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일기 6. 방비엥 액티비티 투어의 마지막 일정
블루라군 보고 하는 감탄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어떻게 하다 보니 성별로 툭툭을 나눠 타고 블루라군에 갔다. 카약킹하러 가는 길만큼은 아니지만 방비엥 거리에서 블루라군까지도 꽤 멀었다. 가는 길에 버기카 몇 대를 보았는데 어제 버기카 예약을 하지 못해 다행이었다. 비포장 도로라 안 그래도 거의 재난 수준인 흙먼지를 피하는 게 힘들건만 버기카는 그걸 정통으로 맞는다. 아무리 선글라스와 손수건으로 무장한다고 해도 내보기엔 비무장이나 다름없더라. 물론 그만큼 스릴로 재미를 보장받긴 하겠으나 나는 스릴을 즐기는 편은 아니라.
달리고 달려 도착한 블루라군. 계속 얘기했지.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아! (역시) 블루라군!'이 아닌 '아... (이게) 블루라군...' 소리가 나왔다. 블루라군 보고 하는 감탄,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실망은 뒤로 하고 가이드를 따라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가이드가 어디선가 돗자리 두어 개를 들고 와 펴더니 돗자리 위에 짐을 놓고 재밌게 놀다 오란다. 자신이 짐과 자리를 지키고 있을 테니 걱정 말라하며. 우리 짐만 한 무더기인데 괜찮을까 미심쩍긴 했지만 여기에 도둑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아서 하나둘 짐을 놓고 물가로 갔다.
물에 들어가 놀다 보니 처음에 실망했던 마음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블루라군만 바라보며 온 내겐 여전히 부족한 곳이었으나 언제 또 와보겠어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물놀이를 했다.
초등학생일 때 부산 바다에서 빠져 죽을 뻔했던 적이 있는 나는 아직까지도 물을 무서워해서 나눠준 구명조끼로도 모자라 튜브까지 빌렸다. 카약킹은 여차하면 함께 탄 직원이 나를 구해줄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오로지 나뿐인걸. 함께 온 그들도 본인만 건사할 수 있을 정도의 수영만 가능했다.
수영을 못하는 덕에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사진 속 그네에 셋이 함께 매달려 있다가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블루라군을 가로지르는 안전 루프로 움직여야 했다. 그네의 인기가 너무 많아서 오래 붙어있기엔 눈치가 보이거든. 수영을 할 줄 아는 M과 J는 루프로 먼저 이동했지만 수영을 못하는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물에 둥둥 떠있었다. 아무리 루프를 향해 헤엄쳐도 구명조끼+튜브로 둔해질 대로 둔해져서 방향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때! 우리와 같이 투어를 한 프랑스 남자가 내게 손을 뻗었다. 그도 루프 쪽에 있었는데 허우적대는 나를 구해주기 위해 손을 뻗은 거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손을 잡았고, 그가 나를 루프까지 끌어다 주었다. 수영 배울까 했는데 그냥 배우지 말까 봐! 대신 프랑스어를 배워야지. 봉쥬르.
여기서도 그렇고 루앙프라방의 꽝시 폭포에서도 그렇고 다들 다이빙을 좋아하는 건지 시도 때도 없이 다이빙을 했다. 커다란 나무의 커다란 가지 두 개가 물가로 뻗어 나와 자연 다이빙대가 되어주었는데 그 위에서 계속해서 사람들이 뛰어내렸다. 지켜보니 뛰었던 사람이 뛰고 또 뛰더라. 그만큼 재밌나 싶어 잠시 혹했지만 수영도 못하는데 다이빙은 어불성설이라 포기했다. 그런 나 대신, 나의 손을 잡아준 프랑스 남자는 몇 번이나 멋있게 뛰어내렸다.
돈을 가지러 자리로 와보니 짐을 잘 지키고 있겠다던 가이드는 자고 있었다. 가이드 선생님, 짐에 저희 핸드폰이 들어있습니다. 지갑도 들어있고요. 아무리 도둑이 없을 것 같다 해도 잘 지켜주셔야죠.
물놀이를 하면 배가 유난히 빨리 꺼진다. 그래서 블루라군의 유일한 매점에서 컵라면을 먹었다. 나는 매점 바로 옆에서 파는 라오스의 현지 음식이 먹고 싶었지만, J와 M 둘 다 내켜하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제는 익숙해진 파란 컵라면을 집었다.
라면을 다 먹고 다시 물에 들어가려 했더니 그새 물이 차갑게 느껴졌다. 그렇게 느낀 것이 나뿐만은 아닌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아까보다 물속이 한산해졌다. 더 이상 물놀이에는 미련이 없어 나무 다이빙대 언저리에 앉아 다이빙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물 속은 한산해도 다이빙대는 여전히 인기가 많았다.
2015년 11월 28일
캐논 파워샷 g7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