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애진 Dec 12. 2021

패러다임의 전환,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

2021 아르코 융복합예술 페스티벌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

올해 갔던 전시 중 최고의 전시. 

개인적으로 코로나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알맞은 생태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는 것조차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 대신 인간과 기술 그리고 환경이 공생하는 보다 확장적이고 선순환적인 미래를 상상하게 되었다.



바탕 개념: 횡단-신체성 (transcorporeality)

인간과 자연을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전시는 미국문학자이자 생태문화이론가인 스테이시 엘러이모의 ‘횡단신체성’ 개념에서 비롯됐다. 엘러이모는 이 개념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신체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인간·기술·환경이 경계 없이 유동하며 관계를 맺는다고 주장한다. 인간만이 행위의 주체가 아니라, 비인간도 행위의 주역이라는 것이다.  



구성 방식: 융복합예술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작용을 표현하다 보니 관람객이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는 방식의 작품들이 많았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3D 프린팅, 데이터 시각화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다학제적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흡사 어른들을 위한 과학테마파크에 온듯한 기분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3가지

<Becoming a Sentinel Species>

인간이 환경오염을 입증하는 감시종의 역할에 대해 탐색하는 가상 미래 이야기. 작품 속 두 과학자는 미세 플라스틱과 인체의 상호 영향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직접 바다에서 수집한 미세 플라스틱을 자신들의 몸에 주입하는 실험을 한다.(…) 유기체인 인간이 환경보다 더 깨끗할 수는 없음을 상기시켜주는 작품. 


<수리솔>

인터렉티브 VR 작업으로, 근미래 부산 앞바다에서 다시마를 발효애 연료를 생산하는 해저 연구소가 배경이다.  탄소 배출,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 이상 기후 등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다. 부산이라는 익숙한 배경도 재밌었지만 무엇보다 한껏 높아진 오큘러스의 퀄리티에 감탄했다. 순식간에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나온 듯하다. 


<뉴보통 게임>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지 관객이 직접 고민하게 만드는 게임 작품이다. 벽면의 큐알코드를 찍으면 게임 사이트로 연결이 된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두장의 카드 중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선택해 간다. 옳고 그름이 없는 가치 중 한 개를 선택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진퇴양난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모든 가치들이 고루 공존하는 미래에 도착할 수 있을까? 



전시를 보고도 여운이 가질 안아 전시의 바탕 개념이 되었던 스테이시 엘러이모의 ‘횡단-신체성’에 관한 책 <말, 살, 흙> 읽기 시작했다. 개념들로 응축된 문장들이 소화하기 쉽지 않지만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나가야지. 
작가의 이전글 내가 갖고 싶은 냉장고와 부엌, 그리고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