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현 Sep 30. 2018

라오스에서 꼭 해야 할 것

#라오스일기 5. 방비엥 액티비티 투어의 꽃



우리끼리 앙케이트, 라오스에 와서 가고 싶은 곳 1순위 블루라군! 오늘은 그 블루라군에 가는 날. 일어나자마자 테라스로 나가 방비엥의 풍경을 한껏 만끽했다. 이른 아침부터 방비엥의 하늘에는 열기구가 떠오른다. 부지런한 열기구(를 타는 사람들).





여행 중 번외 편 #땡모반


여행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조식이 아닐까. 이곳의 조식 메뉴는 수파폰 게스트하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수박주스가 일품이었다. 원래 나는 바나나 주스를, M과 J는 망고주스를 주문했는데 직원의 실수로 한 잔의 수박주스만 나왔다. 우리뿐 아니라 뒷 테이블도 그들이 시킨 음료 대신 수박주스가 나온 걸 보면 실수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직원이 우리가 주문한 주스는 다시 가져다줄 테니 일단 수박 주스를 마시고 있으라고 해서 한번 마셔봤는데, 와 다들 마시자마자 감탄했다. "수박을 통째로 갈아 넣었어!"


동남아로 여행을 가는 모두가 저렴하고 맛있는 열대과일, 그중에서도 망고와 땡모반(수박주스)을 노래한다. 일단 나는 망고를 좋아하지 않기에 그들의 망고 찬양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땡모반은? 라오스에 가기 전까지 땡모반은 먹어본 적 없어 이 역시도 합류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땡모반을 한 모금 마신 순간 나는 그 어떤 여행자보다도 땡모반을 찬양하는 땡모반의 노예가 되었다. 땡모반의 맛을 이제야 알다니. 라오스 여행이 끝나고도 한참 지난 뒤의 태국 여행에서는 하루 종일 땡모반을 먹다 배탈이 날 정도로 땡모반에 빠졌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한동안 '수박주스' '땡모반'이라고 적혀있는 카페를 보면 들어가서 다 마셔봤는데 그 어느 곳도 동남의 맛을 따라가지 못해 그저 안타까울 뿐. (여기서 땡모반은 수박주스. 동남아의 수박주스를 땡모반이라고 많이들 부르는데 땡모반은 태국어다. 그렇다면 왜 땡모반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태국의 수박주스가 가장 유명해서? 이유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교적 태국을 많이 가고 거기서부터 수박주스가 유명해졌기에 땡모반이라 부르기 시작한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땡모반은 나의 동남아 여행일기에 계속 등장할 테니 여기서 그만 하고 다시 방비엥으로 돌아가자. 결국 우리의 주스 세 잔은 나오지 않았다. 거봐, 실수 아니라니까.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캡모자를 쓴 프랑스인도 우리와 같은 팀!


조식을 먹다 보니 어느새 투어 시작 시간이 다가와서 서둘러 원터풀 투어로 출발했다. 여행사 앞에 서있던 작은 툭툭에 몸을 싣고 떠났다. 툭툭에는 우리 셋과 다른 한국인 여자 셋, 그리고 몇 명의 외국인들이 있었다. 툭툭은 달리며 중간중간 사람들을 더 태웠는데 이들이 오늘 우리와 함께 액티비티를 즐길 같은 팀이었다.



오늘의 투어는 액티비티 투어답게 하루 종일 몸으로 즐길 수 있는 투어였다. 카약을 타고 6km가량 강줄기를 타고 내려가다 잠시 쉰 후 튜브를 타고 동굴을 지나간다. 그러고 나서 여행사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고 다시 4km를 카약을 타고 내려간다.  동굴 튜빙과 점심시간 사이에 짚라인을 탈 수도 있는데 우리는 이 코스는 뺐다. 카약킹이 끝나고 나면 다시 툭툭을 타고 방비엥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인 블루라군으로 가는 게 오늘의 일정. 카약킹을 위해 일단 강의 위쪽으로 가야 하는데 (위라고 해도 내가 봤을 땐 강의 중간 즈음 같았다) 방비엥의 중심부에서 툭툭을 타고 한참을 달려야 했다.



방비엥 액티비티의 꽃
그 이름은 카약킹


강가에 도착하자마면 구명조끼와 노를 나눠준다. 직원이 사람들이 구명조끼를 제대로 잘 입었나 확인하는 짧은 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는다. 빛이 아주 좋았다. 모두의 구명조끼를 확인한 직원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물론 영어로. 그리고 모인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카약 타는 법을 알려준다. 노를 젓는 법과 카약을 탄 후의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는데 이도 물론 영어로 알려주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카약을 탄다. 괜찮아 나는 몰라도 나랑 같이 타는 사람은 알아들었겠지. 모든 준비가 끝나면 2인 1조로 카약을 타는데 모든 카약에 직원이 1명씩 같이 타기 때문에 사고가 날 가능성이 90%는 줄어든다. 이때, 나는 카약킹을 해본 적이 있다고 하면 여행자의 선택에 따라 직원이 동승하지 않기도 한다.


