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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Mar 24. 2019

니하오, 청도!

#칭다오일기 1. 입맛 따라 칭다오 아니면 청도


인사할 땐 청도라고 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동남아이지만 한창 애니메이션을 좋아할 때는 그것을 핑계 삼아 그리고 가깝다는 이유로 일본을 자주 갔었다. 그러나 일본만큼 가까운 중국은 단 한 번도 가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 없다. 베이징이 고향인 중국인 친구가 자주 놀라오라고 했음에도 "알았다."라는 대답만 할 뿐 정말 가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엑소가 중국 활동을 할 때 해석을 기다리는 시간조차 아까워 중국어를 배웠음에도 역시 중국에 가야지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중국에 가는 표를 덜컥 사버렸다. 여행은 가고 싶은데 가진 돈은 별로 없어서 고르고 고르다 결제하게 된 팔만 원짜리 칭다오행 티켓. 그렇게 나는 가깝지만 또 멀었던 중국에 가게 되었다. 베이징도 상해도 아닌, 내게는 그저 맥주 이름에 불과했던 칭다오에.


누군가는 칭다오라 하고 누군가는 청도라 한다. 청도와 청두는 다른 곳이니 헷갈리지 말 것. 칭다오에 가기 전엔 나부터도 헷갈려서 청도 대신 칭다오로만 불렀다. 어쩌다 청두라고 실수할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가 칭다오라 칭다오가 더 익숙해서 청도라 부르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인사를 할 때는 꼭 청도라 칭했다. 여기저기에 글을 쓰고 일기를 쓸 때 첫 글의 제목은 항상 '니하오 청도'였다. '니하오 칭다오'는 어감도 별로고 자연스럽지가 않아.


아무튼 이제 칭다오에 간다.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나보다 30분 먼저 공항에 도착한 친구가 미리 자리 예약을 해두었다. 발권 전에 자리 예약이 되는구나. 비자를 내가 가지고 있어 예약 그 이상의 수속은 진행할 수 없다기에 부랴부랴 공항으로 갔다. 아저씨, 조금만 빨리 달려주세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발권을 했다. 줄은 길었지만 나름대로 빨리 출국 수속까지 완료.

최대한 앞열의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나를 위해 친구가 자리 예약까지 해줬건만, 창가 자리를 받았건만 창문이 없었다. 오, 창문 없는 창가 자리! 유일하게 창문이 없는 11열에 앉게 되다니. 심지어 다른 열보다 더 좁았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피곤해서 창밖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잠에 들었다.


칭다오 공항 안 미용실


연착 없이 8시 20분에 잘 출발해서 도착 예정시간이 8시 50분에 딱 맞춰 칭다오에 도착했다.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인천에서 칭다오까지 30분밖에 안 걸린다고?"라는 헛소리를 하며 내 정신은 아직 인천에 있음을 알리긴 했으나 비행기는 잘 날아왔구나.


무사히 출국 심사를 받고 수하물을 찾으러 나오니 어디선가 개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엄청나게 우렁찬 개소리가. 공항 안에서 개소리라니 너무 놀라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디에서도 개는 보이지 않았다. 녹음된 소리는 아니고 현장의 생생함이 살아있었는데. 다시 찬찬히 돌아보니 수하물 찾는 곳 근처에 마약 탐지견의 집이 있었다. 아... 개집이 왜 여기 있어...



칭다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우리가 묵은 <파글로리 레지던스> 근처에는 까르푸가 있어서 매표소 직원에게 "찌아러푸, 양거런! (까르푸까지 두 명이요)"만 외치면 까르푸까지 가는 두 장의 표를 준다. 밖으로 나와 701번 버스만 찾아 타면 끝.



9시 30분 출발이지만 사람이 조금 더 찰 때까지 기다렸다 출발했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가량 달리면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한다. 중국어를 몰라도 하차하는데 문제없다. 절대 겁먹을 필요가 없는 게 아는 단어라곤 목적지인 <찌아러푸> 뿐이라 방송에서도 그 단어밖에 안 들린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모든 여행지에서의 내 목적지는 곧 다른 사람들의 목적지라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에서 따라 내리면 백이면 구십구는 우리의 목적지다.

버스에서 내려 코앞에 있는 지하보도를 통해 길을 건너면 <국돈 호텔>이 나오고 그 옆길을 따라가면 우리의 호텔인 <파글로리 레지던스>가 나온다.


우리 호텔과 진취덕 앞에서는 <54 광장>이 보인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밥을 먹기로 했다. 중국에서의 첫끼는 베이징 덕! 칭다오에서 베이징 덕이라니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크게 보면 중국에서 중국 음식을 먹는 거니까. 호텔에서 나와 <까르푸>가 있던 곳을 등지고 걷다 보면 사진 속 건물이 나오는데 이 건물에 <서브웨이>, <KFC> 그리고 베이징 덕 전문점인 <진취덕>까지 전부 다 있다.



줄이 길다는 후기를 보고 잔뜩 겁을 먹은 체 갔는데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여유로웠다. 자리를 잡자마자 베이징 덕 반 마리와 시원한 순생 맥주 한 병, 오이와 이름 모를 채소가 들어있는 세트 두 개와 깨빵, 전병을 시켰다. 영어와 중국어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모든 음식이 나오기 전에 신이 나서 맥주 한 병을 다 마셔서 또 한 병을 추가했다.



30분이 지나도록 맥주와 깨빵말고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던 우리 테이블에, 한 시간 만에 오리고기가 등장했다. 우리 눈앞에서 오리 반바지를 바로 해체해주었다. 전병과 깨빵을 오리고기와 함께 먹으면 오리의 느끼함을 잡아준다고 하여 둘 다 시켰는데 먹어본 결과 전병만 시켜도 된다. 깨빵은 느끼함은 둘째치고 맛이 없었다. 전병도 그다지 내 입맛에는 맛지 않았으나 친구는 그나마 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깨빵도 전병도 없이 오리와 채소만 먹는 게 제일 나았다. 먹다 보니 맥주만 3병을 비웠다.





배도 부르겠다 소화시킬 겸 칭다오도 구경할 겸 <54 광장>에서 <팔대관 풍경구>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지도를 따라 걷다 선물처럼 공원을 발견했다. 조금 돌아가야 하지만 한적하니 좋아 보여 공원도 한 번 걸어보자.



공원 옆에 바다가 있었다. 공원을 발견하지 못하고 원래 루트대로 갔더라면 한참 더 걸어야 만났을 바다인데 이렇게 바로 만나다니! 동해 바다를 기대했으나 월미도의 느낌이 나는 바다였지만 그래도 바다는 바다인지라 기분이 좋았다.




파도가 엄청 센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해녀복을 입고 들어가 무언가를 낚아오던 칭다오 사람들. 해녀복까지 입고 들어가는데 낚시가 빠질 수 없지. 곳곳에서 낚싯줄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무언가를 낚자마자 그리고 바다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그것들을 팔았다.




바다를 끼고 오래도록 그렇게 걸었다.


2016년 11월 17일

캐논 EOS 550D + 필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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