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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중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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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Mar 26. 2019

중국의 유럽이라 하더라

#칭다오일기 2. 칭다오 속 작은 독일, 빨간 지붕의 구시가지


여행에 앞서
나의 무지에 대하여


1898년, 독일은 칭다오의 독일인 선교사 2명의 죽음을 이유로 <자오저우만>을 점령한 후 칭다오 항구를 개항했다고 한다. 그 후 독일은 철도를 개설하는 등 건축물을 쌓는데 열을 올린다. 칭다오가 '중국 속 작은 유럽' 혹은 '중국 속 작은 독일'이 된 이유는 칭다오가 독일의 조차*지가 되어 칭다오에 독일군 동양 함대 기지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칭다오 맥주도 이 역사의 산물이라고 한다. 칭다오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맥주박물관> 역시 독일인에 의해 만들어졌단다.

이 모든 것을 여행할 때는 모르다가 여행일기를 쓰며 '대체 왜 칭다오의 구시가지가 독일의 빨간 지붕을 가지고 있는 건데?'라는 궁금증이 생겨 찾아보다 알게 되었다. 여행을 할 때 여행지의 역사를 알고 있으면 좋지만 꼭 공부해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짧은 여유를 만끽하러 떠나는 여행이니 그 순간만 잘 즐기며 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여행지에 대한 나의 무지가 괜찮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조차租借

특별한 합의에 따라 한 나라가 다른 나라 영토의 일부를 빌려 일정한 기간 동안 통치하는 일. - 표준국어대사전





한 시간 가량 걸어 지쳐서 더 이상 못 걷겠다 싶을 때쯤 <팔대관 풍경구> 언저리에 닿았다. 가로수길 사이를 걸어가는데 나무마다 수많은 커플들이 붙어 웨딩 촬영을 하고 있기에 우리가 제대로 잘 가고 있구나 싶었다.



웨딩 촬영하는 커플들을 지나 조금 더 가다 보니 이젤과 붓, 물감을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이 보였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곳이 칭다오의 핫플레이스임이 분명하다.




다시 바다가 나타났다. 바다가 나타남과 동시에 어느샌가 사라져 있던 웨딩 촬영하는 사람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들을 구경하며 또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 보니 <화석루> 코앞까지 갔지만 딱히 끌리지는 않아 가지 않기로 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들어가 볼 만도 한데 이상하게 가기 싫었다. 그래서 바로 <소어산 공원>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다 본 해변에 누워있던 백마. 택시 타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발견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아하니 주인도 없어 보였고 죽은 듯 누워있어 깜짝 놀랐다. 이게 죽은 건가 산건가 하며 계속 보고 있자니 조금 시간이 지나고 슬그머니 일어나더라. 대체 뭐야 저 말은?





택시는 <소어산 공원> 입구 바로 앞에 서지 않고, 공원이 있는 언덕 아래에서 우리를 내려주었다. 소어산 공원에 갈 때마다 그랬던 것 보면 언덕 위로는 잘 올라가지 않는 듯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나는 공원 앞에서 분명 택시를 보았는데.

아무튼 택시에서 내려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작은 과일 트럭 한 대가 서있었다. 사과와 귤, 대추를 팔고 있었다. 친구가 특이하게도 대추를 먹고 싶다고 해 친구는 대추를, 나는 귤 한 알을 샀다. 처음에 대추를 엄청나게 담아주며 15위안이라길래 "반만 줘!"라고 해줬다. 상인에게 계속 반을 외치며 8위안, 다시 줄이고 줄여 대추 조금과 나의 귤 한 알을 5위안에 샀다.



빨간 지붕이 한눈에 보이는 곳
소어산 공원


과일 봉지를 손에 들고 소어산 공원에 올랐다. 아직 전망대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본 것보다 더 넓게 빨간 지붕의 집들이 퍼져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쪽엔 우리가 오며 보았던 바다도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던 빨간 지붕과 파란 바다의 조화가 이거구나.



전망대 꼭대기까지 오르자 빨간 지붕이 더 많이 보였다. 지금 이 모습을 보고 칭다오를 '중국의 작은 유럽'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독일. 나는 유럽에 가보지 않았지만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대중 매체 속에서 보아오던 유럽의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왜 빨간 지붕을 보면 유럽을 떠올리나 궁금해 찾아보았더니 지리적 특성상 그 부근에서 나는 토양의 색이 빨간색이라 한다. 그 토양으로 벽돌을 만들어 지붕을 올리다 보니 자연스레 빨간 지붕이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독일은 칭다오에 건물을 지을 때 그 빨간 벽돌을 가져와서 지은 건가? 아니면 중국이 워낙 넓으니 중국 어딘가의 빨간 토양을 가지고 온건가? 이렇게 궁금증은 또 다른 궁금증을 몰고 온다.