노는 생각보다 크고 무겁다.


나는 J와 함께, M은 다른 사람과 함께 탔다. 우리는 겁 많은 초보였기에 뒤에 가이드 한 명도 같이 탔는데 J와 가이드 덕분에 가운데 앉아 사진을 찍으며 편하게 갔다.  




볼 때는 쉬워 보였으나 막상 시도하니 굉장히 힘들었던 노젓기. 일단 노 자체가 무겁다. 얼핏 보기엔 가벼운 플라스틱 같았는데 노를 받아 드는 순간 '억'소리가 난다. 그 노를 젓는 것은 더 힘들다. 나는 온몸에 힘이라곤 없는 사람이라 노를 젓는 것 자체가 고된 노동이었다. 처음 6km를 타고 내려갈 때는 J가 앞에 앉아 노를 젓다가 점심을 먹고 다시 4km를 내려갈 때는 내가 앞에 앉았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아 중간중간 J에게 노를 넘겼다. 아 나약하고 쓸모없는 인간이여.



그러나 사실 여기서 여행자들의 노젓기는 필요 없다. 카약은 거의 가이드의 힘으로 내려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그냥 노젓기를 체험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가이드가 노를 젓고 방향을 잡는 대로 따라가다 다른 카약에서 가이드가 물을 뿌리면 그 물을 맞고 사진이나 찍으며 유유자적 놀면 된다. 이때 가이드에 따라 액티비티함의 정도가 달라진다. 내 가이드가 다른 가이드랑 친하고 장난기가 많다? 그럼 카약을 타는 내내 다른 카약이 뿌리는 물을 엄청 맞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도 물을 엄청 맞아서 복수한다고 노를 휘저어봤지만 정말 단 한 번도 물을 뿌리지 못했다. 숙연.


카약 주차장


그렇게 물을 맞으며 웃고 떠들고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새 6km가 지나있다.



밥을 먹기 전에 가볍게 튜브를 타고 동굴을 돈다. 동굴 튜빙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 3분 정도 튜브를 타고 떠내려가서 내내 걷는다. 동굴은 강원도에서 이미 다 보고 감탄했기에 정말 감흥이 없었다.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한 스케줄이 아니었나 싶다.




짚라인을 탈 사람은 저 위로 사라지고 우리는 밥을 먹으러 왔다. 원터풀 투어에서 준비한 점심은 나뭇잎에 싼 주먹밥 한 덩어리와 라오스에서 질리도록 먹었던 바게트 빵 그리고 바비큐 두 꼬치! 여기에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바나나와 망고처럼 생긴 과일도 나왔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바비큐 꼬치인데 왜 바비큐보다 채소가 더 많은 걸까?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특히 주먹밥은 너무 맛있어서 하나 더 먹고 싶었다.



밥 먹고 햇볕에서 옷을 말리며 쉬다가 다시 카약을 탔다. 6km 구간의 풍경 속에는 키 높은 나무들이 주를 이뤘는데 4km 구간은 나무보다 풀숲이 많았가. 그리고 그 풀숲에는 소가 참 많았다. 가만 생각해보면 여기뿐 아니라 라오스 자체에 소가 많았다. 버스틑 나고 지나가다가도 소, 카약 타고 가다가도 소.



이쯤 되면 물을 뿌리는 가이드는 사라지고 다들 거리를 두어 느긋하게 강을 따라 내려온다. 배는 기분 좋게 부르고, 햇빛은 따뜻한 데다 사방은 조용하니 이맛에 여행하는구나 싶다.



어느덧 종점 도착! 종점에는 우리가 탔던 것과 달리 뒤에 모터가 달린 카약이 있었다. 이거면 좀 더 편했을 텐데 (나 말고 가이드가). 종점에서 대기하다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블루라군에 갔다. 블루라군에 대해 미리 적자면 나는 블루라군보다 카약킹이 훨씬 더 좋았다. 모두가 '라오스의 방비엥'하면 블루라군을 말하기 때문에 그 기대가 어마어마하게 커지는데 늘 그렇지 않은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블루라군의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대신 기대하지 않았던 카약킹이 정말 좋았다.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이 즐거우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되기 때문일까. 나는 감히 말한다. 방비엥의 꽃은 블루라군이 아닌 카약킹이라고.


2015년 11월 28일

캐논 파워샷 g7x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가 취하는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