 결정했다. 왓 아룬에 가기 위해선 수상버스-보트-를 타야 하는데 직원에게 아주 사소한 사기를 당했다. 수상버스 가격은 한 사람당 4바트로, 두 사람 몫으로 20바트를 냈으므로 12바트를 거슬러 받아야 했다. 그런데 직원이 7바트만 거슬러주어서 둘이서 8바트면 될 것을 13바트를 내고 탄 꼴이 되었다. 원래는 10바트 하나와 2바트를 받았었어야 했는데, 10바트 대신 5바트를 돌려받았다. 이것이 실수가 아니라 사소한 사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10바트와 5바트는 크기와 무게 그리고 모양까지 절대 헷갈릴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 외국인인 나조차도 단 한 번도 헷갈린 적이 없으니까. 고작 5바트 가지고 따지고 드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지나가긴 했는데 짜증은 났다.



비록 수상버스를 탈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왓 아룬이 보이는 그 순간부터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비 내리는 날 자체를 싫어하면서도 오늘 비 내리는 방콕은 이상하게 좋았다. 되려 이 비가 방콕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듯도 하고. 왓 아룬 역시 비가 내려서인지 더 꾸덕한 색을 뿜어냈다. 진하고 깊은 초록과 노랑, 그리고 빨강.



잠깐 비가 그친틈에는 멋스러운 노을도 보여주었다. 이 속에서 우리의 사진도 남기고 싶었지만, 다시금 빗줄기가 거세져 서둘러 수상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하늘이 이토록 멋있었는데, 아쉬워라.


강을 건너 돌아와 왓 아룬의 야경을 보기 위해 홀로 갔었던 루프탑에 갔다. 그러나 이미 만석. 그 주변 루프탑을 다 돌아보았으나 전부 만석이었다. 대부분이 한국인들이었고, 한 번이긴 하지만 내 경험상 그들은 해가 지고 왓 아룬의 불이 켜지면 촤르륵 사진을 찍고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했기에 기다리고 싶었는데, 어물쩡거리다 야경은 포기했다. 나야 엊그제 봤으니까... 이렇게 일정 중 하나였던 루프탑이 날아갔다.



야경은 포기했지만 저녁은 포기할 수 없지! 툭툭을 타고 <팁싸마이>로 이동했다. 이제 흥정도 귀찮아져서 기사가 부르는 대로 다 줬다. 여섯 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줄이 길었다. 팁싸마이는 언제나 줄이 길다.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며 팁싸마이 근처 골목을 사진에 담았다. 비 덕분에 이 골목의 색도 꾸덕꾸덕하다.



삼십 분보다 조금 더 기다리고 드디어 자리에 착석! 원래 줄을 서서 먹는 건 안 좋아하지만 팁싸마이의 오렌지주스는 포기할 수 없다.



팟타이는 당연하고 오렌지주스도 한 사람당 한 병씩 시켰다. 역시 팁싸마이는 오렌지주스가 대표 메뉴야! 팟타이는 팁싸마이보다 옆 옆 노점의 것이 더 맛있다.





호텔로 돌아가기 전 고메 마켓에 들렀다. 이번엔 다른 사람들을 위한 기념품을 아무것도 사지 않을 거라 얘기했지만 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610바트어치나 되는 물건들을 담고 있었다. 이모네 보내줄 바나나 캐러멜과 내 바나나 캐러멜, 친구들도 조금씩 맛보라고 또 바나나 캐러멜, 김 과자와 홍진영덕에 유명해진 폰즈 파우더까지. 그래 그냥 다 사버려!


호텔로 돌아와 대충 짐을 정리하고 수영장에 올라갔다. 마지막 수영장 방문이네. 사진을 찍고 물속을 걸어 다니고 멍 때리며 둥둥 떠있다가 수영장 마감 시간이 되어 내려왔다. 컵라면과 김치, 시리얼, 맥주와 함께 방콕의 마지막 밤 마무리.


2018년 7월 29일

캐논 EOS 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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