소어산 공원에서 오래도록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생각보다 오래 머물러 다른 무언가를 더 보거나 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해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신 공원 주변의 골목을 천천히 따라 내려왔는데 그 분위기가 참 좋았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분명 유럽이었는데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니 이곳은 확실히 중국이었다.


골목에는 고양이가 참 많았다. 그래서 너무나 좋았던 소어산 공원 부근.





저녁 메뉴는 딤섬! <마리나 시티> 근처에 있는 <디엔디엔신>의 딤섬을 먹기로 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소어산 공원 아래에서 택시를 탔는데 "마리나 시티, 오케이!"라고 외친 기사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더니 핸드폰에 무어라 적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가 보여준 핸드폰 화면에는 [다음 사이트의 번역이 생각보다 괜찮다]라는 생뚱맞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것도 한국어로. 그는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으나 딱히 할 말이 없어 "우리는 마리나 시티에 가고 싶어. 我想去marina city."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 말을 하자마자 택시가 출발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삥 돌아가는 그를 보고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택시 기사니까 분명 우리보다 아는 길이 많겠지만, 그래도 칭다오 구시가지가 넓지 않기 때문에 최단 거리가 어디인지 쯤은 이미 알고 있는데. 말도 안 통하고 무서워서 무어라 말은 하지 않았지만 혹시 몰라 계속 지도 어플을 켜 두었다. 다행히 마리나 시티에 제대로 내려주긴 했지만 도착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우리는 그 시간 동안 내내 불안함에 떨어야 했다.



마리나 시티 맞은편 <해신 광장> 앞 쇼핑몰 지하 1층에 위치한 디엔디엔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스타벅스>와 <하겐다즈>를 끼고돌면 <허니문 디저트>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나온다.

우리는 새우 딤섬과 고기를 넣은 볶음면 그리고 순생 맥주 한 병을 시켰다. 딤섬은 맛있었으나 양이 적어 아쉬웠고 볶음면은 맛은 없는데 양이 너무 많았다. 순생 맥주가 다 떨어졌다고 해서 일반 칭다오 맥주를 마셨는데 맛이 없어 충격받았다. 라오스에서 마셨던 라오비어와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던 맥주가 칭다오였는데 맛이 없게 느껴지다니. 순생 맥주를 맛본 이후로 칭다오가 맛없어졌다. 말도 안 돼. 한국에서는 순생 맥주를 팔지도 않는데. (그러나 다음 칭다오 여행에서는 순생 맥주가 그다지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의 입맛이란 참으로 간사하다.)



저녁을 먹고 마리나 시티를 구경하려 했으나 문 연 곳이 별로 없었다. 여섯 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그새 하늘은 어두워지고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아 아쉬웠다. 그래도 우리에겐 까르푸가 있지 않냐며 힘을 내서 그곳까지 걸어갔다. 그러나 그렇게 도착한 까르푸는 대만의 까르푸와 비교도 안되게 형편없었다. 규모는 비슷했는데 마땅히 살 것이 없었다. 한참을 둘러보았는데도 딱히 살 것이 없었는데 빈 손으로 나오긴 아쉬워 맥주 두 캔과 친구의 주전부리를 조금 사서 나왔다. 너무 무계획으로 와서 뭘 사야 하는 건지 몰랐던 걸까. 블로그 좀 뒤져보고 다시 시도해보아야겠다.


호텔로 돌아와 수영을 하려 했는데 58위안을 내란다. 블로그 글 중 구십구 퍼센트는 수영장 사용 시의 비용 이야기가 없어 의아해 직원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니 돈을 내야 한단다. 패밀리룸 이상은 돈을 내지 않고 그 이하의 방에 묵을 시에는 돈을 내야지만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나 보더라. 한참을 고민하다가 수영복도 챙겨 왔는데 수영은 한 번 해야 하지 않나 싶어 돈을 내고 수영장을 이용했다. (사실 나는 여행 하루 전까지 수영복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다 깜빡하고 수영복을 놓고 왔는데 친구가 내 몫까지 수영복을 하나 더 챙겨 왔더라. 그 수고로움을 생각해서라도 수영장에 들어가야 했다. 내 몸보다 훨씬 큰 수영복이었지만.) 수영장은 우리가 전세 낸 것 마냥 아무도 없었다. 수영장과 유리벽이 가깝길래 물 안에서도 야경을 감상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풀 안에서는 야경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던 물놀이. 낸 돈이 있으니 마감 시간까지 꽉 채워 놀자 했으나 풀 옆에 붙어있던 사우나탕에 누워있다 보니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져서 마감을 삼십여분 앞두고 방으로 올라왔다.


2016년 11월 17일

캐논 EOS 550D + 필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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