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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애진 Dec 19. 2021

영화 <엔칸토>에서 디즈니가 부숴버린 세 가지 클리셰

"미라벨, 다른 가족처럼 너도 특별해" 

개봉 전부터 이미 화려한 색감의 포스터에 홀딱 빠져 반드시 보리라고 다짐했던 영화 <엔칸토>. 콜롬비아의 깊은 숲 속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지금까지 디즈니가 가져온 모든 클리셰를 부숴버린다. 
영화 <엔칸토> 트레일러


1. 집 밖이 아닌 안으로 향하는 모험

미라벨은 촛불의 힘을 사라지는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 디즈니의 스토리텔링 방식과 다를 바 없다. 겨울왕국 2에서도 엘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을 떠나 혼자 여정을 떠났다. 하지만 모험의 목적지가 달라졌다. 이번에는 마을 너머로 떠나는 집 바깥을 향한 모험이 아니라 오히려 집 안을 향하는 모험이다. 미라벨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을 들여다보는 것을 택한다.  러닝 타임 내내 집 밖의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영화는 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물론 이 집은 마법의 집이다. 집 안이 이토록 신비로울 수가 없다) 그는 집 안 깊숙이 돌아다니며 만난 가족의 역사를 파헤치고, 가족들에게 아무도 꺼내지 않았던 비밀들에 대해 묻는다. 문제의 해결책은 밖이 아닌 안에 있다. 



2. 혼자만 마법을 갖지 못한 주인공

여타 디즈니 주인공들은 특별한 힘이나 남다른 기술의 소유자였다. 엘사는 혼자서 왕국을 구할 정도의 마법의 힘을 가졌다. 그에 비하면 미라벨은 혼자만 평범하다. 미라벨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은 용기가 없었다. 특별함은 곧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 브루노는 환영을 더 들여다볼 용기가 없었고, 둘째 언니는 힘이 약해지는 것을 말하기 두려워했고, 첫째 언니는 완벽함에 금이 가는 것을 두려워했고, 할머니는 다시 가족을 잃을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미라벨은 두렵지 않았다. 그가 “우리 지금 문제가 있어!”라고 말할 때야 비로소 모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나왔다. 그 용기야 말로 특별함 아닐까. 



3. 마지막에도 반전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사실 미라벨에게도 숨겨진 힘이 있었을 거야. 마지막에 마법 능력이 생기겠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미라벨은 마법을 가지지 못한다. 모든 가족들은 자신의 특별한 힘을 담은 문고리와 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법이 없는 미라벨은 여전히 비좁은 아기 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도 새로운 문고리가 생긴다. 바로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을 여는 문고리. 그 문고리를 만들어준 것은 촛불의 마법도, 미라벨 스스로도 아닌 바로 가족이었다. 결국 미라벨이 있는 곳은 곧 가족들이 있는 곳, 그래서 그가 가진 특별한 힘은 바로 가족이라는 특별함이다. 디즈니는 특별함에 대해 다시 정의하려는 듯하다. 



그리고, 한 단계 더 깊어진 다양성

엔칸토의 배경은 콜롬비아의 작은 숲 속 마을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다양성이 존재한다. 사실 아메리칸이라고 백인만 있는 것이 아니고, 흑인이라고 다 같은 피부색이 아닌 것처럼, 같은 라티노일지라도 제각기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물들의 피부색에는 각각의 차이가 있고 가진 머릿결도 다르다. 디즈니가 그려내는 다양성이 보다 세심해지고 있다. 영화 <모아나>에서 모든 부족 사람들이 비슷한 모습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확연한 차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부르는 노래와 춤에도 콜롬비아의 문화가 반영되어 있었다. 살사, 차타, 힙합을 접목한 노래는 어찌나 신선하던지. 영화 끝나고도 계속 귀에 맴돌았는데, 알고 보니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해밀턴>의 작곡가 (린 마누엘 미란다)가 프로듀싱한 곡이었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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