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페이스북 그룹 Web3 korea에서 주최한 Web3 마케팅 모임에 다녀왔다.
대부분 현업에 계신 분들이라 그런지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데, 예를 들어 디스코드 잘 셋팅하는 방법, 좋은 모더레이터를 구하는 법 등이었다. 그 안에서 거의 유일한 비크립토 업계 종사자였던 나는 신기함 반, 의구심 반인 마음으로 앉아있었다.
개인적으로 작년부터 ‘일단 뛰어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수십 개의 NFT 프로젝트 디스코드 채널들에 닥치는 대로 들어가 보곤 했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과연 디스코드 만으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익숙하지 않은 커뮤니티 앱, 디스코드
크립토 업계와 NFT 프로젝트에서 주로 사용하는 채널인 ‘디스코드’는 이전부터 게임 전문 커뮤니티 앱으로 유명했다. 비게임 유저에게 디스코드는 사용법도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뿐만 아니라 애초에 게임 유저 중 남성 비율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디스코드 내에도 남성 유저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그래서인지 커뮤니티 내의 기본적인 호칭은 ‘형’인 경우가 많았고 내부에서 오고 가는 대화도 친숙하지 않았다. 판이 워낙 좁은 탓에 A 커뮤니티에서 본 사람이 B 커뮤니티에도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2) 화리권 획득만을 위한 커뮤니티 활성화
채팅을 많이 할수록 등업 되고, 화리권(우선 구매권)을 획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소모적으로 여겨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NFT는 한창 불장이 었기 때문에 민팅 이후 가격이 많게는 1000배까지도 뛰었다. 화리권을 얻기 위해 한 달 내내 하루에 15시간씩 채팅을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3) 바닥가, 가격 중심의 대화
NFT 프로젝트의 높은 수익률이 강조되면서 투자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다. 바닥가(최저가)가 상승할 때는 채팅방 분위기도 굉장히 우호적이었다. 나름대로 건설적인 토론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민팅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부터는 오직 바닥가’ 이야기만 나왔다. 바닥가 관리 안 한다며 운영진을 탓하고 협박하는 글도 종종 보였다. 시장이 냉각되기 시작한 요즘은 아예 채팅장의 활성도도 급격히 하락했다. 돈 때문에 흥하고 돈 때문에 망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3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적어도 웹3 마케팅의 주목적은 ‘파이 키우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로 한껏 앞당겨진 웹3의 대중화를 원활하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대중의 크립토 문턱을 낮추고 투자자, 소비자, 소유자, 참여자, 기여자를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웹2의 유저를 어떻게 웹3로 자연스럽게 끌어오느냐의 문제다.
여전히 웹2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웹3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1) 먼저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2) 그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실제적인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관점에서 개인적으로 웹2와 웹3의 가교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는 두 가지다.
실제 홀더로 참여 중인 ‘샤이고스트스쿼드’와 어느덧 한 달째 뛰고 있는 ‘스테픈’.
두 프로젝트 모두 ‘기존에 크립토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을 유저로 확장한 사례다.
샤이고스트스쿼드 : PFP 프로젝트
자기 계발, 트렌드에 관심 있는 2030 여성을 타겟으로 했다.
여성 유저 비중이 월등히 높은 몇 안 되는 프로젝트가 되었다.
트위터, 텔레그램 보다 친숙한 인스타그램과 오카방으로 소통했다.
Web3 배우기라는 공통된 목적으로 커뮤니티를 먼저 빌딩한 후, NFT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홀더들이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지 않다 보니 가격 등락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다 (심지어 클레이튼 급락 때도..)
다만,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를 조금씩 확장해가야 하지 않을까.
스테픈 : M2E 프로젝트
크립토를 몰라도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어온다.
연구에 따르면 스테픈 사용자 가운데 약 30%는 과거 암호화폐를 알지 못했던 사용자다.
실제로 운동 리추얼이 만들어진다. 정말 비가 와도, 몸이 안 좋아도, 술에 취해도 뛰게 된다. (장마 시즌은 조금 걱정되지만..)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는 브랜드가 가진 힘은 크다.
다만, 신규 유입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지속가능 할지는 의문. (이미 시작된 것 같기도 하고..)
제아무리 웹3/메타버스가 다가오는 미래라고 한들, 여전히 사람들은 익숙한 것과, 직접 만지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실제적인 감각을 원한다. NFT 아트를 사면 실물 작품까지 함께 보내주는 방식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겠지.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은 오프라인이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기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지금, 양쪽 세계에서의 만족감을 모두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