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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애진 Jan 05. 2024

2023년 나아가야 할 방향: 생활, 생산

1. 생활 방식의 전환: 다시 살림, 다시 생활인

살림이라는 행위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내재된 가치관, 세계관이 드러나는 곳은 결국 생활의 영역이다. 하지만 다시금 경험해 보건대, 주 5일 사무실 출퇴근을 하는 1인 가구에서는 살림살이가 제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았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태도는 쉽게 흩어졌다. 


| 집안 살림, 요리 생활 

작년을 돌이켜보면 사무실 출퇴근을 하는 몇 개월 동안은 요리 횟수가 현저히 줄고 배달이나 외식 비율이 월등히 높아졌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요리는 버겁고 귀찮은 일이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집 도착 시간에 맞추어 배달앱을 켜게 되었다. 문 앞에 순식간에 쌓여가는 일회용기들을 보며 ‘이건 아닌데..’ 싶었지만 일신의 평안함을 이기기는 어려웠고 불편함은 금세 지나갔다. 배달앱을 지우기로 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다운로드하였지만, 작심삼일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간..) 


| 식물 살림, 식물 생활

한창 일에 허덕이던 때 연필선인장이 죽었다. 우연히 당근마켓에서 발견한 후 몇 날 며칠 고민 끝에 데려온 식물이었다. 제멋대로 뻗은 가지들이 기괴하고 아름다웠다. 어느새 키가 1m에 다다를 정도가 되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밑동은 비쩍 말라있었다. (순간 당시의 내 일상이 겹쳐 보였다. 이때 일을 확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 급히 물을 주고 살려보려 애썼지만 뿌리부터 이미 죽어버린 탓에 회생 불가였다. 스치듯 보게 되면 결국 시기를 놓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선인장에게도 나에게도 미안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예전에 삽목 해두었던 일부는 아직 살아있다. 다시 잘 자라 보자. 


| 동물 살림, 비건 생활

21년부터 신년 계획에 ‘최소 하루 한 끼 비건 식사’를 적어 두었음에도 정작 의식적으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왜일까 생각해 보면 막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다짐 아닌 다짐이었다. 제대로 알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래서 깊이 설득되지 못했다. 단순히 채식 섭취가 아닌 삶의 태도로서의 비거니즘에는 이제야 관심을 가지면서 관련 책도 읽어보는 중이다. 완벽함 보다는 꾸준히 오래 하는 것이 중요하니 당장의 금식보다는 먹는 빈도와 양을 조금씩 줄이기로 했다. 예컨대 마라탕을 먹을 때 고기는 제외하거나, 돼지고기 대신 표고버섯을 구워 먹는 식으로. 난생처음으로 비건 레시피도 찾아보고 있다. 덩달아 비거니즘 잡지 <물결> 정기구독도 시작했다. (아쉽게도 얼마지 않아 잡지가 폐간되는 바람에 구독료는 달뜨는 보금자리로 보냈다) 



2. 생산 방식의 전환: 일과 삶의 새로운 대안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살림을 영위할 수 있는 일의 방식을 고민한다. 재택근무를 넘어 원격근무로 향하는 발판일지도 모를 ‘워케이션’ 키워드를 조망한 이유다. 워케이션에 앞서, 디지털 노마드라는 키워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5년 가을이다. 도유진님의 원웨이 티켓을 보고 난 후다. 당시 한국에서는 여행지에서 일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개발자, 디자이너 등 한정된 직군만을 위한 일의 방식이었고 찾아보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를 거치면서 어느 순간부터 ‘워케이션’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그러자 수많은 직장인들까지 디지털 노마드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워케이션이 원격근무라는 일의 방식을, 나아가 사람들의 삶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확장성 있는 키워드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장소에 관계없이 일하며 살겠다는 것이 매일 떠돌면서 사는 삶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년 내내 전국을 떠돌며 워케이션을 경험했던 나는 요즘에는 오히려  집에만 머물면서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의 통근 시간은 일평균 58분으로 OECE 국가들 중 압도적으로 길다. 그리고 이는 해가 지날수록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옥철과 주말 교통체증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왜 모든 사람이 똑같은 시간에 다 같이 움직이고 똑같이 휴식을 취해야 하는가! 획일적인 삶의 경로를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도 확장해야만 한다.  원격근무는 단순히 장소를 넘어 시간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삶의 공간을 서울에서 지역으로 확장했다. 


이제는 삶의 시간을 확장할 차례다. 획일화된 생활 리듬으로부터 벗어나자. 


더불어 보다 직접적으로 현지와 관계 맺음 할 수 있는 지역 이주/살이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를 기대했다. 본격적인 귀농 귀촌 이주가 아니 더리도 지역을 조금이라도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었다. 실제로 워케이션 인터뷰를 하면서 로컬에 평소에 하나도 관심 없었는데, 목포에 워케이션을 왔다가 '목포도 살 만하네'라는 걸 느꼈다는 사례가 있었다. 워케이션이라는 작은 변화가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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